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Talk 115회  이야기를 먹는다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 이야기를 담은 밥상큰 이모가 결혼을 하고 이종사촌 동생이 유치원을 다니던 때로 기억하는 어느 날 이모의 집에 간 적이 있었다. 중동으로 돈 벌러 가는 것이 붐을 이루던 시절이라 이모부는 중동에 가시고 이모는 딸아이와 달랑 둘이서 살고 있었다. 그러니 이모에게는 그 딸이 때로는 딸을 넘어 남편이 되기도 하고 친구가 되기도 하는 때였던 것 같다. 그날 마침 이모는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숙주나물을 무치면서 딸아이에게 간을 보라고 하였다. “보화야. 이 숙주나물 간 좀 볼래. 엄마는 잘 모르겠는데 우리 딸 보화는 간을 정말 잘 보잖아.”그러면 보화는 이렇게 대답하면서 숙주나물을 오물거리며 잘도 먹었다. “엄마. 간이 딱 맞아. 나는 엄마가 해주는 반찬은 뭐든 맛있어.”그리고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이 숙주나물은 콩나물처럼 초록색 녹두에 물을 주면 이렇게 싹이 나서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거야.”“엄마는 우리 보화가 맛있다고 하는 건 뭐든 다 만들어 줄 수 있단다. 많이 먹고 어서 커서 엄마랑 영화 보러 다니자.” 자세히 듣고 있으면 뭐 별 것도 아닌 싱거운 이야기를 이모는 쉬지 않고 끝도 없이 하면서 숙주나물을 무치고 도라지오이생채를 만들고 있었다. 아이는 저녁을 하는 엄마 옆에서 떠나지 않고 간을 보고 맛을 보고 엄마를 거드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종사촌동생 보화는 가리는 것 없이 아무 것이나 잘도 먹는다. 육회도 잘 먹고 생선회도 잘 먹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식은 다 잘 먹는다. 키도 크고 피부도 탄력 있고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젊은이로 자랐다. 반면에 나는 음식을 할 때 아무도 부르지 않고. 혹시 옆에 누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간 보는 수고를 부탁하지도 않고 혼자 뭐든 다 한다. 간이 맞는지 싱거운지 짠지 혼자 다 해서 짜잔 하면서 사람들 앞에 잘 차려진 음식을 내놓는 것이 내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럴까. 내 목숨과도 같은 딸아이는 편식이 아주 심하고 입이 짧은 아이가 되었다. 내 딸아이는 말이 없는 엄마를 만나 음식을 하는 즐거움이나 음식을 간 보는 즐거움 따위를 놀이로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리 되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스무 살 무렵에는 외국에 나가 일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선망이 되던 때였다. 그때 들었던 이야기 중에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유럽에 취업해나가는 사람들 중 어린이를 대상으로 교육하거나 보육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 직업에 적당하지 못하다고 거절당하였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거나 우유를 먹이면서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일 때에는 먹이는 음식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것을 하지 못해서 취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난해하였지만 지금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다.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과 어머니와 함께 만들어 먹던 음식이 내 인생에서 작용하는 의미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다. 가난하게 지내던 시절에 먹었던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겨 있는 음식은 몸과 마음이 아플 때 내가 찾는 나를 치유하는 음식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이 대세인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식생활에는 혁명이 필요한 시대가 되기도 하였다. 왜냐하면 음식이 우리의 몸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건강한 몸을 위협하는 아주 위험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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