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크 오븐을 들여놓았다고 SNS에 자랑했더니, 누가 반 농담 섞인 댓글을 남겼습니다. “제발... 그 강은 건너지 마오...” 마치 나를 오래 지켜본 사람처럼, 너무도 정확하게 꿰뚫은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장단을 맞추듯 이렇게 답했습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답니다”돌이켜보면, 장비라는 것은 참 묘한 존재입니다. 그저 철과 전기, 회로의 덩어리에 불과한 기계일 뿐인데, 그것이 공간 안에 들어오는 순간 공기가 바뀌고, 의지가 달라지며, 리듬이 새로이 짜입니다. 사실 나는 단지 카스테라 하나 구워볼 요량으로 데크 오븐을 들인 것은 아닙니다. 빵은 결국 장비가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좋은 장비를 들이는 순간, 그에 어울리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막연한 책임감과 설렘이 함께 찾아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이 오븐이 나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것 같습니다.“자, 이제 어떤 빵을 구우시겠습니까?”최근 몇 년간 나는 제빵 기능사반 등 관련 교육을 세 번이나 받았기에 크루아상에서 치아바타까지 대부분의 반죽을 손끝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어렵습니다. 이제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만큼, ‘무엇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오래 머뭇거리게 됩니다. ‘귀감’이라는 이름으로 고품질 곶감을 만들어낸 경험이, 빵이라는 새로운 세계에서도 가능하리라는 자신감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신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압니다. 기술로 만든 빵이 아니라, 함떡의 스토리가 담긴 나만의 빵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함떡’은 찰떡을 시그니처로 하는 브랜드이며, 여기에 떡과 카스테라가 만난 ‘카스테라 인절미’라는 새로운 상품으로 많은 고객들의 마음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을 찾아가고 싶습니다.요즘 나는 ‘스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스콘은 시중에 넘쳐나는 흔한 것이 아닌,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이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스콘을 구워내고 싶습니다.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인절미처럼 쫀득하고, 한 입 베어 물면 고소함과 은은한 단맛, 생강의 알싸한 울림이 층층이 겹쳐오는 그런 맛. 겉으로는 단단해 보여도, 속에는 부드러움이 함께 하는, 말로 다 설명되기보다는, 직접 만나봐야 알 수 있는 그런.그 강을 건너지 말라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건너야 할 강은 언제나 두렵고, 두려운 만큼 아름답습니다. 삶이란 결국, 그런 강을 하나씩 건너며 자신을 다시 빚는 과정입니다. 베이킹도 결국은 그런 내 삶의 은유인 것입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내가 손에 쥔 것은 아직 구워지지 않은 내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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