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명자 논설위원들녘에는 곡식들이 익어가고 밤과 대추가 영글어가는 가을 하늘은 정겹다. 어디를 가든 풍요롭고 즐거움이 가득해야 할 가을의 풍경이 걱정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엊그제 지나간 태풍으로 인해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찬 비바람에도 잘 견디어 준 곡식과 과일들은 농민들의 노고에 보답하듯 알차게 여물어 각자의 때깔을 뽐낸다. 풍성함이 가득한 고유의 명절인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린다.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추석이 다가오면 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 시어 한 구절이 생각이 난다. 대추와 밤을 팔아서 추석 상을 차리는 그런 내용의 시였던 것 같다. 그 시 안에 한 아이는 대추가 먹고 싶은데 아버지는 장에 팔아야 해서 주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이보다 조상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햇곡식으로 떡을 하고 제일 좋은 과일을 골라 조상님께 먼저 드려야 한다고 어른들께서는 추석 상을 차릴 때마다 하신 말씀이다. 추석이 되면 옛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때는 설레고 기대감도 매우 컸다. 새 옷을 얻어 입는 기회로 추석빔을 하면 좋아서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리본이 달린 구두가 너무 예뻐 꼭 끌어안고 잔 기억도 있다. 지금처럼 풍족하게 자라는 아이들과는 다른 마음으로 명절을 맞이했었다. 방앗간에는 여러 가지 떡과 송편가루를 빻느라 시끄러운 시계소리와 함께 동네아낙네의 자랑거리에도 정다웠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부모님을 도우려 했으며 큰집 가는 것도 매우 좋았다. 온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으며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던 그 시절이 그립다. 세월 따라 시대도 변한다고 명절분위기는 예전과 많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요즘에는 방앗간에 가서 기다리지도 않으며 미리 주문해서 떡을 맞추거나 사는 경우가 많다. 시간단축에서 나온 방법의 하나이다. 이 뿐만 아니라 부침도 사고 제사음식 맞춤을 이용하거나 또는 제사대행도 해준다하니 시간 활용은 되겠지만 조상님에 대한 정성은 낮은 듯하여 참으로 씁쓸하다.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나쁘다고만 말할 수 없다. 어른들께서는 호통 칠 일이지만 시대에 따라 변화는 제사 간소화의 절차이다. 그래도 아직은 고유명절 분위기를 느끼는 사람이 더욱 많다. 민족 대이동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비록 멀리 살지만 고향을 찾고 부모님께 선물도 전하며 온 가족들이 얼굴보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 명절이다. 다함께 모여 조상님께 올릴 음식을 직접 만들어 정성을 다하여 차례 지내고 성묘도 하는 풍습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몸은 고달프고 힘들지만 조상님의 대한 정성과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바쁜 사회생활에서 갈수록 간소화되고 간편한 명절을 맞이하려 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모르나 분명한 것은 조상님의 대한 정성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본다. 명절이라 하여 모두가 달가워하지는 않는다. 주부들은 명절 병이 생길정도니 명절만 되면 스트레스와 함께 명절 증후군이 생긴다. 이것은 산업의 발달로 전통적인 대가족이 사라지고 핵가족에서 개인주의 정착에서 오는 문화가 생기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단출하게 생활하다가 명절이 되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니 온갖 음식을 만들어야 하고 찾아오는 손님을 대접해야 하며 또 설거지는 산더미 같이 쌓여도 도와주는 사람은 환정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주부이자 시어머니 며느리들의 일이고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비롯되는 새로운 병이 생긴 것이다. 주부들은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나같이 호소하는 입장이다. 가사노동에서 비롯되는 것과 시댁에 가야한다는 부담감이 주원인으로 명절이 다가오면 두통이 생기고 겁부터 난다. 명절 끝은 부부 불화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겨 여자들만의 고민이 아니라 남자들도 함께 고층을 겪는다고 할 수 있다. 남자들이 즉 남편들이 가부장적 생각을 떨치고 명절을 다 함께 즐기는 개념으로 가사일도 다 함께 했으면 좋겠다. 요즘 남자들은 예전과 달리 부엌 출입이 쉽다. 남편분도 도우려 하는 마음은 있으나 어른들 눈치에 어찌 할 바 몰라 아내 눈치까지 봐야 하는 위치에서 눈알만 굴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 일이다 생각하고 실천에 감히 옮겨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오히려 분위기가 더욱 좋을 것이고 가족관의 화합도 잘 되리라 본다. 여성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작은 것에도 도움을 주면 고맙고 수고 했네 말 한마디에도 감동하는 우리 주부들이다. 명절 증후군이라는 병을 떨치는데 남편의 역할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서로 도우며 따뜻한 배려심이 있으면 두렵지 않다. 풍성한 계절에 즐겁고 행복한 명절을 맞이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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