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 신세다 보니 고향을 떠나지 못하고 함양에서 60여년을 살았다. 그러다보니 돌아오는 선거철마다 재탕 삼탕 드라마를 보게 된다. 선거 때마다 그때그때 당적(무소속까지 포함)도 달라진다. 공천해 주는 곳이 곧 소속 정당인 셈이다. 선거철마다 민주당이 주동이 되어 통합신당을 만든다. 이번에도 예외일 수 없었나보다. 물론 이런 현상이 민주당만의 잘못은 아니다. 정당들이 판세가 불리할 때마다 수시로 개명을 하거나 이합집산을 하는 바람에 한국 정치인들에게서 ‘본적’ ‘원적’ 따지는 일이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 지난 주말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전격 발표하자 각 정당과 예비후보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은근히 야권 표 분열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해온 새누리당이 ‘야합’이라며 맹비난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다급하다는 증거다. 이번에는 ‘길수 민주당’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낡은 수법이지만 한 건 했다. 안철수 의원은 ‘새 정치. 헌 정치’ 가릴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 영어로 New Political Vision Party라는 당명을 확정(2월16일)한 지 딱 14일 만(3월2일)에 새정치·헌정치연합에 합의했다. 김 대표는 올림픽으로 치면 메달감이다. 그는 당을 지지도 최악의 수렁에서 건져 올릴 밧줄을 거머쥐었다. 안 의원의 정치 호적(戶籍)을 슬쩍 바꿔낸 김 대표의 솜씨는 고수라 할 만하다. 김한길이 누구인가. 소설가이고 방송진행자였다가 DJ가 대선 4수(修)를 위해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에 18년 전 영입되어 산전수전 다 겪었다. 그의 당적은 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중도개혁통합신당→대통합민주신당→민주통합당→민주당을 거쳐 가칭 ‘길수 민주당’으로 탈바꿈할 참이다. 그 자신이 정당 신장개업에 관한 한 선수(選手) 중에 선수이다. 야권이라고 느긋하게 선거를 치를 처지가 아니다. 3월17일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추인 받을 예정이었던 ‘새정치연합’은 출생신고도 못해 보고 사라질 판이다. ‘새 정치’를 바라던 이들이 ‘구정치’와의 통합에 실망해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민주통합당에서 민주당으로 개명한 지 1년 만에 다시 문패를 바꿔 달아야 하는 민주당도 심란하긴 마찬가지다. 당장 6·4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기초 단체장 및 의원 후보들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의해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서야 한다. 원래 공직선거법에 따라 국회 의석수를 기준으로 기호 1 새누리당. 2 민주당. 3 통합진보당. 4 정의당. 5번부터는 의석이 없는 정당에 부여하고. 그 후 무소속은 추첨에 따라 배정한다. 정치 개혁의 명분도 좋지만 소속 정당을 밝히지 못하고 선거를 치러야 하는 후보들은 마치 총 없이 전쟁터로 내몰린 기분일 것이다.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 하는 것은 유권자들이다. 6·4지방선거의 투표용지는 모두 7장(광역단체장. 광역의회 의원. 광역의회 비례대표. 기초단체장. 기초의회 의원. 기초의회 비례대표. 교육감)이다. 광역 투표용지에는 정당 기호가 인쇄되지만. 기초 단체장 및 의원 투표용지에는 2번이 빠지고. 기초 비례대표에는 다시 2번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신당 합의에 따라). 교육감 투표용지에는 기호 없이 후보자 이름만 인쇄되는데 그마저 선거구별로 순환배열하기로 했다. 자칫 ‘후보자 이름도 몰라요 정당도 몰라요’ 식의 ‘깜깜이 투표’가 되기 십상이다. 또 기존의 습관대로 ‘무조건 기호 1번’ ‘찍을 때는 위에서 두 번째’ 식으로 선거운동을 했다가는 엉뚱한 후보가 당선되는 ‘로또 투표’가 될 수도 있다. 믿을 것은 후보 개인의 능력에 집중해 신중하게 가려내는 유권자의 안목밖에 없다. ‘가리다’는 의미의 한자로 선(選)과 택(擇)이 있다. 흔히 ‘선택(選擇)’을 한 단어로 쓰지만. 각각의 한자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선(選)은 ‘많은 것 가운데 좋은 것을 골라내다’는 뜻으로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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