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곡 마을 길 한가운데서 새끼를 돌려달라고 끝까지 1인 시위하는 별난 개'(별난 개 中에서)로부터 산들이와 시인의 인연은 시작됐다.시인의 스승으로 똥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산들이는 눈 쌓인 병곡 어느 골짜기에서 당신에게 매일 머리를 조아리는 시인이 손수 만들어 바친 문패가 달린 집에 산다. 꽃과 산과 풀과 짐승과 인간을 통해 철학을 논하는 산들이는 죽은 소크라테스나 니체를 대신해 철학자로 시집에 이름을 박았다.'철학자 산들이' 그 시작과 끝에는 시인 문복주가 있다.이성천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그의 시는 때때로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활용하며 유쾌한 역설과 황홀한 아이러니의 미학적 공간으로 독자를 안내한다"고 밝혔다. 살아있을 때 육체에게 다 해주자/ 살아 있을 때 정신에게 다 해주자/ 정신을 놓아줍니다/ 육체를 풀어줍니다/ 주변의 자동력을 거부합니다/ 몸으로 해결합니다. - '원시(原始)로 돌아가며' 중에서바다를 배경 삼아 시로 그림을 그렸던 문복주 시인은 원시(原始)로 돌아가기 위해 함양 병곡 골짜기에 터를 잡았다. 그리고 탄생의 그의 다섯 번째 시집.'세상에 맞지 않는 어정쩡한 웃음을 지으며 손바닥만 한 땅에 바람난 오미자 키우며 혼자 냇물처럼'사는. '산골 하나 갖고 세상 하나 버린'(내 윗집에 산적(山賊)이 산다 中에서) 산적과 이웃이 된 문복주 시인의 일상은 시를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이재훈 시인은 "속리(俗離)의 깊은 산 속으로 들어서기까지의 도정을 시집에서는 파란(波瀾)과 만장(萬丈)의 언어로 보여준다. 신산(辛酸)한 삶의 내력과 새로운 고향이 된 함양(咸陽)의 공간들은 시인에게 '야생의 정신사'를 쓸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산 속의 개 산들이와 순일(純一)한 무아지경을 누리는 시인. 앞으로 우리는 지리산의 시인이 된 문복주가 펼치는 유곡의 사유를 오래도록 지켜볼 것"이라고 평했다.이제 '산들이'에게 하나. 둘 제자가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문학의 전당/8.000원문복주1992년 월간 '현대시' 등단. 시집 '꿈꾸는 섬' '우주로의 초대' '제주수선화' '식물도 자살한다' 등이 있다. 현재 함양문인협회장. <하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