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Talk 110회아침을 깨우는 두부장수의 종소리를 듣고 싶다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 갓 만든 두부이른 아침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들리면 어머니께서는 그때까지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빈둥거리고 있는 나를 일으켜서 바가지 하나를 들려 대문 밖으로 내보내셨다. 두부를 사오라는 것이었다. 잠이 덜 깨어 귀찮고 짜증나고 싫었지만 어머니에게 등 떠밀려 밖으로 나가면 지게를 지고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두부를 파는 할아버지 주변에 어머니의 심부름을 나온 동네 아이들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그릇을 하나씩 들고 두부를 받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사들고 들어간 두부는 어머니의 손에 의해 집간장. 고춧가루로 뚝배기에 넣고 끓이는 두부찌개나 들기름으로 구운 두부구이 등이 되어 아침밥상에 오른다. 적당히 단단하여 탱탱하고 부드러우며 고소한 두부요리.우리가 사는 함양의 재래시장에 가면 두부집이 하나 있다. 반갑고 반가워 옛날 생각을 하면서 나는 가끔 들러 두부를 사들고 집으로 간다. 재래시장에서 두부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심해 사람들은 수입콩으로 만드는 두부에 대한 폐해를 들려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지 않다. 함양시장의 두부집 아저씨는 두부를 팔면서 수입콩으로 만든 두부와 국산콩으로 만든 두부를 구분하여 적당한 선에서 가격을 정하고 솔직하게 말하면서 팔고 계신다. 속이고 파는 음식이 아닌 상도덕이 필요한 시대에 걸맞는 판매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자신이 판매하고 있는 식품의 재료가 어떤 것인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에 합당한 가격을 받는 착한 사업자들이 귀한 대접을 받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 그냥 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을 꿈꾼다. ▲ 두부 모양 잡기두부와는 좀 거리가 있지만 하동에 가면 화개장터 근처에 오래된 양조장이 하나 있다. 그곳 양조장의 사장도 자신이 만드는 막걸리의 재료와 술이 익어가고 포장되어 나오는 양조장 안을 언제든 누구에게든 자신있게 공개하고 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솔직하게 말하고 솔직하게 제 값을 받는 음식에 대한 신뢰로 구매를 하게 되는 그곳이 나는 좋기만 하다. 물론 그 제 값이라는 것이 꼭 비싼 가격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두부 이야기로 돌아와 주변을 둘러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두부를 좋아하고 늘 두부를 사서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두부를 사서 먹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광고에 의해 만들어진 브랜드 이미지를 보고 대기업의 두부를 사는 것이 정례이다. 대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보고 물건을 사는 소비자의 구매벽을 동네 구멍가게나 재래시장의 영세업자들이 뛰어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소나무가 환경의 오염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식물인 것처럼 두부는 우리의 식생활이 건강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식품이기에 자신이 사는 십 리 반경 안에서 만들어져 그날그날 소비되는 것을 사서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15일이라는 긴 유통기한을 만들기 위해 80도가 넘는 온도에서 30분 이상 살균되고 물에 담겨 유통되느라 맛과 향 뿐 아니라 영양성분도 꽤 많이 빠져 버린 두부를 대형마트에 가서 사먹는 소비형태에 변화가 와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산업화에 의해 두부가 포장되어 팔리기 그 이전의 두부는 너무 잘 상하기 때문에 아침에 사서 먹다 남은 것을 찬 물에 담가 두지만 어떤 날은 저녁이 되기도 전에 이미 쉰내가 나는 식품이었다. 그래서 포장되어 전국 어디에나 배포되고 유통기한이 고무줄처럼 늘어져 편리해진 두부가 어찌 보면 변화되어 고착화되어 가는 우리의 식생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식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식품 고유의 맛과 향과 약성이 모두 죽은 두부로 대변되는 우리의 식생활을 다시 점검해볼 때가 되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