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숲 상림.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자-4집을 나서면 멀지 않은 곳 누구나 뛰어 놀 수 있는 그런 곳. 가족과 산책하고 넉넉한 숲이 있는 공원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같은 호사를 함양읍 주민들은 마음껏 누리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센트럴파크와 비견될 정도로 아름드리나무들이 울창한 '상림'은 함양 사람들의 쉼터임과 동시에 마음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림도 천년을 이어오는 동안 사람의 간섭으로 인한 각종 개발 등에 의해 수많은 상처를 입었다. 홍수로 인해 두 쪽이 나고 각종 시설물들이 들어서면서 예전에 비해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으며 거미줄처럼 연결된 산책로는 관광객들의 편의만을 생각할 뿐 식물의 원활한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하루 수만명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하면서 어쩔 수 없는 환경파괴를 불러오고 있다. 현재의 상림은 자연과 사람 사이에서 보존이냐 이용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단순 현재의 모습만을 지켜 나가는 것이 보존일까. 아니면 보다 아름답게 꾸미며 개발을 하는 것이 보존일까. 다양한 전문가와 타 지역 사례를 통해 미래 상림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① 천년의 숨결이 살아있는 도심 숲 상림② 개발이냐 보존이냐. 갈림길에 선 상림③ 하동 송림. 대구 화원유원지의 보존방법④ 조화만이 새로운 천년을 기약한다 ④ 조화만이 새로운 천년을 기약한다천년숲 상림. 휴양이 필요하다“함양 사람들은 마실가듯이 상림에 갑니다. 운동도 하고 이웃을 만나고. 이만한 숲이 어디 있습니까. 함양의 자랑거리죠” “상림을 걷다보면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마음의 안정을 얻습니다”“학교 다닐 때 소풍 왔던 기억. 친구들과 뛰놀던 기억. 상림을 빼고는 말이 되지 않습니다”“몇 번을 왔었는데 언제나 다른 모습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고향에 오면 꼭 들르는 곳이 상림입니다. 상림은 뭐랄까 마음의 고향처럼 느껴집니다”“쉬었다 가기 딱 좋은 곳입니다. 상림을 한바퀴 돌고 나면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입니다”함양 상림을 찾은 여러 사람들의 느낌이다. 이들이 얼마나 상림을 사랑하고 아끼는지 알 수 있다. 숲과 사람이 공존하는 곳. 푸른 자연을 가까이에서 보고 즐길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상림이다.현재의 상림은 비교적 건강하다. 수백년 수령을 자랑하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즐비하고 그 속에서 각종 자연이 살아 숨쉬고 있다. 그러나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숨쉬는 자연은 언제 훼손될지 모른다. 잠깐의 방심이 천년을 이어온 문화유산을 앗아갈 수도 있다.함양군의 상림 개발 계획과 함께 앞으로 상림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가야 될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천년 숲 상림에 형형색색의 단풍이 물들자 나들이객들이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한해 3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상림은 전국적인 관광지로서 오색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10월부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함양군의 상림 개발사업함양군의 상림에 대한 견해는 보존과 주변지 개발이 함께하고 있다. 우선 상림은 현 상태로 꾸준한 관리와 보호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보존하고 상림 이외의 공원지역은 상림과 연계한 다양한 볼거리 등을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함양군은 지난 9월 '상림주변 관광개발사업 실시설계 기본계획(안)'을 내놓았다. 상림을 중심으로 다양한 편의시설과 볼거리. 놀이시설 등이 연계된 종합 개발 사업이다. 상림의 자연체험. 지역문화·축제. 역사·문화체험 등 다양한 개발 컨셉을 설정해 놓고 있다.계획안에는 상림과 연계된 숲체험관. 체험학습장. 전망대. 체험놀이시설. 야영장. 숲탐방로. 화들짝·철쭉동산. 전통마당. 미니식물원 등 시설이 들어선다. 문화재보호구역인 상림 인근 지역으로 상림의 자연체험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이다.소요자금만 120여 억원으로 상림을 함양 관광의 전초기지로 활용함으로써 지역관광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계획이 완료되면 상림이 지닌 생태적. 역사적. 환경적 가치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휴식. 체험. 교육 기능이 유기적으로 조화된 생태역사 학습장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개대된다. ◇ 천년숲 ‘상림’을 위한 제언상림은 함양군민 만을 위한 공원이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사람이 함께하는 숲으로 자리잡았다. 천년을 이어오는 동안 수많은 훼손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을 당당히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자연적으로나 인위적으로 언제 대규모 훼손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고 저감해 숲의 지속 가능한 이용과 보전을 이룩할 수 있는 방안을 △생태적 △시설물 △이용객(탐방객) △운영정책 등으로 나눠 살펴보고자 한다.△체계적 생태적 관리 필요상림은 18만2.665㎡ 약 6만여 평의 넓은 면적에 졸참나무. 갈참나무. 개서어나무. 