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거리에도. 교정에도 아름다운 생명의 불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교정의 울타리에 만개한 벚꽃을 감상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벚나무 아래에서 재잘대는 아이들 소리에 벚꽃도 신이 난 듯 연신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만우절(4월 1일)에는 연례행사처럼 아이들이 선생님을 골탕 먹이려고 나름대로 머리를 써보지만 교사들에게는 매년 되풀이되는. 익숙한 메뉴들입니다. 복도 학급명패를 다른 반으로 바꾸고 교실에는 다른 반 아이들이 섞여 있어도 모른 척하고 수업을 하면. 아이들은 선생님이 속은 줄 알고 재미가 있는지 깔깔거리며 온통 난리법석입니다. 교실에도 벚꽃 같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만발하였습니다. 3월은 아이들이나 교사들에게 무척 바쁘게 지나갔습니다. 신입생들도 한 달의 적응기간이 지난 탓인지 교실은 화기애애하다 못해 시끌벅적합니다. 아이들의 유연성과 적응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여학교인지라. 여중생 특유의 발랄함이 넘칩니다. 사소한 일에도 웃음이 많고. 재잘대는 소리는 참새 방앗간 같습니다. 시샘도 많아서 선생님이 자기의 이름을 모르면 서운해 하고. 수업 중에도 엉뚱한 행동으로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학기 초에는 쉬는 시간마다 학급의 사진첩을 책상위에 펴놓고 외워보지만 막상 수업 중에는 갑자기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알고 있는 아이의 이름조차도 함부로 부르지 못합니다. 혹시라도 아는 아이의 이름을 호명하면. 다른 아이들이 자기의 이름을 아는지 너도 나도 확인해오기 때문입니다. 학년 초가 되면 저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장점[특성] 하나씩을 꼭 알려주기로 약속합니다. 동시에 3월에는 아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꽃 호칭을 지어주기도 합니다. 아이의 얼굴이나 특성에 부합되는 꽃 이미지를 연결시키면 쉽게 외울 수 있고. 여학생인 경우에는 가끔씩 꽃 호칭을 불러주면 좋아하기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꽃 호칭은 너무도 많습니다. 코스모스 세라야[가명]. 국화 민영아. 들국화 아림아. 벚꽃 은지야. 민들레 찬미야. 제비꽃 소연아. 채송화 수빈아. 수선화 정민아. 꽃다지 현지야. 장미 다현아. 달맞이꽃 유진아. 해바라기 주희야 등. 아이들의 꽃 호칭에는 아이들에게 밝히지 않은. 저만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기대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금년 3월에는 새삼스런 가정방문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3월 중순에 교육과정설명회가 있었는데. 전교생의 절반이 넘는 250 여명의 학부모가 참석하였습니다. 저녁 7시부터 시작하여 담임교사와의 상담까지 10시가 넘어서야 모두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그 다음날부터는 교육과정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한 학부모님을 대상으로 가정방문을 하라고 교장선생님께서 지시하셨습니다. 90년대 이후부터는 가정방문으로 인한 일말의 오해[촌지]를 없애기 위해 거의 모든 학교에서 가정방문을 금지하였는데 이제 다시 가정방문을 실시한다니.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일과를 마치고 주로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가정방문을 가면. 기대이상으로 학부모님들이 환대해주시며 가정환경이나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특히 한부모가정. 부모님이 이혼한 가정. 고모나 조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가정은 반드시 담임교사가 방문하여 아이의 가정환경을 파악함으로써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보살피고 도와주는 일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기를 교장 선생님은 특별히 당부하셨습니다. 학교에서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밝게 행동하는. 결손가정 아이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가정방문의 필요성을 새삼스럽게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학교는 기업 경영 체제를 도입하여 교육 기획에서부터 절차나 과정. 그리고 가시적인 우수 성과산출물을 홍보하는데 교육력을 집중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본질적인 측면에서의 학교 교육은 아이들이 우열성을 떠나 모두 존중받아야 하며. 비록 가시적인 성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아이의 내적 성숙을 도와주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즉. 학교 교육은 모름지기 우리 아이들을 인간으로서의 삶의 품위와 가치를 창조하는 인격체로 키워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다음에는 ‘기억의 원리와 기억의 향상법’이란 주제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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