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는 낙엽은 내년에도 질것이지만 인생 낙엽은 한번 지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문구가 왠지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시간입니다. 종교란 무엇인가를 논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저를 엄청나게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제가 종교전문가도 아니고 종교에 관해서 무지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종교에 바라는 바는 있습니다. 제가 바라는 교회. 아니 종교는 순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각 종교의 교리에 완벽하리 만큼 철저함을 유지하고 계승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종교지도자들은 철저하게 그 교리를 지키고 교육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그들의 실천하는 모습을 본받아 사람들이 살아가려고 노력할 때 종교 본연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작금의 종교를 제 입장에서 볼 때 종교는 이미 본연의 모습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가 세상의 논리에만 빠져들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정치 세력화 되어간다는 느낌이 너무도 강합니다. 어쩌면 이미 현실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종교는 이미 종교가 아니라 하나의 이익단체에 불과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종교에 귀의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선한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설 자리마저도 빼앗아가는 악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감히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편승하여 종교지도자들은 정치에 빌붙어 기생하려고 하고 종교를 정치적인 혹은 개인의 영달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말 순수한 종교지도자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종교지도자들도 사람인지라 때로는 실수도 하고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자기 성찰과 노력이 수반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조차 일반 사람들과 구별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종교지도자라고 명명해야 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지불식중에 황폐해진 내 마음이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을 때. 혹은. 때때로 삶이 너무 힘들어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지나간 일들이 아쉽고 후회가 될 때. 지금 이후로부터 앞으로의 내 삶이 좀 더 바람직하게 살도록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에 의지하고 싶을 때. 새로운 실천을 위한 의지를 다지고 싶을 때.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한번 아니. 보름에 한번이라도 나 자신의 지난 삶을 돌이켜보고 반성하고 다짐하고 새로운 힘을 얻고자 교회를 갑니다. 너무나 부족하고 모순투성이인 제 자신이 좀 더 바람직한 삶을 살기 위해. 반복되는 일상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처절한 갈증의 표현이자 노력의 일환이며 인간답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고 하면 길 수 있는 이 한 시간이 나에게 아무런 유익이 없고 오히려 내 영혼을 피폐하게 만든다면 차라리 그 한 시간을 지키지 아니하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조차 아무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아무런 교훈도 주지 못한다면 일분일초가 중요한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다른 대안이라도 찾아 주는 것이 어른으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또 올바른 기독교인으로 성장하여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는 동량으로 자라게 하고자 한 우리 보육원 설립자의 정신을 지켜 아이들에게 올바른 종교에 대한 철학과 습관과 종교와 종교인에 대한 본연의 모습을 심어주어야 하는 것이 저의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00여년 이상의 시간을 한 종교의 울타리 안에서 지내왔던 성민보육원이 지난 11월 첫째 주일을 기해 교회와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성민보육원 설립자이신 황보기 장로의 사역으로 지난 1912년 시작된 교회와의 인연은 새로운 교회지도자가 시무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결별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원 내에서 자체적으로 외부의 목사님을 모시고 예배를 드립니다. 혹자는 이런 저를 보고 40대 후반의 나이에 사춘기 애들처럼 철이 없냐고 힐난을 하십니다. 아마 제가 아이들과 살아서 그런 모양입니다. 아니. 제 기준에 혹은. 제 기호에 맞지 않아서 핑계를 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종교라는 명목으로 혹은 종교지도자라는 이름으로 법을 무시하고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숨은 의도를 가지고 교회를. 종교를 이용하려는 것에는 저는 동의할 수 가 없습니다. 일주일에 단 한시간이라도 진정한 뉘우침과 용서와 위로와 치유와 다짐의 시간이 종교라는 이름을 통해서 저에게 주어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성숙한 인간으로. 조금이라도 더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힘의 원천을 공급받을 수 있는 종교가 저와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한 종교를 꿈꾸며 저는 제게 쏟아지는 오늘의 이 비난을 달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종교를 가진 좀 더 성숙한 인간이 되어서 반드시 빠른 시간 안에 돌아갈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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