느티나무 등 120여종 2만여 본의 활엽수가 자라고 있다. 상림은 오랜 시간에 거쳐 기후조건에 맞게 숲의 모습이 변하지 않고 안정된 마지막 단계인 극상림(極上林)으로 가장 성숙되고 안정화된 숲이다. 천년을 이어오는 동안 상림은 오래된 나무는 죽고 후계목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등 순환되어 왔다. 하동 송림의 경우 900여 그루의 소나무에 일련번호를 부여해 개별 관리한다. 상림도 전체적인 숲의 종합검진을 실시한 후 수목에 대한 체계적인 개별 관리가 필요하다. 수목별 부여된 번호에 따라 수종과 수령. 수고. 병해충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경우 숲의 건강성 유지에 효율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한국환경생태학회가 펴낸 '함양상림 식생의 생태적 특성 변화 연구'에 따르면 "현재 상림을 구성하는 교목층의 수령은 약 200년 내외인 것으로 판단되었고 조성시기가 현재로부터 1.100년 전이라는 것을 고려해 볼 때 현재 숲을 구성하고 있는 수목의 규격과 연령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현재 참나무시들음병 등으로 피해를 받고 있어 정밀한 현황조사를 바탕으로 한 관리의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후계목 육성 및 꽃무릇 제거천년을 이어져온 수목의 건강한 DNA를 살려 후계목 육성을 통한 숲의 확장에도 노력해야 한다. 단순히 외부에서 들여온 나무를 심는 것에서 벗어나 상림에서 나고 자란 나무를 옮겨 심는다면 상림의 식생 관리는 물론 천년 상림을 이어간다는 의미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림공원 개발 당시 상림에서 자란 후계목을 심었다면 역사적으로 더욱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하부에 자라고 있는 꽃무릇(상사화)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2010년 펴낸 ‘천연기념물 수림지 실태조사 연구보고서’를 보면 "과거 식생 훼손 복원이라는 취지로 상림내 생육환경 개선 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원예종인 꽃무릇을 2004년과 2005년에 식재했는데 이는 차후 상림숲의 활력과 생태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내재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꽃무릇을 심음으로 해서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있었지만 자칫 이로 인해 숲의 파괴를 가져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의 시설물은 안된다.상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울창한 숲이다. 관광객들은 자연. 숲을 보러 오는 것이지 잘 조성된 유흥시설을 보러오는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구조물을 만들어야 한다면 상림과 조화되게 설계해야 한다. 상림이 주이지 건물이 주가 될 수는 없다. 더 이상의 시설물을 개설하는 행위는 지양하고 현존 시설물에 대한 유지관리 및 보수를 통해 숲의 원형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현재는 문화재로서 상림 내부에는 건축물 등을 새롭게 건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현재 곳곳에 산재한 문화재들의 정비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또한 상림공원에 시설물을 건립할 경우 주변과 조화된 숲과 어우러진 배치 및 조경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문화예술회관 등의 건물이 상림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불가피하게 시설이 들어설 경우 가장 먼저 주변의 여건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성숙한 관람 문화 필요상림을 찾는 관광객이 300만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지난 7월 개최됐던 산삼축제 당시 5일간 30명만의 관광객이 방문했다는 함양군의 자랑스런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산삼축제는 상림 산책로 곳곳에 쉼터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주무대도 상림과 인접한 잔디광장에서 진행되는 등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자 군에서도 다른 지역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경남과기대 강호철 교수는 “상림에서 축제를 열고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는 숲의 생각을 묵살하는 것이다. 지역의 관광 수익만을 고려하고 있다. 숲이 숨쉴 틈도 없이 하는 것이다. 5년. 10년이 지나면 이것이 누적되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군민이 먼저 지켜나가야 할 상림행락철이 되면 상림에는 수많은 대형버스들이 줄지어 들어선다. 잠깐의 휴식을 위해서 이곳에 들른다. 조용한 숲을 거니는 것이 아니라 음식물을 먹고 음주를 하는 등 소란이 끊이지 않는다. 공원 내에서 음주 및 소란. 숲을 훼손하는 등은 금지된 행위로 이를 계도하고 홍보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이들이 없다. 일부 몰지각한 이용객 때문에 많은 선량한 이용객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며 숲 내에서의 음주 소란행위 같은 상식을 어긋난 행위는 단속을 통해서만이 시정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함양상림은 여느 유원지와 같이 술 마시고. 노래하고. 즐기는 유흥의 장이 아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숲과 인간이 공존하는 체험 공간이다. △ 상림 전문 인력 양성 급선무하동군의 김성채 학예연구사는 지난 2004년부터 송림을 전담하고 있다. 