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느 아침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등교시키기 위해 29인승 e-카운티 운행을 하고 위림초등학교에서 고운교를 돌아서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3교를 지나 강변도로를 내려오는데 느티나무를 지나자마자 급작스럽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습니다. 제가 주행하는 차로에는 나락을 말리려고 천이 깔아져 있고 그 위로 나락과 어르신 한분이 나락을 골고루 펴기 위해 일을 하고 계셨고 반대편 차로에는 골목에서 갑자기 우회전해서 나오는 포터 트럭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들도 다 등교를 했고 차안에는 운전을 하는 저와 인솔 교사들. 그리고 어린이집에 다니는 4살 아이가 한명이 타고 있었지만 과속을 하지 않았기에 큰 무리 없이 제 차는 정차를 했고 포터는 지나갔습니다. 저를 쳐다보시는 어르신의 표정에 오히려 제가 무안해졌습니다. 1교를 지나오는데 1교 다리에도 나락을 말리고 있었고 2교까지의 도로변에도 나락이 도로의 일부를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부득이 중앙선을 침범해야 했고 맞은편에 차량이 올 때에는 나락을 밟고 운행을 해야 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매년 이 맘 때만 되면 되풀이 되는 풍경입니다. 그래도 도로의 한쪽 차선 일부에만 나락을 말리는 읍내의 형편은 나은 편입니다. 읍내를 둘러싸고 있는 병곡. 지곡. 수동. 휴천 면에 이르는 국도변 곳곳에도 나락을 말리기 위한 농민들의 노력이 심한 곳에는 양쪽 차선 가장자리를 다 점령한 곳도 있습니다. 차량은 아예 중앙선을 중심으로 다녀야 하는 처지입니다. 민가가 인접한 도로는 그 상황이 더 치열합니다. 이제 추수가 한창인데도 상황이 이러한데 추수가 끝나고 나면 더 많은 도로가 나락의 차지가 될 것입니다. 도로를 나락에게 내어주는 것에 쌤이 나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매년 농번기마다 일어나는 사고들과 경제성. 효율성의 문제 때문입니다. 행여나 한건의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결실보다 손실이 더 클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입니다.통상적으로 나락을 햇볕에 직접 말리려면 약 사흘정도 햇볕 좋은 장소를 확보해야 하며 대개는 농로나 신작로를 이용합니다. 그리고 말리는 중에 비라도 내리면 큰 낭패가 되므로 아침저녁으로 나락을 펴고 모으고 하는 작업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또 나락을 다 말린 다음에도 일일이 40Kg 용량의 조곡포대에 옮겨 담아야 하고. 담은 포대를 보관 장소로 옮기고 추곡 수매를 할 때 다시 수매장으로 옮기는 작업은 농사일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중노동입니다. 열 마지기만 되더라도 4~5톤 규모의 나락이 생산되므로 이런 수작업 중노동을 70세 전후의 노인들이 소화해 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수한 나락을 햇볕에 말리는 것은 건조기에서 말린 나락보다 더 건강한 쌀을 먹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도로변에서 말린 나락은 타이어분진과 먼지 등이 함께 보관되는 단점과 말린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건조기에서 정해진 규격으로 먼지 등의 이물질을 제거하면서 말린 나락보다 오히려 위생상의 문제가 더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제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방법이 없을까요?농민들의 입장에서는 추곡수매에서 좀 더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소위 말하는 물벼를 수매해서 낮은 등급으로 적은 돈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각 농가마다 수 천 만원에 달하는 건조기를 설치하기는 경제성과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정부와 농협에서 마을별로 무상으로 건조기를 공급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니면 관내에 추곡 수매장과 같은 곳에 거점지를 정하고 초대형 건조기를 정부와 농협에서 설치하고 무료로 건조를 시켜주는 것은 어떨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나락 건조시설을 운영하는데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비용을 농민 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농협과 정부가 부담을 하기 어려울 때는 실비로 농가가 부담을 하더라도 개선은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처럼 타작을 하고 일정기간 매일 아침저녁으로 벼를 말리고 다 말린 벼는 다시 담아야하는 불필요한 과정을 줄이게 되면 인력이 부족한 농가의 일손도 줄이게 될 것이고 규격화된 쌀 생산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설령 수확한 모든 나락을 전량 수매하지 않을 경우에라도 타작을 해서 포대 등에 담는 즉시 농협 건조기로 가져가서 건조를 하고 원하는 양만큼을 수매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인력과 경비 등 경제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물론 여기에는 이런저런 번거러운 절차들이 있겠지만 저의 짧은 소견에는 지금처럼 비효율적인 방식을 어떤 식으로든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에 나락말리기로 인해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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