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체증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함양에서도 출퇴근 시간 번잡한 곳이 있다. 고운로와 위성초등학교를 잇는 사거리. 이곳은 출근시간이면 등굣길 학생들과 버스에서 내려 도로를 건너려는 어르신들. 그리고 차량들이 한데 엉켜 사고 위험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언제부터인가 이곳에는 하늘색 모범운전자회 복장의 안전지킴이가 연신 호루라기를 불며 교통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막힌 길도 펑펑 뚫어내는 그는 모범운전자회 소속 김민석(39.함양읍 구룡리)씨. 그가 나타나면 막혔던 차량통행도 원활해지며 눈치를 보며 무단횡단을 하던 이들도 횡단보도 앞에서 그의 손짓을 기다린다.이곳은 함양 읍내의 관문으로 군내 지역을 운행하는 버스의 차고지와 택시 차고지가 있으며 왕복 2차로 좁은 도로들이 서로 겹치는 사거리로 신호등이 있으나 무단횡단은 물론 신호를 지키지 않은 차량들이 속도를 내는 곳이기도 하다.김민석씨가 이곳에서 교통정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부터로 2009년 집안 일로 인해 1년동안 함양을 떠났던 때를 제외하면 10년 가까이 이곳에서 인간 신호등 역할을 해오며 안전지킴이가 돼 주었다.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시민들에게 그는 가차없이 불호령을 내린다.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차들에게. 무단횡단을 하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는 학생들에게 따끔하게 충고한다. 또 걸음이 느린 어르신들을 위해 신호대기 차량들의 양해를 구하면서 건널 수 있도록 돕는다.김민석씨는 “어르신들은 차량들이 알아서 서겠지 하면서 횡단하지만 신호를 받은 차량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속도를 내기 일쑤”라며 “만약 사고라도 난다면 운전자와 보행자 서로가 손해 아닌가. 이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사고를 조금이라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교통정리는 학생들 등교시간인 8시부터 9시 사이. 방학이 되면 김씨도 아침 시간은 휴가를 받는 것이다. 10년 가까이 교통정리를 해온 그지만 녹녹치만은 않다. 일부 운전자들은 '너는 해라 나는 간다'라는 식으로 아무리 제지해도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 경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의 신호를 무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좀더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씨의 경험상 신호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은 대도시에서는 잘 지키다가도 함양에만 오면 제대로 법규를 지키지 않는다고 한다. 소위 말해 ‘자기 집에서 50% 먹고 들어간다’라는 식이다. 함양지역의 군민들의 교통법규 준수는 최악이라고 자조했다. 함양의 교통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그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아침 이곳으로 출근한다. 그는 "아침마다 나오는 것도 힘든 일이다. 일주일만 해 보면 힘들고 귀찮아서 하지 못할 것이다. 호루라기 두 번 만 불면 머리가 핑핑 돈다. 무더운 여름날 모자 쓰고 조끼가지 입고 나가면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라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번잡한 교차로에서 교통정리를 하다 보니 사고 위험도 높다. "많은 사람들과 차량들이 엉키기 시작하면 정신이 없다. 무단횡단 막아야지. 교차로의 차들과 신호등까지 신경쓰다 보면 혼자하기에는 벅찰 때가 많다. 예전에는 어머니회와 바르게살기 등에서 협조를 했었는데 아쉽다"라며 지역사회의 참여 부족을 아쉬워했다. 신호에 따르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 '내가 여기 왜 서있지'라는 자괴감 마저 든다는 김민석씨는 “사람일이 어찌될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봉사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끝으로 그는 “자연환경만 관광 상품이 아니라 교통만 잘 지켜도 관광자원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올바른 교통문화가 정착된다면 좋은 홍보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함양의 교통문화가 최고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강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