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덕오 논설위원뻐꾸기는 유월이 한철이라는 말과 같이 우리 주변 산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름새다. 그 울음소리가 우리 정서에 맞아 가야금 연주곡으로 작곡된 뻐꾸기라는 곡도 있고 스타카토 식으로 끊어서 우는 특성 때문에 시간을 알리는 음향으로 채택되어 집안이나 사무실 등 일상 생활 공간에서 매시간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친근한 새다. 그러나 뻐꾸기의 살아가는 생태적 속살을 들여다보면 마냥 예뻐 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뻐꾸기의 번식방식인 托卵性(탁란성)은 남의 둥지에 주인새 몰래 자기의 알을 낳아 스스로 알을 품지도 않고. 기르는 것 역시 주인새에 맡기는 몰염치한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새끼 역시 어미의 못된 유전자를 닮아서인지 생존 본능인지는 알 수 없으나 주인새 알보다 먼저 부화되어 늦게 부화된 몸피가 작은 假親(가친)의 새끼들을 둥지에서 밀어내어 떨어뜨려 죽게하고 자기 새끼인줄 알고 열심히 물어다 주는 가친의 먹이를 독차지하여 먹고 자라 훌쩍 둥지를 떠난다.탁란성 조류 중에서도 갈색머리찌르레기의 탁란 습성은 더 악랄하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은 것을 주인새가 눈치채고 찌르레기의 알을 없애면 그 둥지를 만신창이로 부셔버리는 폭력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내 새끼를 맡아 부화시키고 길러 주지 않으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성 협박과 보복성 폭력을 자행한다는 것이다.탁란성 새들의 생태적 특성을 보면 기만과 폭력 몰염치에 냉혈적인 요소가 모두 포함된 악행의 집합체이다. 사람 사는 사회에도 탁란성 새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탁란성 요소가 여러 가지 형태로 만연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남이 정당하게 모아놓은 재화를 보이스피싱 같은 교활한 사기 수법으로 편취한다든지. 일년 내 애써 땀흘려 지어 놓은 농산물 등을 훔쳐 간다든지. 이유도 없는 폭력이나 남의 약점을 이용해 협박 등으로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것은 따지고 보면 그로 인해 파생되는 상대방의 피해 등은 철저히 묵살한 탁란성 심리가 내재된 행위인 것이다.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교수를 민주통합당에서 대통령후보로 영입하려고 하는 것을 두고 항간에서는 탁란에 비유하고 있다. 안철수교수가 능동적이거나 물리적으로 민주통합당의 다른 후보들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므로 탁란이라는 표현보다는 정통적으로 당내에서 길러온 적자가 아니므로 양자들이기 또는 무임승차 무혈입성 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작금의 우리고장에서 가장 부끄럽고 낭패적인 선거관련 濁亂(탁란)의 사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현상도 근본적으로 파헤쳐 보면 탁란성 심리 때문에 발생되는 사고가 아닌가 생각된다.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면 그 수단과 방법이 비윤리적이거나 위법이든 개의치 않고 행동하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위가 선거 중에도 선거가 끝나도 쉼 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뻐꾸기 같은 탁란성 조류들이야 종족번식을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생존권의 문제이니 자연의 한 양태로 볼 수 있지만 사람이 탁란성 조류의 나쁜 습성을 그대로 실행하고 있으니 새만도 못하지 않는가. 우리 고장에 만연되어 있는 나쁜 선거 풍토도 힘들이지 않고 돈벌겠다는 공짜 좋아하는 심리가 깔려있는 오염된 토양 때문에 독버섯이 싹을 틔워 자라난 것이 아니겠는가.장마철에 생긴 탁류는 시간이 흐르면 맑아지겠지만 우리고장의 혼탁한 선거 풍토에서 비롯된 濁亂(탁란)은 언제쯤 맑아지겠는가 우리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없으면 百年河淸(백년하청)이니 정말 아득하기만 하다.뻐꾸기가 활개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도 다 우리의 잘못이고 깨끗해지려는 의지와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깨끗한 선거 풍토를 만드는 것이 꼭 어려운 일 만은 아닌 것 같다. 나 하나만 깨끗해지면 세상 모두가 깨끗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요즈음은 시간을 알리는 뻐꾸기 소리가 알람벨 소리처럼 들린다. 비상벨이 울렸는데도 어느 누구도 비상구를 찾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이 여름이 지나면 또 매년 여름은 올 것이고 뻐꾸기는 어김없이 찾아와 자기 방식대로 托卵(탁란)을 할 것이다. 사람은 새가 아니므로 뻐꾸기 탁란하는 모습으로 살아서는 안되지 않는가 이제 다시는 濁亂(탁란)의 사태는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고장을 위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