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있는 라이트룸 만디에서,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미디어아트 전시를 보았습니다. 이 전시는 서울, 울산 두 곳의 ‘라이트룸’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호크니의 이름 앞에는 종종 ‘살아 있는 가장 비싼 화가’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한 점에 천억 원을 넘기도 합니다. 그러나 라이트룸에서 제가 마주한 호크니는 가격으로 헤아릴 수 없는 예술의 본질을 보여주었습니다. 전시장은 거대한 빛의 공간이었습니다. 캔버스를 떠난 그의 그림은 사방 벽면의 스크린에 투사되어 빛으로 숨 쉬었으며, 관람객들은 마치 그의 화폭 속을 유영하는 듯한 시간 속에 머물렀습니다. 수영장의 물결 위로 쏟아지는 햇살, 요크셔 들판의 구불구불한 오솔길, 프로방스의 햇볕 아래 춤추는 초목들, 그리고 추상처럼 터져 나오는 색의 파동까지-모든 장면이 찬란했고 눈부셨습니다. 그의 작품 위로 흐르던 문장 하나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태양 혹은 죽음은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음” 삶과 죽음, 빛과 어둠, 존재의 본질을 은유하는 이 한 줄은 호크니 예술의 핵심을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그는 삶을 찬미하였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빛으로 그려낸 생명의 노래는 눈부시게 강렬했습니다.     그 빛의 소용돌이 속에서 문득 상상해봅니다. 언젠가 우리 함양에도 이런 문화의 빛이 찾아올 수 있을까요? 물론 천억 원을 호가하는 호크니의 원화를 들여오는 일은 요원한 일입니다. 하지만 기술은 이미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있습니다. 미디어 아트는 더 이상 대도시의 특권이 아닙니다. 빛과 영상, 사운드가 어우러지는 전시를 이웃들과 온몸으로 경험하는 날이 온다면, 그것이야말로 작은 행복일 것입니다.   함떡 갤러리에는 지금 홍동초 작가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호크니의 현란한 색채는 아니지만, 그의 렌즈에는 함양의 정자, 계곡, 바람과 볕, 들녘과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는 이 평범한 풍경도, 누군가의 시선과 손길을 거치면 다시 빛나는 장면이 됩니다. 저는 매일 떡을 만듭니다. 찹쌀을 찌고, 반죽을 하고, 손으로 빚어내는 이 과정은 어쩌면 작은 예술의 형상입니다. ‘건강한 재료에서 발견한 맛’을 지켜내려는 마음이 곧 저의 화폭입니다. 문화는 거창하거나 멀리 있지 않습니다. 삶 속에서 스며들고, 일상 속에서 꽃피웁니다. 언젠가 함양에서도 빛과 영상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전시가 열리는 날을 꿈꿉니다. 그때 또 다른 빛의 바다를 유영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문화의 결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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