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 99편함양읍 난평리 옥녀봉 아래 600고지 황금농원 박정수 할아버지 사는 이야기  박정수 노인 농원 비탈길 걸으며 정현종 시인의 시 <새로 낳은 달걀>을 패러디. 시 한 수 암송했다.“하산(下山)하면서/노인이 방금 주웠다며 은행알 하나 내게/쥐어 준다 햇빛 속에서/ 이런 선물을 받다니/ 마음이 이미 찰랑대는데/ 그걸 손에 쥐고 내려온다/ 산에서 주운 은행알/ 따뜻한 기운/생명의 이 신성감(神聖感)/ 우주를 손에 쥔 나는 거룩하구나/ 내 발걸음을 땅이 떠받는 때도 없거니!” 복숭아 잣나무 기운 받다보면 산기(山氣)요법 따로 없다 # 함양군 함양읍 난평리에 독림가 박정수 노인이 산다. 1940년에 함양서 태어났다. 한국동란 때 함양중(10회)을 졸업하고 혈혈단신 서울로 올라가 밑바닥생활을 전전하다 마침내 주물금형공장 CEO가 된다. 그랬는데 무서운 병마가 찾아와… 할아버지가 자신의 70년 삶을 회고한다.“서울 올라가서 잠실 오두막집에다 둥지를 틀었지. 당시 잠실은 허허벌판. 어린 나이에 행당동 한양대학교 앞 주물공장에 입사. 성실근면한 자세로 복무하다 팔령 고향 처녀(표귀남)을 아내로 맞아해 알콩달콩 정 붙이며 살다 슬하에 아들 하나 딸 둘을 생산했소. 78년에 그간 모은 돈으로 경기도 반월에 회사를 차려 직원 여럿을 뒀지요. 95년에 모진 병마가 내 몸에 찾아와 생사 기로에 서게 되었는데. 허허허 신장이 완전히 망가져 이식해야할 지경이었소. (신장은 혈액 속에서 노폐물을 걸러 내는 일을 비롯하여 여러 기능을 하고 있는데 신장의 병이 진전됨에 따라 신장이 기능을 잃게 되면 만성신부전이 된다. 이때 치료방법으로는 혈액투석. 복막투석과 신장이식이 있는데 이 중에 신장이식이란 건강한 신장을 체내에 이식하는 외과적인 수술을 말한다)몇 해 동안 투석을 하는 등 투병생활을 하다 또 몇 해전 내 몸에 맞는 신장이 있어 그걸 이식했소이다. 도시에서는 도저히 병을 치료 못할 것 같아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 96년 가족을 서울에 두고 허허 혈혈단신 고향땅 야산을 사들여 정양도 할 겸 나무를 심기 시작했소이다“함양군 함양읍 난평리 산 65-1 600고지 황금농원. 농원 정상에 서면. 저 멀리 산청 왕산이 보인다. 왕산은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봉곳이 솟아 오른 나럭더미의 형상을 하고 있어 풍수상 노적봉(露積峰)에 해당하는데 이는 귀(貴)보다는 부(富) 발복을 뜻한다. 농원 뒤쪽에 젊은 여자가 꽃을 바친다는 옥녀헌화형(玉女獻花形) 옥녀봉이 있다. 깊어가는 초가을 박정수 노인 황금농원을 찾아 나무구경을 했다. “95년 이 산에 들어왔을 때. 황량한 대지 위에는 나목들 만이 눈바람에 졸고 있더이다. 입산하고 16여년 동안 전기도 안들어오는데서 독수공방 생활을 했지요. 역경에 대저 인간이란 도의 궁지에 처하면 대자연과 통할 수밖에 없다 했잖소. 해서 소인은 산에다 나무를 부지런히 심으며. 몸이 쾌차하길 바랬다오. 고즉낙근(苦則樂根)이라.