그의 노력만은 아니겠지만 이후 송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휴식년제를 시행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함양 상림의 관리는 문화관광과에서 전담하고 있으며 세부적으로 문화재계와 관광계 등으로 나누어진다. 또한 수시로 담당자들이 바뀌고 전담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 보니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질 수 없는 실정이다.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해 명품 숲 상림을 국내외에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천년 숲 상림. 또 다른 천년을 이어가자상림은 앞서 강조한 것처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인공 숲이다. 학술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상림은 함양군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보배라고 할 수 있다.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이용과 보전의 조화가 요구되는 현 시점에서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는 행정 및 보전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상림의 생태적 건강성과 역사성의 지속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수행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고운 최치원 선생의 위민(爲民)의 뜻이 담긴 상림은 1.100년 동안 군민의 안위를 지켜왔듯. 이제 우리 모두가 상림을 보존하고 지켜나갈 때이다. <인터뷰>◇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강호철 교수 일문일답.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강호철 교수- 현재의 상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상림은 조성당시 강물의 범람을 막기 위한 수방대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상림은 천년이 넘는 동안 함양을 지켜주는 역할을 해 왔다. 최근 들어 도시의 확대 등으로 인해 상림 본연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 상림을 지속 가능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천년동안 이어져온 상림을 지속 가능하게 이용해야 하는데 관(官)에서는 축제를 상림 내부에서 여는 등 사람(관광객)만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숲도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 용량이 있다. 숲에 무리가 가지 않을 수 있도록. 숲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특히 숲과 함양 군민이 함께 공유하고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상림이 관광 위주로만 흘러가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떤지.상림에서 축제를 열고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는 숲의 생각을 묵살하는 것이다. 지역의 관광 수익만을 고려하고 있다. 숲이 숨 쉴 틈도 없이 하는 것이다. 당장 숲이 아프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5년. 10년이 지나면 이것이 누적되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상림에 휴식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외국 국립공원의 경우 탐방객 수를 과학적으로 산출해 입장객을 받고 있다. 숲이 건강을 찾을 수 있도록 안식년제나 휴식년제를 가지고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람이 아프면 쉬어야 하듯 숲도 휴식이 필요하다. 활용만 할 것이 아니라 종합진단을 받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나가야 한다. 숲을 무제한 이용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상림의 건강 상태는 어떤지.현재까지는 비교적 건강한 상태이다. 그러나 도시화와 기후변화. 많은 관광객 등 복합적인 환경으로 인해 훼손될 여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나이 많은 나무는 죽을 수도 있고 어린 나무가 새롭게 그 자리를 대체하는 등의 선순환 구조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선조들이 지금까지 가꾸어온 숲을 아끼고 보호하고. 지켜야할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올해 300만명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군의 입장에서는 좋은 부분이다.300만명 관광객이 찾은 함양의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라고 광고를 하는데 이것부터 잘못된 것이다. 관광객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숲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숲도 소음을 싫어한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지난해 얼마의 관광객이 왔다’하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함양 상림은 유흥장의 개념에서 벗어나 생태학습 교육장으로 맞이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급선무이다.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 발전지원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글 강대용 / 사진 최경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