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황수야 우리 큰딸 결혼한다” “그래 친구야 축하한다” “이게 축하받을 일인가?” “그럼 이제 아들같은 사위가 생기는데 축하할 일이지. 좀 서운하지?” “마음이 좀 그렇네” 친구 딸이 결혼한다니 나도 마음이 싱숭생숭해집니다. 옆 동네에 살았지만 같은 동네 친구들보다 더 친하..
저는 야구를 좋아합니다. 야구장을 자주 찾는 것은 아니지만 야구 중계를 거의 놓치지 않고 보는 편입니다. 투수와 타자의 수 싸움, 감독의 작전 등을 예측하며 즐겁게 봅니다. 지난해에는 우리 지역팀인 NC 다이노스가 통합우승을 했습니다. 저는 NC 다이노스의 선수들 중에 원종현 선수를 가장 좋아합니다. 실력도 ..
올해는 코로나19와 여름철의 기나긴 장마 등 우리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때가 되니 들판에 곡식이 익어 가고 지리산 자락부터 단풍이 우리 곁으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학교 주변을 산책하면서 3학년 학생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누며 건강 챙기며 열심히 하라고 ..
1.이른 아침에 학교 주차장에 택시가 섰습니다. 30대 중반의 여인이 꽃바구니와 케이크를 들고 내립니다. 우리 학교의 졸업생은 아닌 것 같고 누군가를 만나러 온 것 같습니다. 교무실에 와서 어느 선생님 성함을 이야기하더니 선생님을 뵈러 왔다고 합니다. 십 여분 지난 후 찾던 선생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너무도..
좋은 인연으로 만난 형님들과 바닷가에 가서 회를 먹고 해안 일주도로 드라이브를 하고 왔습니다. 오가면서 나눈 이야기들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 잡습니다. 누군가를 알고 지낸다는 것은 큰 복이고 재산입니다. 이런 날일수록 좋은 인연의 마중물이 되어주고 저 세상으로 가신 형님이 그리워집니다. 요 며칠 ..
날씨가 더워 아침 일찍 출근하면서 이어폰으로, 트로트 열풍을 일으켰던 미스트트롯에서 정동원이 부른, 여백(餘白)을 즐겨듣고 있습니다. 경연 당시에는 초등학생이 기성 가수에 밀리지 않고 노래를 참 잘 한다는 정도였는데 요즘 ‘여백(餘白)’을 들으며 열네 살, 어린 학생이 5∼60대 정도나 되어서야 느낄 수 있..
1.반갑다 애들아, 많이 기다렸어. 드디어 신입생들이 학교에 왔습니다. 올해는 사정상 1,2,3학년 수업을 모두 들어가지만 1학년 담임을 맡고 보니 1학년이 등교해야 아이들이 학교 오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생활 속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수도권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봄꽃보다 더 귀하고 예쁜, 오월의 신록 같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젊음을 주체 못한 일부 사람들 때문에 아이들을 만날 시간이 또 연기되어 여름이 다 되어서야 만날 것 같습니다. 컴퓨터 앞에서 아이들의 출결을 확인하고 인터넷 강의를 듣게 하고 SNS를 통해서 과제를 제시하..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라는 조지훈님의 시구(詩句)가 생각나는 고향 벚꽃 길을 아내랑 다녀왔습니다. 아내가 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는가봅니다. 아내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맞장구를 쳐주고 아내 편에서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나이가 드니 옳고 그름을 떠나 아내 편을 들어주어야겠덥니다. 마음에 ..
1. 봄비가 추적거립니다. 고향집 마루에 앉아 안개 자욱한 먼 산을 보며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는 이수복 시인님의 시를 읊조리며 이 집에서 함께 지냈던 어머니와 가족들을 생각합니다. 비 그친 냇가를 따라 쑥도 캐고 냉이도 뽑고 언덕에서 머위도 채취했습니다. ..
1년 동안의 안의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다시 함양고등학교로 학교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주변의 경치도 아름답지만 안의고등학교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학교였습니다. 시골의 자그마한 학교지만 결 고운 사람들과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지낸 1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을 위해서 성심성의껏 최선을 ..
요즘 SNS활동을 하면서 문학을 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기회가 늘었습니다. 널리 알려진 분들은 아니지만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비유 상징 압축을 통하여 표현하는 재주들이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대단한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주로 사람냄새가 나는 분들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최근에 유평(柳坪) 김용태 시인님의 ..
학생들과 중세 국어를 공부했습니다. 중세 국어와 현대국어를 통해 음운상의 변화, 의미상의 변화, 문법상의 변화를 통해 국어의 역사성을 배우는 단원이지만 학생들에게 부담되는 줄 알면서도 ‘훈민정음 서문’과 ‘용비어천가 2장’을 암기시켰습니다. ‘왜 우리가 그런 것을 외워야 하느냐? 우리에게 무슨 유익이..
산골짜기에서 태어나 고생만 하다가 어릴 때부터 도회지 나가 동생들 뒷바라지 하고, 없는 살림에 입 하나 더는 마음으로 일찍 농촌으로 시집간 외사촌 누나가, 살림 장만하고 아들딸 낳아 잘 키우고 이제 좀 먹고 살만하니까 백혈병이 걸렸습니다. 아들딸이 골수 검사를 했는데 맞지 않아서 형제들이 누나 살릴 거..
저는 눈에 띄고 군락을 이루는 꽃들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살아오다, 요즘은 이질풀꽃, 씀바귀, 도깨비바늘, 닭의장풀, 개망초꽃, 무릇, 참취, 미역취, 고마리, 동자꽃, 산오이풀, 며느리밥풀, 쑥부쟁이 등 작은 풀꽃이나 들꽃 같은, 야생화에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평소 같으면 무심결에 밟고 지나가거나 눈 한 번..
“진실한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밖에서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내 가까이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하는데 있습니다. 이 쉬운 것을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저를 아끼고 늘 염려해주시고 챙겨주시는 분이 저에게 SNS로 보내주신 메..
장맛비가 내리더니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합니다. 뙤약볕보다 더한 양파 가격 파동에 속이 탈대로 탄 농부들이 엎드려있던 들판에도 어느새 새파란 벼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휴대전화 이어폰에서는 은혜와 관련된 노래들이 흘러나옵니다. 노래 가사에 큰 의미를 주지 않다가 오늘 아침 ‘나의 달려갈 길 다가도록 ..
누구나가 꺼리고 어수선하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 자리로, 백발성성한 여호수아가 험지를 택하듯 안정된 자리를 두고 떠나시는 의인을 봅니다. 적어도 저에게 당신은 그런 분이십니다. 그 동안의 고민과 갈등, 성도들의 울음보 터진 만류, 이 모든 것보다 사명을 택하신 당신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합니다. 눈물로 당..
신록의 푸름이 더해가고 꽃들이 만발하는 오월은 가정의 달이고 감사의 달이라고들 합니다만, 이 좋은 계절에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을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제대로 당신의 인생을 살아보지도 못하시고 22년 전 오월 단오에 먼 길을 떠나셨고, 어머니께서 5년 전 5월 2일에 당신의 평생 기도대로, 자식들에게 ..
매화 개나리 진달래 배꽃 벚꽃 조팝나무 등 봄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학교로 가는 길가의 꽃들이 푸르른 하늘을 배경으로 싱그러움을 더합니다. 학교를 옮기고 한 달이 지나니 일 년을 근무한 것처럼 학생들과도 잘 지내고 동료선생님들과도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학부모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