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한여름으로 달려와 장마의 한가운데 섰습니다. 늦게 찾아온 장마가 꽤나 매섭네요. 가까운 상림에 나가보니 컴컴한 숲이 습기 속에 통통 불어 있습니다. 우렁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계절의 성깔처럼 다가옵니다. 막혀 있던 답답한 것들을 뻥~ 하고 털어내는 정화작용이기도 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치유의숲 폭..
요즘 ‘상림다움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먼저 천년의 역사문화와 숲의 생명 다양성이 머리를 스쳐 갔습니다. 이것이 숲을 보는 관점이라면 나무를 보는 관점은 무엇일까 하고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우선 역사문화는 제쳐두고 숲에서 독특한 정체성[identity]을 갖는 각각의 생명을 떠올려 봤..
인류는 어디에서 태어났을까요? 그곳은 아프리카의 사바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종류의 풀들과 키 작은 나무들이 띄엄띄엄 모여 있는 열대의 숲이죠. 비가 오지 않는 건기에 나뭇잎은 동물들에게 수분 공급을 하기도 합니다. 이 나무들은 휴식처도 되고 먹이도 되는 거의 절대적인 생활공간인 셈인데요. 사바나..
우리 인체에 호르몬은 다 해봐야 한 스푼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조그만 것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놀랍습니다. 웃게 하고, 울게도 하고, 우울해 하고, 감정이 날뛰는 것이 모두 이 녀석 짓이라고 하니까요. 사춘기도 갱년기도 호르몬 변화의 폭풍 아래 있지 않습니까. “내 마음 나도 몰라” 이렇게 따지고 보..
세상은 눈 깜짝할 새 변해 가고 우리 삶은 관습의 틀에 매달려 있습니다. 작게는 한 사회의 크게는 지구촌의 거대한 바퀴를 따라 공전하는 것이지요. 공전의 틀을 벗어나는 순간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무의식을 사로잡는 불안감이 스며듭니다. 우리의 의식이 무리가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여기는 때문..
감동은 아주 좋은 치유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온몸에 뭉쳐 있던 감정의 세포들이 밝은 햇살처럼 퍼져나가거든요. 자신의 관심사를 통해 감동스런 순간을 만나는 것은 굉장히 소중한 것 같아요. 저는 대자연 속을 거닐면서,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영화를 보면서, 또 선각자의 인물 스토리를 통해서 주로 감동을 받는 것..
세상에는 다양한 경계가 있습니다. 경계는 마주 보는 둘 사이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접촉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이 속에 갈등이 일기도 하고 교류와 통제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경계는 경우에 따라 상충하기도 상생하기도 하는 절묘한 자리입니다. 서로 다른 것이 오가는 문(門)입니다. 생명이나 조..
예로부터 거대한 나무는 사람과 하늘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였습니다. 그래서 수목 신앙이 생겨나 전 세계에 퍼져왔습니다. 민족이나 국가의 상징이 될 만큼 신성을 가진 나무를 우주목 또는 세계수라 합니다. 이런 곳은 신단(神壇)이나 신전(神殿)의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장소는 지역이나 민족, 종교에 따라 다양한 ..
들면 까닭없이 편안한 자리가 있습니다. 평범 속의 비범이라 할만 합니다. 광양에 있는 옥룡사지는 그러한 곳이라 합니다. 도선국사께서 35년을 살다가 본래 자리로 돌아간 곳입니다. 옥룡사 옛터는 작년에 광양 백운산 치유의숲에서 일할 때 처음 찾아보고는 마음에 포옥 담긴 치유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꼭꼭 틀어..
선선한 가을이 왔습니다. 이따금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상쾌함을 더합니다. 추석날 오후 산청에 있는 백운계곡을 찾았습니다. 흰 구름 하늘을 마주하는 바위들이 이름값을 하는 계곡입니다. 너럭바위에 앉아 땀을 식히고 맑은 물에 발을 담그면 풍성한 가을의 휴식이 찾아옵니다. 백운계곡에서는 큰 폭포 작은 폭포..
저는 올해도 치유의 숲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출근하면서 김현정의 ‘뉴스쇼’를 듣곤 하는데요. 요즘 많은 사람이 ‘코로나 블루’를 겪는다고 하는군요. 무기력하고 우울한 감정에 시달린다는 것입니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생활의 리듬이 깨진 데서 원인을 찾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즐겨 찾는 장소로 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선포되었습니다. 2020년 3월 11일, 인류 대변혁의 날입니다. 전 세계가 빗장을 걸어 스스로 고립무원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3월 22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대도시나 농촌이나 할 것 없이 잔뜩 몸을 사리고 둥지 속으로 움츠러들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