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까지만 해도 담임교사의 가정 방문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신출내기 교사로서 학년 초에 반 아이들의 가정 방문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 제가 근무하던 학교가 고성 당항포에 있는 회화중학교였는데 한 학년이 4학급 규모의 어촌 학교였습니다. 경북에서 자란 저에게는 교실 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의 전경이나 밤바다의 파도소리가 이국적인 향수를 느끼게 하였습니다. 실제로 마주하는 바다가 너무도 신기하여 교직 생활이 한동안 낭만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가정방문을 통해서 어촌 사람들 삶의 실상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 반 아이들 중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았지만 아이들은 전혀 내색하지 않고 학교에서 밝게 생활하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일과 후에 마을 단위로 가정 방문을 가면 학부모들이나 마을의 어르신들이 환대해주시며 건네시는 막걸리를 먹다가 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취기를 숨기니라 당황했던 기억이 눈에 선합니다. 이렇게 학년 초. 두 주간의 가정방문을 마치면. 얼굴이 비슷하여 구별이 잘 되지 않던 아이들이나 학부모도 한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아울러 아이들의 가정환경을 이해하게 되면서 아이들이 더욱 대견스럽고 정겨워지는 동시에. 아이들도 저에게 스스럼이 없이 다가오게 됩니다. 요즘 교사들은 아이들의 행동이나 특성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애로를 겪습니다.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가정환경 파악이나 학부모와 대면하여 상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쩌다 아이의 비행 문제로 학부모와 첫 대면할 때는 서먹서먹하여 조심스럽게 업무적인 대화에서 그치고 맙니다. 특히 아이들 간의 갈등 문제[싸움]인 경우에는 담임교사와 학부모들 간의 불신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년 초에 담임교사와 학부모가 허심탄회하게 교감할 수 있는 상담이 사전에 있었다면 자녀의 교육문제를 훨씬 진지하게 풀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집은 아이들의 보금자리인 동시에 혈연을 통한 연대 속에서 가정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또한 집은 아이들에게 휴식과 학습. 꿈과 끼를 기르는 공간인 동시에. 작은 사회 공동체로서 사회성을 기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아이는 집이라는 삶의 공간을 통해서 자신의 자아상을 형성해 가고 ‘우리’라는 동질성을 함양하는 동시에 협력과 배려의 인성을 키워갑니다. 아이에게 집이 없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집은 아이가 부모의 보호 아래 육체적으로 성장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하는 요람과 같은 곳입니다. 집은 아이에게 단순히 의식주만을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가 태어나 자라면서 가족간의 사랑을 나누며. 자신의 정체성[변하지 않는 독립적인 성질. 얼]을 확립해 가는 공간입니다. 집을 방문해보면 그 가정의 특성을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집[사람]은 거실에 값비싼 양주들을 진열해놓았고. 그림을 좋아하는 집은 거실의 벽마다 좋은 그림들이 걸려 있으며 식물을 좋아하는 집은 좋은 난과 화초들로 가득합니다. 제각기 집마다 어른들의 기호와 가치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집으로서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집은 가족 공동체의 문화공간이고 교육공간입니다. 집의 환경은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면에서 가장 원초적인 심성을 키우는 공간입니다. 아이에게 집은 사회[세상]의 축소판이고. 사회성을 기르는 도량(道場)과 같은 곳입니다. 특히 영유아기에 습득하는 인성. 학습법. 기본생활습관은 가정에서 배우고 익히는 것으로. 아이의 미래 역량은 바로 유년기의 집에서 태동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집은 아이들을 위한 학습이나 교육의 공간이면서도 가족이 함께 꿈을 키우는 공간입니다. 명화나 비싼 물건의 진열보다는 가족들의 사진과 시화. 그림과 취미활동. 독서와 운동 및 휴식 공간. 가훈 등으로 가족의 과거와 현재의 흔적. 미래의 꿈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아이들 방에는 자녀의 롤 모델 사진. 진로 로드맵. 계획표.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꿈들로 벽에 가득차야 합니다. 아이들이 좋은 꿈을 꾸게 하고 자아 정체성을 기르는 공간으로서의 집을 부모가 힘써 가꾸어야 합니다. 다음에는 ‘자녀의 효과적인 학습전략’이란 주제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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