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가부장중심의 대가족을 당연시하면서 부계혈통을 중요시해왔다. 그러나 사회가 급변하면서 핵가족화 되고 혼인에 대한 관념과 사회분위기가 바뀌면서 참으로 다양한 가족형태가 생겨나고 있다. 당당한 싱글맘과 최근엔 동성 간의 합법결혼 인정을 요구하는 형태도 빚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역사상 근대 이후 만들어지는 가족형태는 빠르게 옛날부터 내려오는 관습모델을 파괴하고 있다. 물살이 빠르면 그 속도만큼 주변을 헤치고 내려오듯 빠르게 변하는 가족형태는 소름끼치는 뉴스를 우리에게 전해주기도 한다. “저도 죄인이니 처벌해 주십시오” 작년 가을. 울산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한 여인이 1인 시위를 벌리는 사진이 올라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다. 울산에서 계모의 학대로 숨진 여덟살 여자아이의 친엄마 사진이었다. 피켓에는 ‘내 아이를 살해한 동거녀를 살인죄로 처벌해 달라. 아이 아빠를 공범으로 처벌해 달라. 저도 죄인이니 처벌해 달라’는 육필로 쓴 내용이 적혀 있었다. 계모에게 맞아 숨진 여자아이는 갈비뼈 16개가 부러지거나 금이 간 상태였다니 인면수심의 잔혹성에 소름이 돋는다.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학대와 폭행을 당해온 그 아이를 ‘생지옥’에서 구할 수 있는 기회는 2년 전에 있었다고 한다. 유치원 교사가 폭행 흔적을 발견해 신고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행위자가 거부하면 접근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이 없다며 계모에게 아이를 되돌려 보냈다. 허술한 법망과 주변의 무관심이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아 안타까움은 더하다. 또한 자녀들을 상습적으로 때린 친엄마가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되는 사건도 있었다. 사건의 진상을 따져보면 언제나 경제적 곤란이 자리 잡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쉽게 가정을 파괴하고 가정을 책임질 어른들이 아동학대를 일삼고 자신까지 망치고 있는 것이다. 아동학대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인데. 아동학대자들은 성인을 폭행했을 때 절반 수준의 처벌을 받는다. 아동학대에 관한 독립된 법률이 없고 가해자의 상담과 교육에 대한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신체학대 보다 마음의 상처를 받는 정서학대가 더 많은데 정서학대는 고소와 고발조차 어렵다. 우리사회의 비뚤어진 가족형태의 감성을 잘 표현한 시 한 편이 올해 초 회자된 적이 있었다. 필자도 그 시 한 편을 첨 접하고선 우리사회 가족의 급변을 멍멍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읽어내는 내내 불편했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시 한편이었다. ‘갈라진 교육’(2014 경향신문 신춘문예 심지현)은 제목이 암시하듯 ‘현대판 계모’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 절묘하다. ‘오빠 내가 화장실가다가 들었거든. 내일 아줌마가 우릴 갖다 버릴 거래. 그 전에 아줌마를 찢어발기자//<중략> 여긴 아줌마가 오기 전부터 우리 집이었어. 난 절대 쫓겨나지 않을 거야.’ 새 엄마를 바라보는 여동생의 상상은 끔찍하다. ‘너 시들지 않는 새엄마를 시기하고 있구나. 아버지가 무능해서 고생하는 예쁜 나의 새엄마//<중략> ’아. 못생긴 엄마가 떠나면서 주고 간 선물. 예쁜 우리 새엄마!’ 어린 오빠는 새 엄마를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갈라진 교육’은 당돌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새엄마를 바라보는 남매의 시각은 잔혹하면서도 따스하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계모의 잔혹사를 모티브로 삼았고 현재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가족관계를 폭로하고 있다. 물질적인 풍요가 정신적인 여유를 가져오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황폐해지고 있는 사회에선 비이성적인 현상들이 범람할 수 밖에 없다. 자본주의의 잔혹함 앞에 가정이 일순간 파괴되고 그 안에서 행해지고 있는 은밀한 폭력들이 세상을 향해 구원의 손짓을 하고 있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를 선진국에선 ‘영혼 살인’으로 규정해 무겁게 처벌하고 친권도 박탈한다. 우린 아직도 남의 가정사니 함부로 간섭할게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주위의 신고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영혼이 파괴되는 가정폭력.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건강한 우리 사회를 위해 앞장서서 막아야 할 것이다. 가정폭력 외면은 ‘영혼살인’ 방조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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