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이달말 할머니가 빵틀에 참기름을 바르고 있다. 아니 세월(歲月)을 바르고 있다!> 함양만인보안의버스류장 풀빵장수 이말달 할매풀빵! 참 오랜만에 불러보는 이름이다. 일명. 붕어빵. 국화빵. 풀빵은 겨울눈이 펄펄펄 내리는. 어느 시골 이름 모를 차부(정류장) 한 모퉁이에서. 완행버스 기다리며 먹는 게 제격이다. 함양군 안의버스터미널 앞에 3층짜리 건물이 있다. 1층에 어탕국수로 유명한 주차장식당. 그 옆에 경남식당. 광풍사. 이 3층건물 우측에 마치 아기버섯처럼 피어있는 (허름한) 판잣집이 있다. 판잣집 옆으로 은빛 물결 금호강이 흐른다. 버스를 기다리던 시골 촌부 몇 사람이 이 판잣집으로 들어간다. 4평 남짓. 실내에는 땟국물이 흐르는. 남루한 식탁 두 개가 놓여있다. 식탁 위로 풀빵 8개 그리고 안의막걸리 1통. 찐계란 3개 오뎅국물이 놓여지니 이것이 곧. 진수성찬! 까무잡잡하게 생긴 판잣집 할매. 풀빵을 굽기 위해 빵틀에 참기름을 바른다. 마치 오래된 밭을 확확 갈아엎는 듯 빵틀에 참기름을 쫙쫙 바른다.       버스 기다리는 시골 할배들의 사랑방  “그라니께 73년부터 여기서 풀빵장씨(장사)를 했네. 아이구야 볼쏘 40년 후딱 지나가보렸네.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이지만 무시하지럴 말어. 함양군청으로부터 정식으로 상호도 부여받은 집이여. 금호식당이라꼬”금호식당 유리창 옆에 ‘개구리 튀김’이라는 글이 적혀있어. “개구리 조림도 합니까?” 물었더니 “지금은 안 해. 옛날 내가 여기서 장씨할 때 금호강 민물고기 횟집을 했는데. 나라에서 불법포획 하지마라케서 일체 안 해. 그때는 돈 좀 만졌는데 흐흐흐”할매(이말달·37년생)는 투박하게 말은 하지만. 여간 다정다감하지 않다.“저번에도 사진 찍어가더니만 오데 쓸라꼬 또 찍소? 모델료 주고 찍으소 마. 내가 태어난 곳은 바로 조기 안의약초시장 옆. 내 나이 열여덟때. 중신애비 소개로 서방을 만나 서울 돈암동에서 살림을 차렸지. 그곳에서 연탄장씨를 했소. 슬하에 세 놈을 낳았고. 그런데 내 운(運)이 참 더러버. 서방 나이 마흔여섯 때 저그. 어무이 산소 이장해야 한다몬서 안의로 내러갔거등. 그까지는 별탈이 없었는데. 이 노무 서방. 남우 초상집에 가서 그 뭐시냐. 망자 살(煞)을 받아옹거라…그것땜시롱 시름시름 앓다 이듬해 죽고 말았소. 그 살(煞) 참 무섭더구먼. 내 자식 둘도 데려가고 말았능거라”  - 그라몬 젊은 나이에 고만 과(寡)가 되뿌고 말았네요?“하모! 새털 같이 많은 날. 빈방 홀로 지키는 일이야 아무것도 아니지만서두 입에 풀칠을 해야 안 하나. 다행시럽게도 정류장 부지 주인(타계) 어른이 딱하게 보고 바로 이 코딱지만한 판잣집을 내한테 팔아. 지금까지 풀빵을 굽고 안 사나. 원래 이 정류장은 목재소 방앗간 얼음과자 공장이었지”-풀빵기계도 오래되었네요. 완전. 육이오 때 만든 것 같습니다.“허허허 그래도 여기에 구버야… 사람들이 우리집 풀빵 맛이 좋다케사! 추운데 어묵국물 한사발 떠 묵어 보소. 돈 달라 안카케”-몇시에 시마이(영업완료) 합니까?“5시반. 들어가서 하나 남은 아들내미 저녁밥 할라몬 일찍 문 닫아야지”-그래 풀빵 팔아 돈은 좀 모았습니까?할매. 거무스름한 얼굴에 미소가 피어난다. 얼굴에 깊게 팬 주름이 흥이 나는 듯 움찔거린다. 돈주머니를 필자에게 보여주며 “봐라봐라 오늘 하루종일 번기다”1만2천원!-풀빵만 팔지 말고 금호강 물고기도 팔몬 재미가 좋을낀데.“말아라(그런 말 하지 마라). 저놈우 대진고속도로가 생기는 바람에 저쪽서 불어오는 세멘토 가루 땜에 금호강 물괴기 다 죽어뿨 물괴기도 없다”어느날. 이말달 할매 판잣집에 들렀더니 서각가 기당(箕堂) 김원식씨가 대낮부터 어묵 몇 꼬치 놓고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기당은 심술궂게 풀빵할매에게 농을 한다.“할매요. 인자 빵 고만 굽고 마. 시집이나 가소. 그 기 최고요. 그라고 할매요. 내 부탁이 있심더. 이 집 내 한테 전세 놓으소. 어잉?”“나는 모 목고 살라꼬? 이 에미럴놈아. 나는 손가락 빨며 살라 말이가”“앗따 그래서. 내가 시집가라 안 켔소”기당은 말한다.“참 정감 어린 주막입니다. 여기서 창 밖으로 바라보는 금호강. 저 강을 바라보노라면 세상 온갖 시름을 다 사라지지요. 저에겐 소박한 꿈이 있슴더. 이 주막을 제가 한번 운영해보고 싶어요. 보소. 내가 수염도 있지요 두건 쓰고. 조선시대 옷 입고 돌아다니지. 이런 놈이 안의버스터미널에서 주막을 열몬 히히히 중앙언론사에서 취재를 하게 되어있다 이 말씀입니다”이달 말 할매가 “그론 못돼먹은 말 할라카몬 나가라 나가 소금 뿌리기 전에”창 밖으로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어묵꼬치가 들어있는 양은냄비 속에서는 김이 모락모락나고. 안의 버스 정류장으로 용추사 가는 버스. 남서울 가는 버스가 동시에 들어오고 있다. 그 버스 사이로 노점 리어카 하나도 들어온다. 새댁 모습이 보인다.그 모습을 바라보고. 이말달 할매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쉰다. “우째 저럴 수가 있노. 내 집 코앞에서 붕어빵을 팔다이. 뭐라 캐주고 싶은데. 고래고래! 고함을 내지르고 싶다만 저 새댁 아이들 믹이살릴라꼬 저 추분 길거리에서 빵을 굽고 있는데 내 나잇살 묵고 뭐라 칼 수도 없고. 히히히. 저 새댁 때문에 내 수입이 말이 아니다. 우짜노 그래도 내가 참아야지!”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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