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밥이 맛있는 밥일까?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은 세상에 없다. 아니, 백인이면 백인의 답이 다 다를 수도 있다. 밥을 짓는 솥이 어떤 것이든 쌀의 품종이 어떤 것이든 ‘맛있는 밥이란 이런 것’이라고 규정지어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햅쌀로 지었든 묵은쌀로 지었든 막 지은 밥을 딱 보고 “맛있겠다.”라..
농가월령가에 의하면 유월은 여름의 두 번째 달로 중하(仲夏)라 불린다. 이때는 남풍이 때맞춰 불어 맥추(麥秋)를 재촉하니 밤사이에 보리밭이 누런빛이 나겠으니 문 앞에 터를 닦고 보리타작할 장소를 마련하라는 구절이 오월령에 보인다.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보리를 모두 베..
국수를 싫어하는 사람, 빵을 싫어하는 사람은 꽤 보이지만 밥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제로 밥에 대한 기호도를 조사하면 조사 대상의 약 95%에 이르는 사람들이 밥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세대별로 보면 식생활 세태의 변화에 따라 밥을 덜 좋아하는 20대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거의 모든 세..
지리산은 어머니 치맛자락처럼 넓어서 동서남북으로 그 생태가 많이 비슷하고 조금씩 다른 것 같다. 그런 까닭에 지난달엔 대밭을 가지고 있는 하동의 지인에게서 맹종죽이라는 품종의 죽순을 몇 개 얻었다. 동네서 보던 죽순과는 달리 크기가 얼마나 큰지 한손으로 들기 어려워 두 손으로 들면 동물이라도 안..
콩이 몸에 좋다. 콩으로 만들었으니 두부도 몸에 좋다고 하여 너도 나도 많이들 먹는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장을 보러 갈 때마다 두부가 눈에 보이면 무조건 장바구니에 넣고 본다. 우리 집엔 냉장고를 열면 제일 먼저 두부가 보인다. 두부가 두부자리에 늘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고나 할까. 그러나 문제는 냉..
옛 문헌에 콩과 장(醬)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남아있다. “황대두라 불리는 메주콩은 비위를 건실하게 하며 비의 기운이 허해서 오는 부종이나 대장이 허약해서 오는 습관성 변비, 골다공증, 고지혈증,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병, 종기로 인해 생긴 독에 효과가 있다. 흑대두라 불리는 검정콩은 신장의 ..
지난달에 남편의 생일이 지나갔고 곧 내 생일이 돌아온다. 남편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아침 일찍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며 나를 위한 미역국을 끓일 것이다. 미역국이라도 끓여 먹여야 뭔가 평소에 하지 못한 남편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느낌이 드는 모양이다. 남편의 생일에도 나의 생일에도 끓여 먹었던 미역..
반갑지 않은 손님인 춘곤증에 시달린다. 밖은 새싹을 비롯해 만물이 생동하는데 나는 아직 겨울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 나른하고 힘들다. 어쩌면 겨울 동안 너무 많은 활동을 한 것이 이 봄을 힘들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겨울엔 좀 쉬면서 몸을 다스렸어야 했는데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한다. 이런 땐 ..
천천히 씹어서 / 공순히 먹거라 / 봄에서 여름 지나 가을까지 / 그 여러 날들을 / 비바람 땡볕으로 / 익어온 쌀인데 / 그렇게 허겁허겁 / 삼켜버리면 / 어느 틈에 /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나 / 사람이 고마운 줄 모르면 / 그게 사람이 아닌 거여 / ...... 후략(이현주, ‘밥’ 중에서) 밥은 한국 음식의 처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