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머리’가 삶의 중심이라 믿습니다. 생각이 살아야 장사가 되고, 판단이 또렷해야 글도 써지고, 모든 선택은 머리로부터 나온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삶이 길어질수록 문득 깨닫게 됩니다. 이 몸을 매일 일으켜 세우는 진짜 중심은, 묵묵히 나를 떠받쳐온 ‘발’이라는 사실을요.돌이켜보면, 나는 단 한 번도 내 발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넨 적이 없었습니다. 고단한 하루를 버티게 해준 것도, 무거운 삶의 짐을 끌고 걸어준 것도 두 발이었지만, 그 수고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오늘, 나는 처음으로 내 발에게 조그마한 선물을 건넸습니다.함양시장 한들거점센터 한방족욕장에서, 그동안 묵묵히 나를 지탱해 온 두 발에게 마음을 담은 고마움을 전했습니다.족욕은 그저 양말을 벗고 물에 발을 담그는 일쯤으로 여겼습니다. 발이 잠시 시원하거나 노곤해지는 정도일 거라 생각했지요. 하지만 열 가지 천연 약재가 우러난 물속에 발을 넣는 순간, 몸이 아닌 마음이 먼저 풀렸습니다. 마치 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 햇살이 처음 얼굴을 비췄을 때의 감각과도 같았습니다.
30분의 족욕은 단순한 피로 회복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무심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사해 소금으로 발바닥을 문지르며 오래된 피로를 지워내고, 아로마 오일로 마사지를 하는 순간, 내 몸 구석구석에 감춰졌던 기운이 다시 살아나듯 퍼져나갔습니다.한때 배운 건강 수련의 이론,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원리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머리는 차고, 발은 따뜻해야 한다는 그 말. 따뜻한 발은 단지 체온을 유지하는 부위가 아니라, 온몸의 생기를 돌게 하는 뿌리와도 같습니다.실제로, 일본 규슈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40℃ 내외의 따뜻한 물에 발을 20~30분간 담그면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혈류가 증가하여 교감신경 항진이 억제되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또한, 대한한의학회지에 발표된 보고서에서도 족욕은 체온 상승과 함께 면역력 강화, 숙면 유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습니다.이 모든 체험의 가격이 고작 4000원이라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정성스런 차 한 잔이 따라나오고, 조용한 공간에서 흐르는 음악은 마치 도심 한복판의 작은 사찰 같았습니다. 한마디로 30분 템플스테이였습니다.반 시간 동안 나는 찻집에 앉은 것처럼 고요했고, 때로는 맨발로 상림숲을 거니는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곳은 식사 후의 모임 장소로도, 마음을 내려놓는 공간으로도 많은 이들이 찾는다고 합니다. 말이 부드러워지고, 마음이 풀리니 그럴 만도 합니다.이제 나는, 나를 떠받쳐온 내 발에게 자주 말을 걸어볼 생각입니다. 함양시장 한들거점센터 한방족욕장에서 발을 담그고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라고 진심을 담아 말을 건네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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