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 알아가기 이병주의 “지리산”을 읽다 함양을 알게 되어. 상림숲. 오도재. 천왕봉. 둘레길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 한 곳과 아무리 설명해도 당최 모르는 곳들에 관심이 생겨 계절마다 ‘심기일전’ 충전지로 찾게 되었던 여행지(휴양림)에 자리를 잡고 살게 되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2011년 귀농 후. 마천면 유일에 북카페 겸 소규모 빵집 운영을 하다 2012년 9월 세 번째 태풍 ‘산바’로 인해 1년간 공들여 자리 잡았던 집이 완파되고 매장에 있던 집기와 책들 모두 흙탕물에 잠기는 일을 겪게 되지만. 지리산이 좋아 떠나지 못하고. 다시금 새롭게 시작하여 살고 있는 매일매일이 여행 같은 부부에 일상을 적어봤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어느새 차가워진 아침공기가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마다의 감성을 이곳저곳 휘젓고 돌아다니는 아침.... 오늘은 2013년 10월26일... 제13회 천왕축제가 열린 날입니다. 말로만 듣던 천왕축제(백무동 매표소앞 주차장) 현장에서 내가 빵을 팔게 될 줄이야... 알 수 없는 인생은 나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으로 데려다 놓았고. 그 안에 우리가 있습니다. 10년 전 가족여행에서 부모님과 백무동 계곡 길을 걸었고. 3년 전 남편과 칠선계곡에 발을 담그고. 둘레길을 걸으며.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매년 휴양림으로 여행오기 귀찮다는 핑계로 휴양림 근처 양정마을에 자리를 잡고 살게 된지도 벌써 3년이 되어갑니다. 주위 모든 사람들이 바쁘게 발걸음을 동동거리는 이 시간. 누굴까요? 초롱초롱한 눈빛에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언니!! 등산 좋아하세요?” “네...;; 좋아하죠” 혼자 여행 중이라며. 쉴 새 없이 질문을 해대는 이 아이. 요즘은 부쩍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아~ 부러웠습니다. 무지무지 부러웠고. 나도 저렇게 배낭하나 둘러매고 낯선 여행지에서 처음 본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었던 때가 있었는데... 라는 회상에도 젖어봅니다. 2000년 밀레니엄 등반을 준비하며. 천왕봉을 오르기 위해 한 달 전부터 인라인으로 하체를 단련시키며. 함께할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허나. “어차피 내려올 걸 굳이 왜? 산을 올라야 하냐?”. “무릎 아프다. 안간다”라는 이유들로 결국 혼자 등산을 하게 됐습니다. 서울에서 자정에 출발하는 버스에 오르니 4시경 백무동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비가 내립니다. 가져간 옷을 꺼내 겹겹이 껴입고선. 차에서 내립니다. 안내소 옆 검은 봉지가 바람에 움직입니다. 덮게인가? 뭐지? 점점 커집니다. 들여다보니. 아하. 까마귀였습니다. 날개를 펼치니 장닭 만한 까마귀도 마치 3m짜리 대머리 독수리로 보이는 어둑한 새벽. 새벽 산을 오르자니 나보다 두려움이 앞서갑니다. 출발 2시간 후. 걸음 빠른 등산객들이 계속해서 앞서갑니다. 달빛. 별빛. 구경도 못하고 아래만 보고 걸음걸음을 옮깁니다. 옆에 축지법으로 오르는 분들을 붙잡고는. 힘들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헉. 헉. 정상까지 많이 남았을까요?” 하고 물으면. “다 왔어요!” 라며 힘내라는 미소와 함께 따뜻한 눈빛을 보내주신 분들도 만났습니다. 높은 산인만큼 날씨 또한 변덕이 심합니다.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듯 온통 하얘지더니. 바람까지 세게 불기 시작했습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계단들... 그 길로 산을 오르니 이 계단을 만드신 분들을 위해 고개 숙여 감사인사도 하고. 오로지 한걸음씩 꿋꿋이 내딛는 발등만 내려다보며. 걷고 또 걸으니 무념무상의 경지에 다다를 때쯤 장. 터. 목. 산장이 보입니다. 취사장에서 떨리는 손으로 컵라면을 먹습니다. 볶음김치 없는 컵라면은 상상도 못했는데... 눈물 나게 맛있습니다. 배가 부르니 배낭에 무게도 한층 가벼이 느껴집니다. 멀리서 안내 방송이 들립니다. 산장 안에서 ‘음식물을 먹는 행위는 금지되어있다’는 내용입니다. 또 대피소 예약이 되어 있지 않은 비예약자는 가장 빠른 등산로로 하산하라는 말씀도 해주시는군요. 국립공원이고 함께 사용하는 시설이니 만큼 규칙을 지키자는 의미겠지요. 입가심으로 초콜릿도 한조각 물고. 화장실도 해결한 뒤. 내려갈까? 올라갈까? 한참을 고민하다. 마음 다잡고선 다시 산행을 시작합니다. 천왕봉까지 소요시간 대략 1시간 30분... 음. 드디어 완만한 산길이 나옵니다. “역시 산은 흙길이야” 라는 생각도 잠시... 종아리가 빵빵하게 뭉쳐오고. 무릎이 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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