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지금 보시다시피 이렇게 몸이 튼실하오이다” 농원은 약 10만여평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만여 은행나무. 복숭아나무. 잣나무가 심어져 있다. 채 날이 밝지 않은 새벽. 노인은 기상. 나무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저 개울 건너 아름드리 자라고 있는 잣나무 보시구려. 한자어로는 백자목(栢子木)·과송(果松)·홍송(紅松)·신라송(新羅松)·해송(海松)·유송(油松)·오수송(五鬚松)·오엽송(五葉松)·오립송(五粒松)·송자송(松子松) 등이 쓰이는데 일반적으로는 백(栢)이 쓰이지요”노인에게 혹여 종교가 뭐냐고 물었다.“불교올시다. 잣나무를 보니 불교가 생각나지요? 그렇소 저. 잣나무. 조주스님 화두에 나오지요. 어느 스님이 조주(趙州) 스님께 묻기를 달마가 서쪽에서 무엇을 가져왔습니까? 라고 묻자 "뜰앞에 잣나무니라" 하셨죠?”개울 너머엔 복숭아나무가 있다. 저 복숭아나무를 바라보니 어릴 적(내가 살던 마을에) 정신병자 처녀가 생각난다. 처녀가 발작을 하면 어머니는 개울로 가 복숭아가지를 꺾어와 그 가지로 딸 등을 매우 세게 쳐 댔다. 이렇게 하면 처녀 몸 속에 빙의 된 잡신이 물러간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재연하면 다음과 같다. 어머니는 부적을 머리 얼굴에 덮은 뒤 항마진언을 외우되 옴소마니 소마니 홈. 하리한나 하리한나 홈 하리한나 바나야 홈 아나야 혹. 바아밤 바아라 홈 바탁 하고 3번 외운 뒤 맨끝 탁을 외우면서 귀신들린 자의 이마를 쥐어박았다. 또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무(야생) 회초리로 어깨죽지를 때리면서 보검수 진언을 외웠다. 필자가 복숭아와 관련된 무속 타령 읊조리자 노인은 허허 웃으며 “예부터 저 복숭아. 가리켜 지구 물건이 아닌 중간계 너머 무색계에서 온. 신비의 나무(과일)라고 했지”박정수 할아버지 "나무를 심으면 복운(福運)의 바람을 만날 수 있소. 이월매화는 이월개요 (二月梅花二月開) 구월국화는 구월개라. 이 깊은 산 속에 살면 대자연의 축복 세례를 받을 수 있지요"영감님 은행잎 속에 우주만물 서기가 들어 있다# 농원에 햇밤이 주렁주렁 열렸다. 탐스럽다. “저 밤을 따야 쓰는디 인부값도 안 나와 큰일이오. 어떤 방도가 없을까?”-밤이 참 튼실합니다. 곧 추석 한가위가 오는데 저 밤으로 단자를 만들어 차례상에 올리면 조상님이 다른 음식 안 먹고 단자에만 젓가락질하실 것 같은뎁쇼. 황금농원 스페셜 음식 밤단자를 만들어 보시죠. “그것도 일손이 있어야 만들지. 밤을 설탕물에 넣어 졸이다가 꿀로 볶아 내면 밤초가 되는디. 그게 또 영약 아닌가” 밤초란 밤으로 만든 과자의 하나. 황밤이나 생밤을 푹 삶아 꿀을 넣고 다시 조린 후 으깨어 계핏가루와 잣가루를 뿌려 만들거나. 삶은 밤을 벗겨 꿀을 넣고 푹 끓인 다음 으깨어 계핏가루를 뿌려 만든다. 추억의 과자였는데 함양 농부님들이 이를 리바이벌. 만들어 낸다면 천안 호두과자보다 인기를 끌 터인데? 한달 후 박정수 노인 농원 찾으면 은행나무 금빛물결을 감상할 수 있다.