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문인협회이사 정지섭지난 4일에 있었던 이야기다. 그 날 오후 3시쯤 나는 돈 92.000원을 송금해야 할 일과 가스 대금 납부할 일 있어서 농협 함양군지부 현금 자동 입출금기 코너에 갔다. 통장 정리를 하지 않은 탓에 잔고를 잘 몰라 혹시나 돈이 모자랄까봐 내자가 가지고 있는 돈 105.000원을 받아 들고 갔다. 통장 정리를 해 보고 송금할 돈이 모자라면 이 돈을 입금한 후에 송금을 할 요량이었다. 정리를 해 보니 잔고가 제법 있어서 들고 있던 현금을 입출금기 위에 얹어 놓고 쪽지에 적어 놓은 송금 할 곳의 계좌를 찾아 통장의 돈을 송금했다.서투른 솜씨로 계좌를 확인하면서 송금을 하느라 시간이 흘렀던가 보다. 송금을 마친 후 가스 대금을 납부하려고 농협 안으로 가면서 입출금기 위에 돈을 놓아두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말았다. 가스 대금 입금도 자동 입금기로 했으나 사용 요령을 잘 몰라 마침 곁에 있던 직원에게 절차를 물어가면서 입금하느라 시간이 제법 흘렀다. 일을 다 마치고 농협을 나와 네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섰다가 그제야 내자에게서 받아 온 돈을 자동 입출금기 위에 놓아두었다는 생각이 머리에 번쩍 떠올랐다.나는 부리나케 되돌아 가 보았더니 아뿔사! 입출금기 위에는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몇 번 두리번거리면서 여러 대의 입출금기 위를 다 둘러보았으나 돈이 보이지 않는다. 돈이 보이지 않으니 혹시나 내가 입출금기 위에 돈을 얹어 두지 않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호주머니마다 찾아보았으나 돈이 없다. 혹시나 집에 두고 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집에 와서 찾아보았으나 돈이 없다. 내자에게 물어 보려다가 사실대로 말하면 내자에게 퉁만 맞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함으로 그만 두고 속으로만 끙끙거리며 내 건망증만 탓하고 말았다.그런데 이튿날 읍사무소에 볼 일이 있어서 가서 일을 보는데 낯 선 사람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 사람은 내 이름을 확인하고 어제 오후에 농협에 온 일이 있었냐는 등 여러 가지를 물어 본 후 농협에서 돈을 보관하고 있으니 지금 찾아가란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곧바로 농협에 가서 직원으로부터 돈을 돌려 받았다.돈을 돌려 받으면서 경과를 들으니 내가 돈을 두고 나온 후 마침 농협 직원 한 분이 그 곳에 들렸다가 사람은 없는데 돈이 있기에 가지고 와서 CCTV로 확인 하니 그 시간에 그 입출금기를 이용한 사람이 나라는 것을 알았단다. 내가 모자를 쓰고 있어서 내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 시간대에 이용한 사람이 나뿐이었으므로 내가 농협에 거래를 하면서 작성한 서류에 있는 내 휴대폰 전화번호를 찾아서 연락을 했단다. 내가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치하를 하자 우리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면서 잃어버린 것을 안 즉시 우리에게 알려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로 답례를 대신한다.돈을 찾아 들고나오며 나는 요즘 같이 혼탁한 세상에도 이런 착한 사람들만 모인 곳도 있구나 하는 생각과 농협 직원들의 성실한 근무 자세와 친절하고 깨끗한 인품들이 참으로 돋보인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온 세상에 이런 사람들만 산다면 이 사회가 얼마나 명랑하고 아름다울까! 나는 나의 건망증이 더 심해저서 치매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도 마음속으로나마 농협 직원들의 올곧은 언행이 고맙다는 인사와 특히 애를 많이 쓴 노위상씨에게 깊은 감사를 드렸다.  필자 전 초등학교 교장전 함양 문학회 회장현 경남 문인협회 이사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