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8편 “얘들아! 니들 행복해?”  ▲ 손현숙(함양제일고 교사)이 세상에는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있나 봅니다. 아니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사람도 있겠군요. 하지만 모든 인간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 갈 권리가 있다는 것은 우리 삶의 큰 전제입니다.자살. 학교폭력. 어린이 성폭행. 빈부 격차에 따른 서민들의 생활고... 이즈음 접하는 불건강한 사회현상들은 곧 우리 학생들의 주변 여건이기도 합니다. 학생들 역시 학업 중도 탈락자가 늘고. 자살·우울 등 정신건강 측면 또 인터넷 중독. 흡연. 음주 등 생활습관 면에서 적신호가 나타나며 청소년 사회범죄와 연결되기도 합니다. 학교는 사회의 작은 축소판이니까요. 그런데 최근 조사에서 재학 중인 상태의 학생들도 10명 기준으로 4명이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한다는군요.성장기에 있는 대다수 학생은 기실 해만 뜨면 아침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학교로 달려 와 하루 종일 타종에 따라 기계적인 생활을 하게 됩니다. 학업성취 수준이 좀 높고. 교사들에게 인정받으며 급우들과도 잘 지내면 더없이 다행일 것입니다. 혹 즐겁지는 않더라도 큰 갈등 없이 넘어 가기만 해도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해서 학교폭력이나 집단 괴롭힘. 따돌림 등의 학생 사안이 발생하는 것이겠지요. 학교생활이든 직장생활이든 미래 더 큰 행복을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유예해야 하거나 더 심한 경우 현재의 행복을 희생하며 고통을 감수해야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학교에서 매일 만나는 우리 아이들. “니들! 행복해?” 갑자기 생뚱맞은지 전혀 생소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저 눈만 뜨면 ‘공부하라’는 소리나 들었지 그런 질문은 받아 본적도. 그래서 별로 생각해본 적도. 고민 해본 적도 없는 표정들입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같은 시기에 태어나 그저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는 것만으로 친구와의 어울림이 즐겁고. 시답잖은 얘기로 수다만 떨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시절. 어른들이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장난을 치면서도 삶이 즐거울 시기입니다.그러나 그중 대다수는 무덤덤하거나(주로 최고학년으로 취업이나 수험생에 속하는 3학년) 학교일정 따라가며 하루 생활 해 내기도 버거운데 뭔 그런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물어 보시나? ‘선생님 좀 이상하시네’ 하는 표정이 안습이네요. 그러나 학년이나 학급분위기에 따라서는 “아니요!” 하고 소리치거나 그냥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강하게 도리질까지 치며 적극적으로 반응하기도 합니다. 공부를 잘 못해서 자존심 상하는 아이들. 가정에서는 물론. 학교에서도 구박덩어리라 불만이 많은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공부도 잘하고 학교생활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 아이들마저 행복하냐는 질문에 “네!” 하고 흔쾌히 대답하는 경우가 드문걸 보면 의아해집니다.아뿔사!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 구성원인 청소년들은 불행하거나. 혹 불행하지는 않더라도 행복하지도 않은가 봅니다. 아니면 주어진 현실에 맞추어 따라가기 급급해서 진정한 ‘행복’이 뭔지 생각 해 본 적이 없든지요. 사랑을 제대로 받아 본 사람이 사랑 할 줄도 안다고 했던가요? ‘행복’이 뭔지 개념을 모르면 어떤 것이 행복인지 아닌지 모를밖에요.행복이란 ‘삶 전체에 대해 한 인간이 느끼는 보람과 깊은 만족’이라거나 ‘자신의 삶이 소중하고 가치 있음을 깨닫고 만족할 때의 느낌’ 이라고 사전적으로 정의됩니다. 느낌이니 머리에서 나오는 차가운 이성과 달리 가슴에서 출발하는 따뜻한 감정인가 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모든 인간이 살아가는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럼에도 우린 의외로 행복에 대해 너무 막연하게 동경만 하거나 아니면 누군가 행복을 가져다 안겨 주는 것처럼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보게 됩니다. 물론 행복하기 위해서는 건강. 경제적 안정. 자아실현. 봉사. 원만한 인간관계 등 조건이 붙긴 합니다. 그러나 행복은 의외로 가까운 곳. 사소한 것에서 찾아집니다. 더워서 고생하다 선선해지는 날씨. 아침에 눈 떠서 아프지 않고 학교나 직장에 나갈 수 있다는 것. 가족이나 친구가 있어 이해 받고 위로 받을 수 있다는 것. 직장이 있어 생계가 유지된다는 것 등등...그리고 행복은 행운(good luck)처럼 우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발견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소박한 진리를 알면 의외로 매일 매일이 행복 할 수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경제수탈. 6·25 전쟁의 역사를 겪고 헐벗어서 그랬겠지만 우리사회 자체가 행복의 조건으로 경제적 풍요만을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다소 병리적 풍조가 만연 한 것이 사실입니다. 상한선이 없어 상대적 비교로 박탈감을 갖게 하는 물질영역보다 행복의 방향을 정신영역으로 돌려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을 자아실현이라 합니다만 굳이 메슬로우의 욕구 위계를 들먹일 것도 없이 인간은 자아실현에서 커다란 만족을 얻을 수 있다하니 말입니다.성장기의 우리아이들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제대로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아니라면 최소한 불행하지만 않아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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