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평교회 김지영 목사며칠 전 뜨거운 햇빛에 방안 눅눅했던 이불. 베개를 소독했다. 좁은 옥상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반나절 소독한 이불에서는 싫지 않은 햇빛 소독한 냄새가 났다. 그 냄새를 맡노라면 어릴 적 기분 좋았던 냄새가 다시 기억이 난다. 어릴 적 어머니는 햇빛 좋은 날이면 눅눅한 솜이불이며 베개를 밖에다 내어놓고 햇볕에 말리곤 하셨다. 그리고 그날 저녁이면 이불에서는 뽀송뽀송한 감촉을 느끼고 햇빛 냄새를 맡으며 행복한 꿈나라로 들곤 했다. 그 냄새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진한 향수 냄새와는 다른 은은한 냄새였고 난 그 냄새가 좋았다. 나는 해로운 세균에 찌들어 있다가 자연햇빛에 치유받은(?) 이불 위에 눕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바싹 마른 쾌적한 이불에 누우면 어머니의 사랑의 손길과 자연의 은총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이불을 햇빛에 널면서 생각해 보았다.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 곳곳에 퍼져 있는 악취도 이렇게 햇빛에 내다놓고 한꺼번에 소독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사회 곳곳에 사람들의 탐욕과 악한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악취는 이미 모두가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와 있다.시급 아르바이트 4.580원으로 겨우 살아가는 앞날이 보이지 않는 청년들과 18년 만에 폭염 속에서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해야 하는 도시 쪽방촌 노인들의 고단한 삶은 탐욕에 눈이 먼 자들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거대한 국가 토목공사로 천문학적인 이득을 본 건설업주들의 횡포와 그 아래서 일을 했지만 임금을 받지 못해 거리로 나서야 하는 불쌍한 노동자들의 외치는 신음소리를 이 사회는 더 이상 주목하지 않는다. 여러 모로 유리한 고지에 있는 대형마트의 끝없는 욕심은 결국 서민. 재래시장. 영세자영업자들의 몰락을 가져오고. 이러한 악순환은 결국 전체 소비위축으로 우리 경제의 미래의 기반을 깎아먹는 것이다. 그 속에 인간의 탐욕이 존재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리직톤은 탐식의 저주를 받아 나중에는 자기 살을 뜯어먹다 죽는 비극을 맞이한다. 욕심으로 인한 또 다른 탐욕의 증폭은 더욱 사람 사이를 불신하게 하고. 그 악취로 인해 우리 사는 세상은 더 큰 고통을 받게 된다. 이런 인간의 욕심 가득한 세균들이 소독되고 치유되기 위해서는 눅눅하고 습한데 감추어진 오염부위가 밖으로 드러나야 한다. 방안에. 장롱 속에 들어앉았던 이불을 밖으로 끌고 나와야 하듯이 언론은 이 사회의 악취를 먼저 고발해야 하는 비판정신이 있어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것으로 숨기는 사회는 결코 악한 세균을 박멸하지 못한다. 우리사회에 정직 면서도 강직한 언론이 살아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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