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아픈 역사가 천왕축제를 통해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았으면 합니다"국립공원 1호 지리산.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은 깊은 골 만큼이나 수많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은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접전의 현장으로 수많은 이들이 숨진 곳이기도 하다.이곳 지리산 아래 마천골에서 '제12회 지리산 천왕축제'가 오는 27일과 28일 양일간 열린다. '천년의 비경! 지리산은 희망이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단풍철과 겹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지리산천왕축제 문호성 위원장은 "관광객들이 많이 와야 하는데 걱정이다. 단풍철과 겹치면서 행락객들이 많이 올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이라며 말문을 열었다.천왕축제는 올해로 12회째를 맞았다. 지역단위 축제로서는 짧은 시간은 아니다. 그만큼 천왕축제가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문 위원장은 "천왕축제는 지리산 산신인 천왕할매(마고할미)에게 제를 지내는 것으로 그 옛날 고려시대에는 남원부사가 봄과 가을에 지리산에 올라 제를 지냈었다. 조선시대에는 태조 이성계가 노고단에서 제를 지내는 등 민족의 영산을 경원시하고 매년 제를 올리는 등 천년이 넘는 기간동안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이어 문 위원장은 “천왕할매에게 제를 지냄으로써 호국과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축제”라며 “우리나라 무속 신앙으로서 종교를 떠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축제가 진행되는 주 행사장에서 300여m 인근에는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사령부가 있던 곳이다. 그만큼 빨치산과 한국군 사이에 많은 싸움이 오간 곳이며 그들이 한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천왕축제는 당시 전사한 빨치산과 토벌군. 주민들의 넋을 위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전 축제까지는 당시 활약했던 빨치산과 토벌군 출신들의 만남의 장이 마련되고 숨진 이들을 위한 상여도 준비했었지만 올해는 여건상 빠지게 됐다.올해는 소망사 무속인팀의 살풀이와 작두굿 등을 통해 지난날의 상처를 치유하고 좌우익은 물론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을 하나로 묶는 화합의 장이 될 것이다. 이번 천왕축제는 군비 2.800만원과 경남문화재단 지원금 250만원 등 3.050만원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다양한 대형 행사를 배제하고 축제의 취지를 살리려 지역민들의 화합을 위해서 사용되어진다. 그래서 축제는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다.오는 27일 천지신명에게 축제를 고하는 풍물놀이부터 축제의 발전과 면민 안녕을 기원하는 산신제. 길놀이. 성모 천왕굿 순으로 진행되면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행사의 내용은 물론 자원봉사자들도 지역민들이 참여한다. 노래자랑. 어울한마당 등 대부분의 행사에 지역민들이 주가 되어 참여한다. 또 자원봉사자도 지역 시민단체를 비롯한 학생들이다. 백무동에서 가내소까지 오르는 약 2.7km의 등반대회도 지역민과 관광객 등이 참여해 오색 단풍이 어우러진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문호성 위원장은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야 진정한 지역축제라고 할 수 있다. 함께 연출하고 호흡하면서 정을 나눌 때만이 지역축제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영산 지리산을 주제로 한 축제인 만큼 지리산을 끼고 있는 3개도 5개 시군의 함께하는 한마당 잔치로의 진화가 숙제로 남아있다. 문호성 위원장은 “마천 인근의 남원과 구례지역 사람들과 함께 축제를 열어보자는 제안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지리산은 역사가 깊은 만큼 애환도 많다. 3도 5개시군의 애환의 역사를 함께 풀어낼 수 있는 그런 화합의 장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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