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순 논설위원막걸리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 술이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엄청난 수요폭발로 양조장은 부잣집의 대명사였다. 시·군마다 면 단위에 한 곳만 허가가 났고 엄격한 통제가 이뤄졌기에 허가받은 양조장은 배타적 독점권을 누리기도 했다. 당시 시골에서 밀주를 빚다 들키기라도 하면 살림이 거덜날 정도로 중한 범죄로 치부됐다. 양조장 집 주변에서 키우던 돼지는 윤기가 달랐다고 하는데 먹이가 시원찮아 구정물이 전부이던 시절 술지게미는 영양가가 아주 높아 사료로는 일등이었던 것이다. 세상의 흐름은 우리의 생활과 문화전반을 흔들어 번지르르 하던 양조장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주인 잃은 지붕 곳곳엔 잡초만 무성하게 돼버렸다. 그 시기가 바로 80년대 후반이다. 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막걸리의 하락세가 시작됐다는 것이 양조업계의 판단이다. 농촌의 도시화 바람이 불면서 이농으로 마을마다 빈집이 늘어나고 품앗이 대신에 트랙터나 콤바인이 농사일을 하면서 싸늘한 바람이 양조장을 휩쓸고 새참거리에 빠지지 않던 막걸리 대신에 자장면과 맥주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막걸리는 원래 쌀과 누룩으로 빚어서 그 상태로 막 걸러낸 술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제조방법은 찹쌀. 멥쌀. 보리. 밀가루. 감자 등을 주원료로 하는데 이들을 찐 다음에 수분을 그대로 건조시켜 누룩과 물을 섞고. 일정한 온도에서 발효시켜 청주를 떠내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걸러 짜낸다. 옛날 가정에서는 마른 밥에 누룩을 섞어 빚은 술을 작은 장독 위에 나무를 정(井)자 모양으로 걸고 체로 걸려서 뿌옇고 텁텁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걸러내기 전에 용수를 받아서 먼저 떠내면 맑은 술이 되는데 이것이 바로 청주인 것이다. 그리고 물을 더 많이 넣어서 걸쭉하게 걸러내면 탁주가 되고 거르지 않아 밥풀이 그대로 떠 있는 상태의 술을 동동주라 했다. 막걸리의 알콜 성분은 대략 6∼7% 정도이다. 전통 민속주 막걸리는 순수한 미생물에 의해 자연 발효시킨 자연식품으로 술이면서도 건강식품이다. 막걸리는 알콜도수가 낮고 영양성분이 많아 부담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사람에게 유용한 필수 아미노산이 10여종이 함유되어 있는 식품이다. 또 다른 술과는 달리 막걸리엔 1.9%의 단백질이 들어 있는데 우유의 3%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의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막걸리엔 비타민과 유기산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것은 갈증을 멎게 하는 역할뿐 아니라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피로물질을 제거해 주는데 즉. 사람들이 섭취한 식품이 소화분해 되면서 탄산가스와 물이 되어 에너지를 내면서 피로물질이 쌓이지 않게 처리한다는 것이다.함양엔 멀리서도 찾아오는 몇 군데의 이름 난 양조장이 있다. 막걸리 특유의 시큼한 맛을 적절히 해 뒷맛이 깔끔한게 특징인데 다양한 시도로 빚어지는 막걸리가 요즘엔 인기이다. 산삼막걸리 오갈피막걸리 솔잎막걸리 자색고구마막걸리 등 대를 이어 장인 정신으로 재탄생되고 있는 것이 함양막걸리의 현주소이다. 막걸리의 인기가 급부상하면서 지역의 대학과 영농조합법인이 공동으로 자색고구마막걸리를 개발해 벤처창업경진대회서 입상하면서 상품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함양에서 만들어지는 막걸리가 ‘이순신막걸리’로 이름을 달고 외부로 나가고. 인공향로를 쓰지 않고 초 봄 채취한 솔가지를 넣어 발효시킨 솔잎막걸리나 오갈피나무의 약성을 순하게 조화시켜 만든 오갈피막걸리. 산삼의 성분을 배합시켜 건강까지도 챙기는 산삼막걸리까지 함양막걸리는 전통에다 웰빙시대에 맞춘 거듭나기를 하고 있다.우리 민족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발달한 화려하고 다채로운 술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음식에 따라. 절기에 따라. 술자리의 성격에 따라 술의 종류는 다양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불과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세월 동안 우리의 주류문화는 그 품격과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새롭게 막걸리가 젊은 층에서 부활하고 있다. 세대를 초월한 어우러짐의 술. 통합의 술로 막걸리가 재탄생되고 있다. 아울러 누룩 익어가는 함양의 술도가에도 화려했던 그 명성이 다시 재현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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