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된 지 3주차. 함양군 읍내와 면 단위 지역 곳곳을 돌며 확인한 현장 반응은 업종과 위치에 따라 엇갈렸다. 누군가는 매출 상승을 체감했지만, 누군가는 “장사 자체가 어렵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소비쿠폰 사용은 확실히 늘었지만, 그것이 곧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지는 상황마다 달랐다.편의점·치킨집 “손님 늘었다”뷰티샵·빵집 “큰 변화 없어”한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마천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곳의 편의점은 활기를 띠고 있다. 점주는 “7월 중순 이후 매출이 10~20% 정도 늘었다”며 “소비쿠폰을 편의점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쿠폰 사용이 안 되다 보니 편의점으로 손님이 몰린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반면 마천면 고깃집은 상반된 분위기였다. “3월에 가게를 열었기 때문에 이전의 매출과 비교하긴 어렵다”는 점주는 “대부분 손님이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라 지역주민의 쿠폰 사용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인근 해장국집도 “최근 매출이 오른 것은 사실인데, 외지에서 온 휴가객 때문인지 쿠폰 영향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전했다.서상면 편의점의 변화는 보다 뚜렷했다. “쿠폰 사용을 위해 일부러 오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는 점주는 “대부분 장기 보관이 가능한 담배나 생활용품을 주로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실속형 소비는 코로나 시기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행태와도 유사하다. 같은 지역의 치킨집도 “평소 주말엔 10마리 안쪽으로 나가던 치킨이 최근엔 10마리 이상 팔리는 날이 잦아졌다”며 “쿠폰 사용 문의도 자주 들어온다”고 말했다.하지만 서상면의 뷰티샵은 조용했다. “기존 단골 손님들이 소비쿠폰으로 결제하긴 하지만, 매출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갈비집 역시 “코로나 시기 지급됐던 재난지원금 때는 효과가 확실했는데 이번에는 체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식당의 주 고객이 외지인이라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서상면 중국집은 다소 특이한 흐름을 보였다. “짜장면 한 그릇씩 먹는 손님 수는 비슷한데, 같은 사람이 일주일에 두 번 오던 걸 네 번 오는 식으로 방문 빈도가 늘었다”고 말했다. 객단가는 그대로지만 회전율이 늘어난 셈이다. 그는 “사소한 변화지만 이런 부분도 소비쿠폰 영향일 수 있다”고 말했다.안의면에 위치한 한 식당은 “소비쿠폰 결제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특히 어르신들이 쿠폰 사용을 잘 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전보다 매출이 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인근 빵집도 “쿠폰을 사용하는 손님은 많지만, 전체 매출로 보면 상승 효과를 체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함양읍 중심 상권도 마찬가지다. 한 치킨집은 “소비쿠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지만, 주로 사용하던 가게만 골라서 쓰는 경향이 있어서 전체 매출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카페, 애견용품점, 서점 등도 “사용은 있지만 평소와 매출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서점은 “도서 구매는 의식적인 소비가 필요한 분야라, 향후 사용 기한이 다가올수록 수요가 더 몰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통시장은 냉랭정육점·안경점은 “확실히 도움 됐다”한편 지리산함양시장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채소, 과일, 의류를 판매하는 상인들은 “시장 자체가 너무 조용하다”고 말했다. 채소 가게 상인은 “쿠폰이고 뭐고 간에 사람이 없으니 장사가 안 된다”고 말했고, 옷가게 상인도 “지금까지 쿠폰 쓰러 온 손님은 딱 두 명뿐”이라며 “생필품 아니면 안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일 가게 상인은 “하루 평균 손님이 한 명 정도”라며 “과일은 특히 어렵다”고 말했다.그러나 같은 시장 내 정육점은 반대다. “쿠폰 지급 이후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고, 평소에 사지 않던 소고기를 사는 손님도 많아졌다”며 “30% 이상 매출이 증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는 쿠폰으로 ‘평소엔 부담되던 품목’을 소비하는 현상으로 읽힌다.반면 일부 업종에서는 ‘숨은 수혜 효과’도 발견됐다. 함양읍 안경점은 “7월 말부터 손님이 몰리기 시작해 매출이 평소보다 50% 가까이 늘었다”며 “그동안 미뤄뒀던 안경 교체나 추가 구매가 한꺼번에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쿠폰이 아니었으면 이 시기에 이렇게 몰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용실에서도 “파마나 염색 같은 고가 시술보다는 샴푸, 에센스 같은 헤어 제품 구매가 늘었다”며 소비 방식의 변화가 감지된다고 밝혔다.“아직 이르다” 상인들 “효과 제한적”현장 상인들은 입을 모아 “소비쿠폰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본 업종은 일부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또한 “아직 사용 기한이 남아 있어 소비가 집중되지 않았다”며 “9~11월에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상인은 “쿠폰 사용이 가능한 업소인지 먼저 물어보는 손님도 많다”며 정보 부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한편, 함양군은 8월 6일 기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률이 91%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체 지급 대상자 3만 5398명 중 3만 2527명이 소비쿠폰을 수령했으며, 총 지급 금액은 72억 원이다.소비쿠폰은 연 매출 30억 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대형마트·온라인 쇼핑몰·유흥업소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1차 지급은 9월 12일까지, 2차 지급은 9월 22일부터 10월 31일까지 이루어지며, 모든 쿠폰은 11월 30일까지 사용해야 한다. 미사용 금액은 자동 소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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