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6일.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위)는 함양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을 진실 규명했다. (관련기사 8면으로 이어짐)함양 민간인 학살은 1949년부터 50년 사이 지리산 인근에서 활동 중이던 빨치산을 도왔다는 명분으로 80여명 이상의 지역 민간인들이 군과 경찰. 특공대 등에 의해 집단 학살된 사건이다. 당시 민간인 학살은 함양지역 9개 읍면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졌으며 총칼 앞에서 어쩔 수 없는 부역을 한 민간인은 물론 보도연맹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자행됐다. 사건이 발생한지 60년만의 진실 규명으로 국가의 공식 사과와 위령사업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부모 형제가 학살당하고 정부의 억압 속에서 억울하다는 말도 못하고 살아온 유족들의 한(恨)이 모두 풀어진 것은 아니다.함양지역에서 학살당한 이들은 민간인 86명을 포함해 보도연맹 등 181명. 일가족이 희생당해 연고가 없거나 유가족이 밝혀지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300여명이 넘는 민간인이 희생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명예 회복 이후 희생자들의 유족 등으로 구성된 함양군 희생자 유족회는 매년 음력 7월 위령제 및 추모제를 올린다. 올해도 9월14일 금요일 상림 만남의 광장에서 유족 및 기관 단체. 군민 등이 모여 억울하게 숨진 이들의 넋을 달랬다.유족회 회장을 맡고 있는 차용현 회장(76). 차 회장은 "학살사건 희생자들의 후손 수백 명이 모여 조촐하게 억울한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위령제를 개최한 지 벌써 4년이 흘렀다"며 "후손들이 모여 유족회를 만들고. 고인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세상에 밝히고자 노력한 결과로 함양 민간인 학살사건의 진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국가로부터 사과를 받고 명예를 회복했지만 60년 동안의 국가에서 자행한 갖은 핍박은 유족들을 어둠 속으로 내몰았다. 13살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그는 "그동안 공포와 체념. 고통 속에서 살아오신 유가족의 명예를 회복해 드려야 하며 국가의 사과와 배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진실위의 진실 규명으로 인해 2009년 9월 합동 위령제가 개최됐으며 올해로 4회째 위령제 및 추모제가 준비됐다. 차용현 회장은 사건발생 후 유골 발굴까지 민간인 희생지였던 함양읍 이은리 당그래산 88-26번지를 지켰다. 아버지가 묻혀 있는 곳인지를 알면서도 접근할 수도 함부로 발굴할 수도 없어 눈물로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꾸준하게 유골 발굴 등에 대해 청원을 넣었지만 국가의 묵살만이 있었을 뿐이다. 마침내 1982년 유골발굴추진위원회가 결성된 후 10년만이며 40년이 흐른 1991년 유골을 발굴할 수 있었다. 유골 발굴에도 경찰들의 삼엄한 경계가 뒤따랐다고 한다. 현재 당거리산 인근에는 보존비석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학살 현장은 훼손됐으며 공장이 들어선 상황이다. 이후 2005년 진실위가 출범한 이후 유족들이 신청서를 접수해 2009년 마침내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다.차용현 회장은 "진실위로부터 전화를 받고 가족들과 함께 많이도 울었다. 그동안의 설움이 한꺼번에 터졌다. 억울하지만 말 한마디하지 못하고 살아온 세월. 모든 것이 보상받을 수 없지만 아버지가 억울하게 돌아가셨다는 명예라도 회복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유족들은 최근까지도 소위 말하는 '연좌제'로 인해 고통 받아야 했다. 자신의 대는 물론 아들과 손자에 이러기까지 국가의 횡포는 그치지 않았다. 차 회장은 "아들이 번듯한 직장에 다닐 수가 없었다. 연좌제 때문이다.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죽여 놓고 그 자손들까지 못살게 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말했다.유족회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중이다. 울산 등지의 민간인 학살과 관련한 소송에서 법원은 유족회의 손을 들어 줬다. 차 회장은 "나라에서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니 당시의 일로 인해 어렵게 살고 있는 유족들의 생계를 위해서라도 지원을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이와 함께 추모공원 조성도 꾸준하게 준비하고 있다. 차 회장은 “과거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은 역사로 남겨 기억하는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추모공원을 조성해 그때의 잔혹함을 후손들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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