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복주 시인의 안녕하세요 함양 25평생대학 배움의 기쁨은 크다안녕하세요 함양 내 나이 60. 실로 오랜만에 공부하러 학교에 갑니다.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까마득한 옛날 코 흘릴까봐 앞가슴에 옷핀으로 손수건 매달아 준 엄마 손 잡고 초등학교 처음 가던 입학식 날의 그 설렘. 우리 모두에게 그 설렘은 평생 잊혀지지 않고 남아 있을 겁니다. 세월은 지나 그 아이는 크고 어른이 되어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었습니다. 선생은 퇴직하고 이제는 다시 어린 학생이 되어 나이 60. 학교에 공부하러 갑니다. 거창도립대학. 과목 프리젠테이션 기법. 강사 신연숙 교수. 매주 월수요일 2∼3시간씩 7∼10월 말까지 수강. 수강료는 평생교육 차원에서 국가지원이라 개인부담은 총 6만원. 나는 강좌를 신청했고 지금 공부하러 거창대학에 갑니다. 멋지고 거창한 평생교육 프로젝트에 나는 두 번째로 국가혜택을 받으며 공부하러 갑니다.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입니다. 누구나 배우기만 원한다면 나처럼 공부하러 갈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 점심밥을 먹여야 되니 안 먹여야 되니 하고 싸우고 있지만 우리나라 부자가 되어 최고의 복지국가가 되어 ‘요람에서 무덤까지’ 누구에게나 공짜로 얼마든지 먹고 배우고 놀고 할 수 있는 복지나라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유럽에서는 아무리 무료라 해도 대학에 잘 안갑니다. 공부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는데 왜 내가 공부하러 그 힘든 대학에 다녀야 하느냐 하고 항의합니다. 공부는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니까 대학에 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주민자치센터 요가 수업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돈이 없어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우리의 부모님들은 평생에 한번 중학교 고등학교 아니 대학 문턱이라도 한번 밟아보았으면 여한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잣집 아이들은 다 상급학교에 가는데 지지리 가난하여 초등학교 어찌 어찌 나오고 중학교 문턱도 밟지 못한 부모님들은 그때부터 밭에 나가. 공장에 나가. 식당에 나가. 일터에 나가 먹고살아야 했습니다. 결혼해서 자식을 낳고 두 사람 모두 뼈 골수 다 빠지게 일 하여 한푼 두푼 모은 돈. ‘그래 우리의 자식들아 너희들만은 우리가 다니고 싶어도 먹고사느라고 다녀보지 못한 높은 사람만이 다닌다는. 부잣집 높은 나으리 자식만이 다닌다는 대학을 너만은 꼭 기필코 다녀야 하느니라. 공부를 해서 높은 사람이 되어야 하느니라’ 하여 목숨 같은 생명 같은 논밭 데기를 다 팔더라도 자식을 학교에 보내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어찌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학교 졸업식장에 가면 우리의 아버지는 거무튀튀한 깡마른 모습으로 맞지 않는 헐렁한 구식양복을 허수아비처럼 걸쳐 입고. 어머니는 부풀은 수숫대 같은 파마머리 뽀글뽀글 볶고 분칠 덕지덕지하고 비로도 한복 한껏 차려입고 딸자식이 얹혀 준 요상하게 생긴 사각의 대학 학사모를 머리에 쓰고 손잡고 차렷 자세로 서서 한없는 기쁨으로 사진 한 장 찍습니다. 이 순간은 일평생 가장 숭고하고 엄숙하고 말하지 못할 벅찬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기막힌 한 순간입니다. 서러움과 기쁨과 행복이 교차하는 일생의 가장 거룩한 한 순간입니다. 나는 가갸거겨 한 글자 모르지만 내 딸자식이 이제는 가장 높은 대학 그 나랏님들의 높은 양반들만 다닌다는 이 대학교를 당당히 다녀 오늘 졸업하다니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나는 비록 배우지 못했지만 내 딸자식을 나는 다 가르쳤다. 내 딸자식은 다 배웠다. 이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우리의 부모님들은 딸자식 죽자살자 가르친 덕분에 대학문턱 한번 들어와 보고 학사모 평생 한번 써보기도 하고 죽는 감격의 순간을 맛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에서의 배움의 이력이란 그야말로 삶과 인생 전부가 가족사로 걸려 있습니다. ▲ 주민자치센터 건강체조함양엔 두 개의 커다란 대학이 있습니다. 매년 수십 명의 졸업생들이 배출됩니다. 뭔 소리하는 거냐 함양에 뭔 대학이 있다는 거냐 하시겠지만 정말 커다란 좋은 대학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함양노인회에서 세운 함양노인대학입니다. 또 하나는 함양읍에서 세운 함양주민자치대학입니다. 이 얼마나 멋진 대학입니까. 함양노인회에서는 평생교육 차원에서 노인들 배움의 욕구를 성취시켜주기 위하여 노인대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갖가지 프로그램으로 매주 어르신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치매방지를 위한 치매방지교육. 건강을 위한 건강체조. 의사와의 건강체크. 한글 배우기. 즐거운 댄스시간. 국악의 향기. 시조명창 부르기. 우리지역 문화탐방. 역사를 찾아서. 선진지 시찰 등 많은 교육을 받거나 참여하여 활동하고 1년 동안 다 수료하면 졸업식을 합니다. 대학 학사복도 입고 학사모도 쓰고 입고 군수님이 주는 노인대학 졸업장을 받습니다. 말이 그렇지 가보면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상징적이지만 초등학교도 졸업 못한 내가 학사복을 입어 보았다 학사모를 써 보았다 대학 졸업장을 받았다 대학을 나왔다는 이 감격은 졸업식장을 울음바다로 만듭니다. 