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로 전통이란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바람직한 사상이나 관습, 행동 따위가 계통을 이루어 현재까지 전해진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최소한 전통이라고 말하려면 4대를 이어온 백 년의 계속성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전통음식이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
흔히들 말하기를 중년이상의 부부들 사이에서는 아내가 곰국을 끓이면 어디 멀리로 여러 날 여행을 갈 것임을 의미한다고 한다. 밥을 할 줄 모르는 남편과 다 컸으나 음식을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잘 익은 김치만 있으면 몇 날 며칠 먹을 수 있는 곰국을 큰 솥으로 한 솥 끓여 놓고 친구들과 함께 국내든 해외든 여행..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다니다보면 부쩍 눈에 띄는 현수막들이 있다. ‘졸음운전, 자살운전, 살인운전’이라는 무시무시한 내용의 글귀를 도로공사에서 붙여놓은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졸면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는 사람들이 많은 시기임을 상기시키는 현수막들이다. 옛사람들은 이즈음을 여월(余月), 건월(乾..
오랜 전 밥상엔 늘 간장종지가 올라왔다. 전이나 튀김이 없어도 간장종지는 늘 밥상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는 밥상을 받으시면 바로 숟가락을 간장종지에 살짝 찍어 입으로 가져가신다. 아주 어렸을 때, 어른들의 행동을 무조건 따라 하던 그때 딱 한 번 따라 해봤지만 너무 짜서 다시는 ..
지난 주말에 나는 서울의 코엑스전시관에서 열리는 ‘2015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다녀왔다. 그곳에 전시된 생활디자인 제품들을 구경하면서 마음을 꽉 다잡느라고 노력했지만 결국은 칼 한 자루와 다구 몇 가지를 사들고 왔다. 며칠 전에도 나는 전주의 도자기 공방에 갔다가 접시를 비롯한 식기들을 구입하..
어머니 이전의 소금을 나는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소금은 모두 천일염이었다. 그러면 나의 소금은 무엇일까? 최근 나는 이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하기 힘들어졌다.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 견학을 몇 번 하였고 정제염을 생산하는 회사 견학을 하였기에 하는 말만은 아니다. 그 오랜 세월 어..
봄이 되면 전국 어디서나 담가먹는 된장이나 간장과는 달리 일부지역에서 담가먹었던 별미장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간장을 빼지 않고 담그는 경상도식 막장과 강원도식 막장이다. 어린 시절을 강원도의 춘천에서 보냈던 내가 기억하기로 조금 산다고 하는 집들에서는 우리가 지금 된장이라고 부르며 먹는..
오래된 문헌에 의하면 김장은 겨울농사고 장 담그기는 일 년 농사라 했다. 장 담그기를 일 년 농사라 말한 이유를 <증보산림경제>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장은 모든 맛의 으뜸이다. 집안의 장맛이 좋지 않으면 비록 좋은 채소나 맛있는 고기가 있은들 좋은 음식이 될 수 없다. 설혹 ..
이른 새벽에 길은 우물물을 정화수라고 말한다. 선조들이 정성을 들이거나 약을 달이는데 주로 썼다고 한다. 아들손자가 태어나라고, 자손이 잘 되라고, 가산이 늘어나라고, 가족들이 건강하라고...... 집집의 할머니나 어머니의 온갖 소원들을 위해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장독대에 떠놓고 두 손 모아 빌 때..
음력 시월상달엔 5대 이상의 조상 산소에서 제사를 지내는데 그 제사를 시제라고 한다. 지금은 시제를 구경하지도 못하고 지내지만 어렸을 때 외가에 가면 외할머니가 시제의 음식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시제 음식이 어떤 것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유일하게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것은 과질..
며칠 전 후배들과 함께 겨울 식재료 탐방이라는 명목으로 남해안을 돌았다. 썰렁한 녹차밭들, 바람이 매운 바닷가, 재래시장의 부산하던 술렁임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와 같이 온 것은 보성 득량면에서 나온 쪽파 한 단이었다. 굴도 있고 참다래도 있고 수많은 먹을거리들이 있었지..
춥다고 눈 온다고 겨울을 탓하며 지내던 때가 바로 엊그제인데 입춘이 벌써 코앞이다. 벌써 봄인가 하여 그런지 앞산엔 아직 눈이 하얗고 영하의 날씨지만 주변 산책에 추운지도 모르겠다. 아닌 게 아니라 바구니 들고 들로 나물 캐러 나가고 싶은 마음까지 드니 아직 철이 덜 들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쉬지 못하고 계속 일을 하는 탓이겠지만 벌써 두 달여를 감기와 씨름하고 있다. 전 같지 않다는 소리를 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나이인가보다. 다른 증세는 다 괜찮은데 계속 목이 불편하면서 기침이 쉬 그치질 않는다. 자리를 표고 누울 만큼은 아니지만 약이 되는 음식에 대한 강의를 하러 다니면서 ..
내가 식재료를 구입하는 방식을 생각하니 꽤나 복잡하다. 한살림, 두레생협 등 소비자협동조합을 통해 구입하는 경우도 있고 재래시장엘 가기도 하고 대형마트에도 자주 간다. 가끔은 인근의 오일장에도 어슬렁거린다. 그 중 내가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는 구입방식은 농부와의 직거래다. 하는 일의 특성상 식재..
고민을 하다가 표고버섯을 계속 식재료로 선택을 하고 음식으로 만들어 밥상을 차린다. 소비자협동조합 한살림에서는 표고버섯을 판매하지 않는지 꽤 오래 되었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우리나라 사람들도 방사능 오염에 대한 자각으로 방사능 오염 측정기를 들고 장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생겼다. 다른 버섯..
우리는 날마다 밥을 먹으면서, 그렇게 많은 날들을 밥을 먹으면서 우리 스스로 밥 한 끼를 지을 수 없다면 우리의 삶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가까운 거리로 사무실을 옮겼다. 옮기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같이 밥을 하고 직접 한 밥을 같이 먹..
나는 완도에서도 배를 타고 한참을 더 들어가는 작은 섬에서 태어나고 자란 남자와 결혼을 하였다. 그는 어린 시절 너무 배가 고파서 학교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동무들이랑 바닷가에서 성게를 잡고 미역을 따서 성게알로 미역쌈을 먹으며 배를 불렸다고 했다. 요즘도 가끔 그 시절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장난..
봄이 되면 끓는 물에 슬쩍 데쳐서 고추장에 무친 고들빼기나물이 꼭 몇 번은 밥상에 올라왔었다. 그때마다 젓가락질을 해보았지만 늘 돌아오는 느낌은 맛있다가 아니고 너무 써서 먹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전형적인 농촌이었던 외가 근처에서 살다가 그곳을 떠나 서울로 이사를 했어도 해마다 봄날의 어느 ..
무밭에 첫서리가 내리면 무는 더 이상 밭에 있으면 안 된다. 농부는 무를 뽑아 땅을 파고 묻어두고 무청은 잘라 엮어 그늘에 걸어둔다. 무밭에 첫서리가 내리는 날 배추도 첫서리를 맞는다. 첫서리에 배추의 푸른 잎이 얼어 마음이 조급해지지만 배추가 아무리 불쌍해 보여도 이때 쫓기면서 서둘러 수확하면 안..
밥상에서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음식이지만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통해 그 음식이 마치 어린 시절부터 먹어온 아주 친숙한 것처럼 한순간에 다가오는 것이 있다. 아니면 먹고 싶은 욕구가 일어나 갑자기 달려가고 싶은 것들이 있다. 나에게는 꼬막이 바로 그런 것이다. 바다와 먼 곳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