지난 3월초 9일간의 일정으로 유럽을 견학할 기회를 가졌다. 처음 떠나는 유럽 여행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새벽 일찍 시간 맞춰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이었는지 잠을 설치고 말았다. 요즈음은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곳이든 여행이 자유롭고 보편화 됐다. 하지만 아직도 촌티를 벗지 못한 나에게는 기대가 큰 여행이었다. 평화통일정책자문위원들과 함께한 이번 여행은 통일관련 견학의 성과와 여행의 즐거움도 충족시킬 수 있는 이중포석으로 여행지의 선정도 위원회의 견학 목적에 부합됐다. 2차 대전 후 분단되었다 통일을 이룬 독일. 프라하의 봄으로 상징되는 공산권에서 민주자본주의로 전환된 체코. 폴란드 등 중앙유럽 국가들을 둘러보게 된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의 자유로움을 한껏 느껴보는 것이고 지금까지 보지도 경험하지도 못했던 세상을 기웃거려보고 일상의 벽을 허무는 것이다. 국경의 벽. 종교·문화·풍습의벽. 시차의 벽을 넘어 보기 위한 실험적 성격이 짙은 행위인 것 같다. 이번 여행을 마친 흔적들을 정리해 보면 방문했던 유럽지역은 유난히 성이 많았다. 이 성들 모두가 나라와 민족을 지키고 평화로운 삶을 보장 받기 위해 많은 땀과 재원을 투자하여 만들어진 결과물이지만 지금은 본래의 방어기능은 없어지고 관광자원화 된지 오래다. 우리가 멍에처럼 짊어지고 있는 분단의 벽인 휴전선도 자연스럽게 무너져 관광 테마가 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헝가리 대평원을 비롯한 광활한 부러울 정도로 많은 농토들 아름다운 호수 풍광과 상상을 뛰어 넘는 중세성당. 왕궁 건축물의 웅장한 규모와 내외장의 아름다움 그림과 음악 등 예술적 향기가 짙은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헝가리 부다페스트 영웅 광장에서 단체사진을 찍을 때 스스럼없이 웃으면서 우리 단체 속으로 끼어들던 이태리 학생들과 몇몇 여자 관광객들의 모습에서 지구촌의 평화는 다름도. 조건도. 양해도 필요없이 다가서고 맞이하는 이런 마음이 서로 열려 있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가장 중심적인 여행 목표지로 선정했던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밝은 대낮인데도 왠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고 내부 진열대에 쌓여있는 유태인 희생자들의 가방. 안경. 구두. 머리카락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데는 놀라움과 분노 그 자체였다. 몇백만을 집단 학살했다고 하니 진열된 분량은 구우일모(九牛一毛)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구두 등 어린 아이들의 유품이 섞여 있고 희생자들의 머리카락으로 카펫 등 생활용품을 만들 때 사용했다고 하니 나치의 만행과 잔혹함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남의 나라에 들어가 살던 유태인들의 이웃을 배려하지 않는 생활태도가 현지인의 혐오감을 낳게 하여 학살대상으로 삼을 빌미를 준 것 같다. 일상의 혐오감이 몇백만을 학살한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제노포비아(외국인혐오증) 때문에 이런 큰 비극적 상황이 전개될 수 있음을 우리도 큰 교훈으로 삼아야겠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외국 관광객이 찾아오고 외국 노동자. 국제결혼 등으로 귀화한 외국인들이 살고 있는데 평소 그 사람들을 존중하고 따뜻하게 배려했는지 지금까지 그렇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그렇게 실천해야 할 것이다. 또 외국에 나가 살거나 여행할 때 외국인에게 비친 우리의 모습은 몇몇 잘못된 행위로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남겼던 잘못된 흔적들이 어글리코리안으로 인식되고 혐한의 부메랑으로 돌아와 우리상품 불매는 말 할 것도 없고 테러의 대상도 될 수 있으므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국격에 맞는 국민의 품위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요즈음 자동차 광고에 ‘당신께 오마주합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존경·경의·감사하다는 뜻과 헌정한다는 말이라 한다. 평소 외국인을 존중과 배려 겸손을 헌정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여행 중 매너를 잘 지키는 멋진 모습을 보이면 그들도 우리를 환한 웃음으로 대할 것이고 우리 모두가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여행 중 잘못된 흔적을 남기지 않았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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