딸자식 다 나오고 며느리 사위 손자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총 출동하여 추카 추카 축하해 줍니다. “아이고 아버님.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아버님 이젠 정말 대학교를 나온 대단한 아버님이세요!”“어머니 어머니 어머니가 한글로 쓴 <딸에게 보내는 편지> ‘소연 애미야 바다 보아라’ (소연 에미야 받아 보아라)를 읽어내려 갈 때는 모든 사람이 웁니다. 다 울었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글씨를 다 쓰고 편지까지 내게 써서 읽어 주다니 이게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엄마. 최고야 최고! 엄마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야”이게 바로 배움의 위력입니다. 배움의 기적이고 배움의 기쁨입니다. 평생교육의 참 가치입니다. ▲ 노인대학 소비자교육함양읍에서 세운 주민자치대학도 있지요. 물론 주민자치센터에서 주관하는 것이지요. 이 프로그램은 함양 군민의 문화교양을 높이기 위해서 평생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세운 대학입니다. 주로 중년의 아줌마들이 또는 직장인들 조금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교양과 덕목을 기르기 위해 세운 학교지요. 그러니 자연 취미 오락이 중심이 되는 생활의 교양과목이 많게 마련입니다. 가요열창 생활체조 댄스교실 색소폰교실 요가 서예 난 키우기 꽃꽂이 분재교실 컴퓨터반 요리반 육아교실 등 입니다. 그런데 주로 몸으로 즐겁게 노는데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대성황을 이루는데 앉아서 머리를 쓰는 강좌에는 사람이 몇 오지 않아 폐쇄되는 과목도 많습니다. 한 관계자에게 <시골 선생과 함께 배우는 그리스로마 신화> 강좌를 (☎010-9425-3009) 좀 개설해 달라고 하니까 다른 경우에 비추어 보아 수강생이 모이지 않을 거라고 개설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꼭 몸으로 뛰는 것만이 교양이겠습니까? 정신도 중요하다고 이 연사 힘주어 말합니다. 요즘은 많은 정보와 문화 교양을 알려는 젊은 아줌마 층이 많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문화교양강좌입니다. 지식의 충족이 작은 도시일수록 욕구가 크다는 것입니다. 대도시에서는 배움의 기회가 많습니다. 방송국에서 유명인사를 모셔 이야기를 듣습니다. 유명백화점에서도 고객 관리차원에서 교양문화센터를 운영합니다. 대학에서도 많은 강좌를 엽니다. 음악회 뮤지컬 연극 영화반도 사진반도 있고 많은 전문 강좌가 많아 무엇이던지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함양은 아직 이런 문화교양강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소수라도 배우고 싶은 인문학 강좌가 열릴 수 있도록 관계 행정기관이나 교육청 도서관 같은 곳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소수도 아주 중요하니까요. 또 주민들도 그저 아까운 시간을 그저 보낼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무엇인가를 배우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젊어지고 늙어지지 않습니다. 치매에 걸리지 않습니다. 자녀와도 세대차를 갖고 싸울 필요가 없겠지요.“그래. 엄마는 무식해서 너와는 얘기가 통하지 않는다” 이러지 말고 진취적으로 컴퓨터도 배워 "아들아. 너와 대화하려고 노트북을 샀다" 한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배움이 무엇일까요? 사람은 왜 배워야 할까요? 평생교육 [life-long education . 平生敎育]. 유아에서 시작하여 노년에 이르기까지 평생에 걸친 교육.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을 동시에 포괄하는 개념으로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가 평생교육 이념 하에 교육체제를 재정립하는 과정에 있지요.평생교육이 세계적인 관점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한 활동에서 연유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3년 8월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평생교육의 기본이념과 전략이 토의되고 건의서가 채택되었지요.공자는 논어 학이편(學而)에서 말했지요. 學而時習之不亦說乎(학이시습지불역열호)-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배움의 즐거움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배움은 그 자체가 즐거움입니다. 세상의 이치를 따지고 생각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배워 알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가 기쁨이고 즐거움입니다. 평생대학 배움의 기쁨은 큽니다.황혼을 아름답게 보내야겠습니다. 아름다운 황혼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지요. 지리산문학회나 함양문인협회에 나가 시를 배워보세요. 이제 일은 잠시 놓아두시고 낙엽 떨어지는 가을날 비 오는 창가에 앉아 시 한편 써보세요. 살아온 일생을 한편의 글로 써보세요. 하나님에게 편지를 써 보내 보세요. 인생은 아름다웠다고. 살만한 가치가 있었다고.오늘은 월요일 오늘은 수요일 나는 오늘 거창하게 거창도립대학에 갑니다. 공부하러 갑니다. 프리젠테이션 기법을 선생님에게 배우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