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할퀴고 간 상처는 크고 깊었다. 태풍이 할퀴고 간 군내 농민들 대부분은 하나같이 탄식을 자아내며 깊은 시름에 빠졌다. 함양군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사과농민들이 입은 피해규모는 수확 예정량의 5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확을 앞둔 홍로 품종에서 타격이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파프리카와 고추 등 비닐하우스의 피해도 만만찮게 나타났다. 군내에서 피해농가가 집중된 곳은 함양읍과 지곡면. 수동면. 안의면. 서상면. 백전면을 비롯한 6개 지역이다. 이 중에서 피해가 가장 심한 서상면과 수동면 지역의 농민들을 만나봤다. 피해가 심각한 수동사과 탑프루트 단지로 향했다. 이곳의 농장 대부분에서는 바닥에 떨어진 사과들이 즐비했으며 아직 남아있는 과일도 강풍에 부대끼며 상처를 입었거나 나뭇잎들이 말라비틀어지고 있었다. 또한 도회지로 나간 자녀들까지 내려와 썩기 전에 사과 한 알이라도 더 건져내려는 손길이 분주했으며 공무원들과 재해보험 업체에서 분주히 오가며 피해규모 실사를 벌이고 있었다.태풍 '볼라벤'으로 인해 1만평의 과수원에서 수십 그루의 나무가 뽑히고 60% 이상의 사과가 떨어져 버렸다는 송남득(62)씨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채 쓰러진 사과나무를 세우고 있었다. 송씨는 "태풍이 오는 동안 계속해서 과수원을 돌아보았지만 강풍에는 어쩔 수 없었다"며 "태풍이 물러갔다는 1∼3시 사이에 갑자기 몰아친 돌풍에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그들은 과수원 바닥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사과를 박스에 담았다. 송씨는 농작물재해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로 30년 동안 일군 그의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었다.인근에서 만난 박홍도(80)씨 부부의 농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부부가 계속해서 낙과된 사과를 주워내다 힘겨워 주저앉았다. 벌써 수십 박스를 주워냈지만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8.000평 상당의 과수원을 운영하는 권해보(40)씨의 농장도 처참했다. 60∼70% 가량의 낙과가 예상된다는 그의 말이 실감이 났다. 나무 아래에는 마치 출하 준비를 위해 사과를 따 놓은 듯 수북하게 잘 익은 사과들이 떨어져 있었다. 그는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군청에서도 오고 농협에서도 와서 피해 상황을 다 보고 갔다. 농작물 재해 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실질적인 보상 자체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낙과된 사과는 한 박스에 3.000원에 주스 원료 공장으로 보내고 있다.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주워내야 한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병해와 악취로 2차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상면 지역의 시설하우스 상당 부분이 태풍 '볼라벤'이 몰고 온 초속 30m이상의 강풍에 비닐이 찢기고 철제 파이프가 엿가락처럼 휘거나 주저앉았다. 태풍이 물러간 후 찾은 서상면 도천리 김태영씨의 블루베리 비닐하우스 4동은 엿가락처럼 휘었다.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튼튼한 철근 골조가 휜 것이다. 서둘러 비닐을 벗겨내고 골조를 철거하지 않으면 농작물에게까지 피해가 가는 상황이다.이곳에는 지역 공무원들이 복구에 참여하면서 분주했다. 이 가운데서 농장주 김태영씨는 담담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어쩌겠습니까. 주저앉아 있다고 일이 마무리되는 것도 아니고. 빨리 복구를 해야 남아있는 농작물이라도 살릴 수 있습니다"라며 분주하게 손을 놀렸다.이 농가는 휘어진 골조를 걷어내고 다시 새워야 한다. 새롭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 동에 4.000만원 가량 돈이 들어간다. 전체 4동을 다시 만들려면 어마어마한 자금이 들어가는 것이다. 김태영씨는 "특별재난구역 선포 등 농가를 지원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서상면 대부분의 비닐하우스는 폭탄을 맞은 것처럼 처참하게 부서졌다. 인근의 파프리카 재배 단지도 강풍에 찢어진 비닐들이 바람에 날리면서 처참한 모습을 보였다.서상면에서 안의면으로 내려오는 도중 거연정 인근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두 동강나고 곳곳의 가로수가 찢겨져 있었다. 농민들은 낙과된 과일을 주워 담고 쓰러진 벼를 세웠다. 태풍이 할퀴고 간 들녘의 농민들은 체념할 사이도 없이 다시 복구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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