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함양의 최대 이슈는 어지러운 정치판도. 지역 개발도 아닌 군에서 편찬한 ‘사진으로 본 함양농업 변천사’일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780점의 사진 속에는 함양의 옛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50. 60대는 몸으로 직접 체험했던 모습들이. 일부 장면만이 30~40대는 어렴풋이 뇌리에 떠오를 것이고. 30대 이하는 전혀 생소한 모습으로 비춰질 것이다. 불과 반세기 전의 사진들을 보면서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을 편집한 함양군농업기술센터 하종희 소장을 통해 책 편찬 과정과 함양 농업에 대해 들어 봤다. 하종희 소장은 “자신의 할아버지. 아버지가 이 땅을 열심히 노력해서 가꾼 결과물이 이 나라를 살기 좋게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의미가 있다”고 책을 편찬한 배경을 설명했다. 함양농업 변천사에는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780점의 함양군 농업관련 사진들이 담겨있다. 하 소장이 찍어서 보관하던 1만3.000여 컷의 사진 중 고르고 그른 사진과 그가 수집한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사진들이다. 하 소장의 사진 찍기는 30년이 넘었다. 1977년 첫 공무원을 시작한 하 소장은 “당시 우리 농업과 함양의 농업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구불구불했던 경작지가 경지정리를 통해 반듯하게 변하고. 새마을 운동을 통해 초가집이 없어지는 등 수많은 변화가 시작됐었다. 그 많은 변화들을 렌즈에 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책을 편찬하기 위한 기획부터 1년이 걸렸다. 사무실에서 작업을 하지 못하니 집에서 새벽까지 작업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건강도 급속하게 나빠지기도 했다.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보는 그의 성격상 무리를 해서라도 완성된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1차 마무리를 하고 손을 털고 나니 몸도 마음도 씻은 듯 나았다. 그는 “우리나라 5.000년 역사 속에서 최근 50년간의 변화가 가장 클 것이다. 예전 우리나라는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주식인 벼농사가 주를 이루었으며 또한 쌀이 절박했던 시기이다. 지금은 먼 나라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그 당시 힘들게 일한 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 당시 노력하고 노력해서 이만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천사를 보면 나이 많은 어르신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이들에게는 이 땅을 일군 할아버지 아버지를 생각나게 한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함양의 역사를 잘 기록하고 간직해 후세에 조그마한 교훈이라도 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는 지난 11월 농업인의 날 행사장에서 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전시장에 책에 실린 사진들을 전시했는데 한 아주머니가 가만히 사진을 바라보며 눈물 흘리고 있었다. 그때 당시 생각이 나서 운다는 것이다. 사진 한 장이 추억에 젖게 하고 눈물을 흘린 것이다. 현재는 감성 마케팅 시대라고 한다. 사진 한 장으로 기술적이고 효율적인 감성 마케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나온 ‘함양농업 변천사’를 찾는 이들이 많다. 그 당시의 향수를 떠올리는 이들. 그러나 군민들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선거 등으로 인해 일반인들에게 배부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번 책에 실린 사진들은 서울대 농대 축제 전시. 향우회 전시 등을 통해 함양을 알리고 고향을 떠난 이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켜 더욱 진한 고향 사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진행중인 농업기술센터가 신축될 경우 역사관을 만들어 함양 농업의 역사를 전시할 계획이다. 그는 “타 지역에는 이 같은 자료가 없어 역사관을 만들지 못하지만 우리 함양에는 훌륭한 자료들이 있어 앞으로 교육 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하종희 소장은 물론 농민들과 관련 공직자들에게도 신명나는 한해였다. 특별한 기상 악조건 없어 수확량도 대폭 늘어 대풍이었으며 농산물 가격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어 농가 소득 향상이 기대된다. 특히 쌀농사는 대풍이었다. 똑 같은 조건 속에서도 542kg을 생산했다. 인근 합천의 경우 500kg으로 함양이 쌀 한가마를 더 생산한 것이다. 하 소장은 “함양 생기고 최고의 생산량”이라고 기뻐했다. 쌀농사뿐만 아니라 다른 농작물도 잘 됐으며 가격도 높게 형성됐다. 양파도 지난해 300억 가량의 매출이었지만 올해는 400억원으로 한 작목에서 100억원의 소득 향상이 있었다. 사과도 그렇고 곶감도 그렇고 똑 같은 여건 속에서 타 지역보다 잘 된 것은 농민들과 관련 공무원들이 힘을 합친 결과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올해 첫 농업인의날과 농업인상이 만들어져 농민들이 자긍심을 갖고 더욱 매진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종희 소장은 “함양은 지리산과 덕유산 골짜기에 위치해 있지만 한 시간 거리에 대전과 대구. 광주 등 대도시들이 인접해 있어 농촌관광은 물론 가공식품 등을 이용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무원들은 소명의식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잇따른 FTA로 인해 전 세계 무역 장벽이 와해되고 있는 이때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 남은 임기까지 나에게 주어진 임무로 생각하고 함양 농업을 반석위에 올려놓겠다”고 다짐했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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