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TalkTalk 116회 밥상 위의 보약 청국장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 청국장청국장의 냄새에 끌리고 청국장이 맛있는 청국장의 계절이 돌아왔다. 청국장은 겨울철 가족들의 건강을 지키던 요긴한 음식이었다. 여름내 힘들게 지은 농산물의 갈무리가 끝나고 가을도 그 꼬리를 감추면서 겨울이 시작될 무렵이면 움 속의 무나 항아리 속의 엿도 좋지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밥상 위를 장식하던 쿰쿰한 냄새의 청국장이 생각날 것이다. 내년에 먹을 장을 담그기 위해 메주를 쑤고 조금 남겨둔 콩을 붉은색이 돌 때까지 푹 끓여 청국장을 띄워 장독대 근처에 내다두고 지져먹던 할머니의 청국장이 그립다. 요즘처럼 빠르게 변모해가는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못난 사람의 어설픈 정서일지도 모르지만 냉장고 없이 순환하는 계절과 함께 하던 할머니의 삶의 지혜가 내게는 없으므로 더 그리운 것인지도 모른다.콩을 가공하지 않고 익혀서 먹으면 인체흡수율은 6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식물성 콩단백질의 흡수율은 동물성단백질의 흡수율보다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콩을 푹 삶아서 메주나 청국장으로 발효시키면 콩은 바실러스균에 의해 분해되어 콩 성분의 인체흡수율은 98%로 올라간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콩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청국장으로 만들어 먹는 방법이라는 결론이 얻어진다. 체내흡수율이 올라간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청국장은 발효가 일어나면서 원재료인 콩에는 많지 않거나 아예 없었던 B1. B2. B6. B12 등의 비타민과 칼슘. 칼륨 같은 미네랄이 풍부해진다. 이 비타민과 미네랄이 인체의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영양분이 지방으로 축적되는 것을 예방하며 청국장 속에 들어 있는 레시틴과 사포닌은 과다한 지방을 흡수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니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콩의 섬유질은 자기 무게보다 40배나 많은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변이 대장 속을 지나면서 굳어지고 딱딱해지는 것을 예방한다. 또한 대장의 벽을 자극해 변이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단축시켜 주므로 대장의 수분 흡수량이 줄어들어 수분을 많이 포함한 부드러운 변이 나오게 해주므로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반가운 정보가 될 것이다. 생청국장을 먹게 되면 단백질 분해효소의 작용에 의해 혈전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끓인 청국장은 이 효소의 대부분이 파괴되어 버리기 때문에 혈전 용해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가능하면 끓이지 않은 생청국장을 먹거나 마지막에 청국장을 넣고 바로 불을 끄는 방식으로 조리를 하면 더 좋을 것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항암효과. 혈압강하. 인슐린 분비 촉진. 몸 속 노폐물 제거. 간 기능 개선. 천연 비아그라. 치매예방효과. 숙취 해소 등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수많은 효능들이 있다. 하지만 그 수많은 효능들을 무시하고 싶을 만큼 어린 시절 외가에 가서 먹던 장독대 오지그릇 속 청국장은 맛 또한 일품이었으니 오늘따라 그 청국장 맛이 더 그립다. 할머니는 꽃 피는 봄이 되어 장독대의 청국장이 이상발효를 하기 시작하면 청국장을 먹을 때가 지나버렸다고 말씀하시면서 식구들을 위한 밥상에 더 이상 청국장을 올려놓지 않으셨다. 억지를 부려 냉동고를 이용해 장기간 보관하면서 여름철에도 청국장을 먹는 일은 하지 않으셨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나도 이제부터는 서리 내리기 시작하는 이 무렵부터 따뜻한 보이 오기 전까지만 먹고 냉장고의 냉동실에 넣어두면서 일 년 내내 먹는 어리석고 욕심 많은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웃들로부터 어리석다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할머니가 살아계시던 때의 계절을 나도 몸으로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오늘은 햇콩을 한바가지 가져다 청국장을 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