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함께 한 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역임/ 미국 산타클라라대학교법학대학원 초대교수/ 서울대법대 교수> 함양만인보 8문재인 캠프 새정치위원장 안경환며칠전 안의면. 씨름천하장사 양 장군 고택(古宅)에서 하룻밤 잤다. 사내 둘이 자는 밤. 너무나 무료(?)해 소설 나부랭이나 읽자. 책꽂이를 훔쳐봤더니. 이문열 조정래 류(類) 소설책은 없고. <남원양씨족보>만 덩그러니 꽂혀 있었다. 그 밑에 흙먼지 폴폴 날리는 허름한 책 한 권 있길래 무심코 펼쳐 보았다. '안의중학교 40년사지(史誌)' 첫 장을 여니 낯익은 이름들이 나열되어 있다. 총동창회장 박성필(朴聖弼). 부회장 변순옥(卞淳玉) 함양지부장 김해석(金海石)…. 몇장 건너뛰어 페이지를 여니 1950년 제1회 졸업생들이 늠름한 모습이 보인다. 이어 5회 김해석 동문의 '나의 중학시절' 칼럼이 있다. 그는 유림면 출신. 6·25한국동란 때 경험했던 추억을 서술하고 있다. 이 책 275쪽에 눈길 끌만한 글이 하나 실려져 있다. 제목 ‘개구리 반찬’. 필자는 송경영 동문(15회 졸업생. 전 도의원). 송 동문은 중학시절. 상당한 문제아(?)였다. 50여년전 안의중학교에서이런 일이…… 미모의 여중생 골탕 먹이기 위해 논에서 잡은 개구리를 여중생 도시락 밥 속에 집어넣는 천인공노(!) 할 행위를 저질렀다. 여중생은 혼비백산 끝에 졸도하기에 이른다. 이 에피소드 외. 송경영 동문은 모교 안의중학교와 관련된 많은 에피소드를 소지하고 있다. # 그가 들려준 나의 안의중학교 시절을 듣노라면 소설가 이문열의 <나의 일그러진 영웅> 스토리보다 훨씬 낫다. 1958년 10월5일 안의중학교에 6개 교실로 된 본관이 준공된다. 그 날 개교기념일에 낙성식을 거행했고 이어 17일 경남 밀양 출신 안병준(安秉駿) 교장선생님이 부임한다. 안 교장은 고려대학교를 나온 준재로서 지성의 대표급인사로 이름 높다. 그 날 한 학생도 안의중학교에 들어온다. 안경환. 깔끔한 외모에 명석한 눈빛! 안의촌놈들과는 차원이 틀린 외모를 가졌다. 안의중학교 똠방각하 송 동문은 안경환에게 물었다. “니 우찌해서 우리 학교에 왔노?” 안경환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우리 아부지 따라 왔다. 우리 아부지 교장 선생님이시다. 우리 친하게 지내자” 이로써 장난꾸러기 송경영과 영재 안경환은 단짝이 된다. 안경환(나중 국내 최고의 법학자가 된다)은 송경영에게 톨스토이 발자크같은 대문호의 책을 읽어보라고 권유한다. “치아뿌라(안 볼란다) 그런 거 보면 잠 온다. 내 캉 고구마 서리나 하로 가자!”안경환은 송경영에게 사뭇 잠언(箴言)적인 이야기를 자주 했다. “내가 가만히 너긋들 보니까 너그 시골 촌놈출신이라. 큰 인물 될 팔자가 아니라고 자포자기하는 것 같은데 그기 아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말이다. 한나라 큰 인물. 대도시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시골 논두렁 출신한테서 영웅이 탄생한다. 프랑스 나폴레옹. 중국 모택동이 안 그렇더나. 그라이(그러니) 큰 꿈. 가슴에 품고 용맹정진해라. 나는 법을 공부할끼다 니는 모 할끼고?”“히히 나는 해양대학교 나온 후 마도로수(마도로스) 할끼다”“그래 전 세계 항해하는 마도로스가 되어 국부를 살찌워다오. 나는 훌륭한 법학자가 되어 나라를 반듯하게 하는데 일조하꾸마”세월이 흘러. 송경영 동문은 함양군청공무원을 거쳐 도의원으로 맹활약했다. 안경환은 서울대 법대교수를 거쳐 노무현 시절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냈다. 안경환은 법학자이지만 뛰어난 문장가로 정평이 나있다. 한때 소설가 정이현과 문학론을 펼쳐 장안의 화제를 모았다. 주요저서로는 <법(法) 셰익스피어를 입다>가 있다. 이 책은 인간을 사랑하고 인권을 섬기는 인문주의자로 살아온 따뜻한 법학자가 인류의 고전. 셰익스피어를 읽고 현재의 법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베니스의 상인>. <햄릿>. <리어 왕>. <오셀로>. <한여름 밤의 꿈> 등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법의 생명이 모든 사람의 아픔에 귀를 내주고 약한 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데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며칠전 안경환은. 차기 대통령 후보 문재인 캠프 새정치위원장을 맡아 뉴스메이커가 됐다. 안경환 위원장은 "나는 민주당을 개혁하러 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장안의 정치부기자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뒤쫓음으로써 차기 대권 향방을 점치고 있다.안경환 위원장은 남 모르게 함양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황석산성 순국선열 추모제향에 참석 종헌관을 맡기도 했다. 황석산성 추모제향이란 정유재란 당시 장렬하게 전사한 넋을 기리는 의식이다. 또 안의 고향친구들의 굳은 일을 해결해주고 있다. 신판수 전 안의새마을금고 이사장의 말이다. “내가 말이다 이런저런 일 땜에 요새 머리가 아프다. 평생 농민을 위해 몸 바쳐온 내가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아프다. 안경환이한테 내가 부탁했제. 나. 우짜몬 좋노? 안경환이는 그것참. 그것참… 안타까워 하몬서 해결방책을 강구해보겠다 카더라”안경환 위원장은 안의중학교 시절을 반추하기 위해 가끔 안의를 찾는다. 올 때마다 송경영 친구 집에 들러 수저없이 그냥 손으로 김치를 찢어 먹으며. 송경영 아내가 만들어 준 된장찌개를 맛나게 먹곤 한다.“칭구야. 밥 한 그릇 더 도고(다오)!”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