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장 '코보신발'에 놀러 오세요이용각·김영숙 사장 부부설을 앞두고 장을 보러 가는 엄마. 이때는 새 옷이나 새 신발을 분명히 사오시기 때문에 시장에서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기다림에 지쳐갈 무렵 힘겹게 한아름 사온 물건 중에서 내 물건을 먼저 찾는다. "엄마보다 신발을 더 기다렸구나!" 하시는 엄마의 말을 흘려듣고 냉큼 새 신발에만 눈이 가 있다. "와! 태권브이 운동화다" 신나서 팔짝팔짝 뛰며 좋아라 한다. 조금은 큰 운동화지만 마음에는 딱 맞는 하늘을 날 것 같은 새 운동화다.계속해서 신어보기를 반복하다 머리맡에 고이 모셔두고 잠이 든다. 다음날이면 동네 친구들 모두 새 운동화를 신고 자랑한다. 갖가지 캐릭터가 그려진 새 운동화는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에만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선물이자 즐거움이었다.지금은 낮선 풍경일지 몰라도 불과 십 수년 전만 해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었던 흔한 풍경이다. 모두 비슷한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운동화를 신고 그 신발이 최고인줄 알았던 시절이다. 어린 날의 추억이 생각날 때는 재래지장을 돌아보자. 재래시장에는 어릴 적 먹고 싶었던 과자에서부터 옷과 신발 등 그 시절 갖고 싶었던 모든 것이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지금은 유명 메이커 대리점이나 대형마트 등의 네온사인 아래에서 빛을 내는 운동화가 대세를 이룬다. 유명 메이커에 밀려나 이제는 찾는 이가 별로 없지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재래시장 속 신발가게.함양 중앙시장 내에 있는 '코보신발'도 그 중에 한 곳이다. 코보신발이 문을 연 것은 1975년. 38년이나 지났다. 당시 함양군이 최전성기를 달리던 시기로 수많은 유동인구 속에서 함양중앙시장은 문전성시를 이룰 수 있었다. 6평 규모의 조금은 초라한 신발가게지만 없는 것이 없는 신발 백화점이다. 입구 양측으로 진열된 다양한 신발들. 특히 알록달록 캐릭터가 그려진 꼬마 손님들을 위한 신발부터 수북한 털이 달린 어르신들의 겨울 특제 외출화까지.38년전 20대의 젊은 사장이었던 이용각(65) 김영숙(64)씨 부부도 이제는 노년의 모습이지만 여전히 이곳 코보신발의 사장 부부로 항상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맞는다. 20대에 만나 결혼하고 함양에서 정착해 현재까지 함양인으로 살고 있다.“예전에 교복을 입던 시절에는 남학생들은 ‘스파이크’. 여학생들은 '콤비'를 다들 신었어. 그때는 메이커고 뭐고 없었으니 다들 이런 신발들을 신었지. 그때는 장사도 잘됐어”라며 회상하기도 했다.이른 아침 7시부터 문을 여는 신발가게는 오후 늦게 돼서야 문을 닫는다. 이것도 30여년간 이어온 이 부부의 철칙이다. 신발 가게를 찾은 날이 장날이라 간간이 손님들이 찾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만 해도 고무신이 700원으로 쌀 한 되 가격이었다. 운동화는 1.500원으로 당시에는 그래도 고가로 팔렸다.“자식들 기 안 죽이려고 무조건 메이커만 사다 보니 손님들이 있겠어? 노인들이나 종종 찾아 신발을 사 갈 뿐이지”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가게 안쪽으로는 학생들의 실내화부터. 삼손 슬리퍼. 신사 숙녀화. 운동화. 장화에 최신 유행하는 디자인가지 갖춘 갖가지 신발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요즘 가장 잘 나가는 신발이 무엇이냐고 묻자 “농촌에서 어르신들이 그냥 막 신을 수 있는 신발들이 그래도 나가는 편이지. 특별히 유행을 타고 그런 건 없어”이곳에서 30여년 동안 신발을 팔아오면서 다양한 손님을 만나다 보니 척 보면 어떤 신발이 필요한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됐다.장날을 맞아 할머니 한 분이 가게 앞 진열된 신발들을 둘러보신다. 황급하게 손님을 맞는 이들 부부는 이것저것 설명을 덧붙인다. 슬리퍼 하나를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서 건넨다. 오늘 마수걸이다.이용각씨 부부는 잠깐이라도 쉴 틈이 없다. 손님들이 이것저것 들추다 보면 가지런히 줄을 맞춘 신발들이 엉망으로 흩어진다. 일일이 줄을 맞춰 진열해야 하는 것도 일이다. 이들 부부가 쉬는 날은 매달 15일과 말일로 한 달에 두 번. 이 날은 물건을 떼어 오거나 유일한 쉬는 시간인 것이다.부부가 힘들게 일한 보람은 자식 농사에서 찾을 수 있다. 슬하의 아들 형제를 자랑으로 생각하는 그들. 큰아들은 공부를 잘해 행정고시까지 합격한 지역의 인재이다. 현재는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둘째도 번듯한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진열된 고가의 메이커 상품이 아니지만 우리네 삶 속에서 언제나 최고의 명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 신발들이 있는 곳. ‘코보신발’ 진열대는 어찌 보면 무질서하고 어지럽게 놓여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도 오랜 연륜과 정이 묻어 난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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