은행 푸른 잎은 여러 종류의 후라보노이드는 모세혈관의 흐름을 원활히 해주고 혈관을 강하게 해 주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헐고 쇠약해진 혈관의 벽을 치유해 주고. 뇌와 내장. 그리고 손. 발끝의 말초에 이르기까지 혈액이 골고루 흐르게 해 준다. 따라서 뇌졸중이나 심장병 등 각종 성인병에 뛰어난 효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그 은행나무 잎으로 만든 술이 노인성 질환에 놀랍도록 큰 효능을 발휘한다. 은행잎 술을 만드는 방법은 지극히 간단하다. 푸른 은행나무 잎을 소주에 담그기만 하면 된다. 실제로 은행잎 술을 마시고 노안이 개선되어 신문을 읽을 때 끼던 안경도 필요 없게 됐다는 사람이 있고. 관절염이나 심장병. 치매 같은 노인성 질환에도 효과가 있었다는 사례가 많이 있다. △ 은행잎 술 만드는 방법 1)푸른 은행잎(2리터 병의 절반 정도). 입구가 넓은 병. 소주 1.8리터를 준비한다. 2)은행잎은 따뜻한 물로 깨끗이 씻어 물기를 닦은 다음 충분히 건조시킨다. 3)건조시킨 은행잎을 병에 담고 소주를 병 입구까지 가득 붓는다. 4)병뚜껑을 밀폐한 다음 어둡고 신선한 곳에 3개월 간 보관하면 완성된다.-화제를 바꿔 영감님 신장이식과 관련. 몇 마디 물어봅시다. 제가 말이죠. 이 분야(의학)에 문외한이라. 그냥 내키는 대로 물어 볼 랍니다. 그래. 신장이식 한번 하면 다시 교체 안 하고 영구적입니까?“남의 신장을 내 몸 속에 들게 했잖수. 이를 어디다 비유할꼬. 응. 용병(鏞兵)에 비유하면 되겠네. 휴전선 근방에 국군이 주둔하고 있는데 저놈의 아프리카 리비아 군이 한명 이 부대로 전출옹거라. 이상한 놈이 왔다 해서 이 놈이 집적. 저 놈이 집적댈 것 아냐. 궁리 끝에 리비아 용병(타인의 신장). 국군으로 변신하는 약을 먹어야 하거든. 그런 이치로. 내가 말이오 4∼8주에 한번 그 변신할 수 있는 약을 구하기 위해 서울종합병원에 올라갑니다.그 약만 제대로 먹으면 괜찮아. 내 얼굴이 어떻소”-가히 40대입니다. 하하하.“국군으로 변신하는 약 덕분이 있지만 내 고향 대지의 놀라운 약성 때문에. 내가 이렇게 튼튼하게 살고 있소. 나는 이 산 속에 정령이 살고 있다고 믿소. 그 정령 도움으로 나는 늘 활기찬 삶을 영위하고 있지. 선생. 기회가 되면 우리 농원서 하룻밤 주무시구려. 몸이 개운해지고 그 뭐시기냐. 길상여해를 느낄 수 있을 것이오”오호라! 산 속에 귀의하야. 지극정성 나무 돌본 덕에 모든 액(厄)이 도리어 길(吉)로 화(化)하여 오히려 복덕이 가중된 케이스구먼?# 사족: 박정수 노인 농원 비탈길 걸으며 정현종 시인의 시 <새로 낳은 달걀>을 패러디. 시 한수 암송했다.“하산(下山)하면서/노인이 방금 주웠다며 은행알 하나 내게/쥐어 준다 햇빛 속에서/ 이런 선물을 받다니/ 마음이 이미 찰랑대는데/ 그걸 손에 쥐고 내려 온다/ 산에서 주운 은행알/ 따뜻한 기운/생명의 이 신성감(神聖感)/ 우주를 손에 쥔 나는. 거룩하구나/ 내 발걸음을 땅이 떠 받는 때도 없거니!”구본갑|본지 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