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Talk 128회 겨울에 먹는 죽 이야기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산약죽어제가 겨울 추위의 고비라는 대한이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워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대한이 지났으니 곧 봄이 올 것 같은 착각 속에 희망이 보인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소설(小雪). 대설(大雪). 동지(冬至). 소한(小寒)으로 갈수록 추워진다고 하였다. 소한 지나 대한이 일 년 가운데 가장 춥다고 하지만 이는 중국의 기준이라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사정이 조금 달라 소한 무렵이 최고로 추운 것 같다. 예사 속담에 있는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라는 말처럼 대한이 소한보다 오히려 덜 추워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대한이 소한 집에 갔다가 얼어죽었다는 이야기를 재미로 자주 하셨다. 우리 고장하고야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멀리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는 대한 후 5일에서 입춘(立春) 전 3일까지 약 일주간을 신구간(新舊間)이라 하여. 이사나 집수리를 비롯하여 집안 손질과 행사를 해도 큰 탈이 없다고 알려져 있으니 대한이 지나면 겨울 동안 움츠리고 있던 사람들이 슬슬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 견과류죽아직은 사방을 둘러봐도 녹지 않은 눈에 들판이 마치 죽은 것처럼 황량하지만 땅은 다만 죽지 않고 살아있다. 다만 난만한 봄을 위해 잠시 쉬고 있을 뿐이다. 생명이 다 한 것 같은 것은 땅만이 아니고 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는 나무들도 마찬가지다. 죽은 것 같지만 활동을 줄이고 쉬면서 다음 계절을 기다리는 자연의 지혜와 참을성은 우리 인간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농촌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차라리 산촌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산촌의 겨울은 농촌보다 더 혹독하고 긴 법이지만 다른 표현으로 한다면 휴식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농산촌에 불어온 변화로 인해 농한기라는 말은 이제 사전에서 지워야 하는 때가 되었다. 봄을 기다리면서 농한기를 쉬는 사람들보다는 이 농한기를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만이 풍족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우리 모두 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겨울에 크게 힘을 쓰거나 노동력을 요하는 일들이 없었기에 눈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나무를 하러 다니는 일 말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쉬기 때문에 조상들은 세 끼 밥을 먹는 일이 죄스럽다 하여 점심 한 끼는 죽을 먹었다고 한다. 보릿고개를 넘기기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으므로 투철한 노동정신을 발휘하는 눈물겨운 노력이며 절약하는 정신이 살아있는 청정함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풍족하고 먹을 것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는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고 하지만 실외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겨울 추위를 잘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다. 그러므로 현대인이 추운 겨울을 지내는 지혜로운 방법은 춥다고 하여 활동을 줄이고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을 먹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조상들이 살던 방법대로 꼭 하루 한 끼 죽을 먹고 살 필요는 없지만 소화하기 쉬운 음식의 재료를 골라 가벼운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아니면 선조들의 생활방식을 따라 점심 한 끼나 저녁 한 끼를 가볍지만 보신. 보양하는 재료를 곁들인 죽을 끓여 먹는 것도 건강한 겨울을 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겨울에 가볍지만 몸을 가볍게 하며 건강하게 하는 죽에는 말린 밤가루를 이용한 죽. 산약(마)가루를 이용한 죽. 하수오를 이용한 죽. 황정. 인삼. 흑임자. 호두. 견과류죽 등 다양한 것이 있으므로 가끔 이용하면 가볍지만 건강한 겨울죽으로 권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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