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우리네 어머니들은 설이 지나고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장을 담갔다. 장은 1년 내내 사용하는 것이고. 장맛은 그 집안에서 조리하는 모든 음식물의 맛을 좌우하는 것이었으니 그 정성이 남달랐을 수밖에 없다. 길일을 택해 잘 띄워진 메주에 깨끗한 물. 국산 천일염. 여기에 어머니의 정성어린 손맛이 곁들여져 우리의 전통 장이 만들어졌다. 요즘은 이 같이 만들어진 장을 찾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조미료나 간이 강한 시판제품이 사용되면서 건강에 좋지만 만들기 번거로운 전통 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함양물레방아 떡마을(이하 떡마을)이 최근 전통 장 만들기에 승부를 걸었다. 함양에서 마을 기업 1호이자 10년 경륜의 체험마을이기도 한 안심마을의 승부수다. 함양물레방아 떡마을 영농조합법인 정태순(59) 위원장. 올해 초 임기 2년의 위원장에 오른 그는 “어르신들만 계시던 마을에 생기가 돌고 활기가 넘칩니다. 안심마을을 전국 최고의 문화 생태 체험마을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라는 포부를 밟혔다. 떡마을은 이미 떡 만들기 체험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마을로 많이 알려져 있다. 56가구 110명이 생활하는 이 마을은 지난 2005년 처음으로 체험마을로 선정된 이후 다양한 지역의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거치지 않고 지난 2012년 장류 즉 메주를 이용한 장을 만드는 마을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곳 떡마을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생산한 콩을 사용해 두부와 청국장도 만들고. 메주를 만들어 장을 생산한다. 아직은 시작단계라 활발한 사업을 펼치지 않지만 지역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콩. 좋은 원료인 콩으로 만든 메주와 장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재창출하는 것이다. 장류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오폐수처리시설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설치하는데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시설을 어떠한 지원 없이는 설치할 수 없다. 지난해 겨울 체험 참가자들이 직접 메주를 만들고. 장항아리를 분양받아 직접 장을 만들어 가져간다. 지난해 만든 메주가 현재 황토 숙성실에서 맛좋은 메주로 만들어지고 있다. 장 만들기는 2월부터 4월까지 진행되며 현재 메주와 장을 분양중이다. 떡마을의 1년은 바쁘다. 3월부터 11월까지 떡 만들기 체험부터 다양한 체험 방문객들이 찾는다. 겨울철인 11월부터 3월까지는 메주와 장 만들기 체험이 진행된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만큼 무엇보다 마을기업이 원활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마을 주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수많은 마을기업들이 생기지만 이곳 안심마을 만큼 주민들의 참여도가 높은 곳도 없다. 마을 부녀회원 10명 정도로 조를 나눠 체험마을을 운영한다. 물론 일하러 나올 경우 약간의 인건비를 받을 수 있다. 체험마을 뿐만 아니라 마을기업은 마을 주민 50여명이 출자해 마을 기업을 함께 이끌어간다. 이렇다보니 모든 내용을 철저하게 공개하고 있다. 이곳 떡마을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췄다. 오죽하면 “주변에 널린 것 뽑아서 활용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정 위원장이 말하겠는가. 떡마을 인근에는 야생초 체험. 곤충 체험. 사과농장 체험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 무대가 마련되어 있다. 정 위원장은 “작은 마을에 3가지 체험 농장이 있는 곳은 전국에서 이곳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정태순 위원장은 마을기업의 일 뿐만 아니라 2ha 규모의 탑프루트 친환경 사과를 재배하며 사과교육농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정연근 전 위원장은 인근에서 야생화 체험농장을. 또 인근에는 유명한 곤충체험농장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을을 조금만 벗어나면 전래놀이 체험농장인 ‘다송헌’. 지리산약초과학관. 예술마을. 그리고 천혜의 자연인 용추계곡이 있어 자연과 하나가 된 문화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함양물레방아 떡마을이다. 떡마을은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참 많다. 체험마을 운영과 장 만들기까지. 그 중에서 장을 이용한 단체급식에 도전하고 싶다고. 정 위원장은 “학교급식이 친환경으로 하고 있다지만 장류는 대부분이 마트 등에서 사서 사용한다. 이는 모두 죽은 장류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전통의 장맛을 보여주고 싶다. 학생들이 직접 메주를 만들고. 할머니들이 학교로 가서 장독대에 장을 담가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적으로 단체급식을 하고 있는 군청을 비롯한 학교 등 함양지역 만이라도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여주축제가 열린 곳이 이곳 안심마을이다. 3일간 열린 축제는 축제추진위와 함께 마을 주민들이 대거 참여했다. “평군 70이 넘어가는 마을 어르신들이 축제 기간 뙤약볕에서도 즐겁게 열심히 도와 주셨다. 이것만 보더라도 안심마을이 얼마나 화합이 잘 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자부했다. 이제는 새롭게 이사한 건물 주변에 꽃과 나무도 심고. 건물 벽에 벽화도 설치하고. 아름답게 꾸며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선물할 일만 남았다. 앞으로 떡마을은 하루 놀러 와서 떡하나 만들고 가는 단순 체험에서 벗어나 체험 참가자들이 자연을 느끼며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정태순 위원장은 “하루 와서 놀다가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만들어 자라 성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하고 재방문 할 수 있는 소중한 추억거리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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