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복주 논설위원함양의 차기 선거가 이상하다. 전·현직 군수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 전 이 군수의 멸치사건에 따른 선거법 위반이 부른 10·26 보궐선거 등으로 군민의 마음은 초토화가 됐다.그러자 벌써 보이는 출마자와 보이지 않는 출마자들의 복잡다단한 계산으로 각자의 행보가 숨가쁘게 시작되었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최00. 조00. 정00 윤00. 이00. 서00씨들이 군수 후보자로 나설 것이라는 말이 들린다. 함양을 바르게 이끌 좋은 후보자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과유불급이라고 행여 옥이 묻힐까 걱정이 된다. 하버드대 20년 연속 최고의 명 강의를 이끈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어보면 다음의 이야기가 나온다. 2008년 미국 월가의 금융권에서 비롯된 금융사태로 말미암아 총 11조 달러의 손실을 가져왔다. AIG보험회사는 구제금융을 신청하여 국가 세금으로 1730억 달러를 지원 받았다. 그런데 그 돈으로 회사 임직원의 상여금으로 몇 억 달러를 지불하였다. 국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탐욕이라는 것이다. 탐욕은 악덕이고 나쁜 태도이며 사리사욕의 집착은 욕망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도덕적 자격이다. 군수의 자리는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나오는 사람은 내가 나올 자격이 있는가를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고 유권자는 누가 가장 적절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없는가를 잘 판단하고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것이다. 정치라는 것이 흑과 백을 가리는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최종 선택을 받은 사람은 분명 백인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뽑는 과정에서부터 무엇이 흑이고 무엇이 백인지 흑이나 백이 다 나와 구분할 수 없다면 그것이 혼돈이고 혼탁이고 혼란이다. 진정한 정의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흑이 백처럼 백이 흑처럼 뒤섞인 혼돈에서는 선택하는 사람은 혼돈과 혼란으로 괴롭다. 난장판에서는 종종 왜곡된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를 보아 왔기에 선거과정에서부터 우리는 진정으로 정의를 제시하여 정의 속에서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바라보고 싶은 것이다. 정치나 선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늘 철새가 등장된다. 왜 그럴까? 철새의 이면에는 텃새가 있다. 철새는 때에 따라 언제든지 터전을 떠나기에 비난받는다. 텃새는 텃새를 부리기에 비난받는다. 함양의 차선이 이상하다는 것은 이렇다. 군수 한 명 뽑는 보궐선거가 어찌어찌 하여 도의원 선거도 해야 하고 군의원 선거도 해야 하는 총선이 되어 가는가 이다. 도비와 군비의 혈세가 몇 십억씩 지출되는 대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는 함양 군민들은 정말 어이가 없다. 되고 보면 다 된다는 식이다. 더욱이 이 어려운 때에 슬기롭게 군민을 이끌어 가야 할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이 위기가 기회다 라며 나선다는 말에 그것 참...이다. 감탄고토(甘呑苦吐)라는 말이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말로 옳고 그름이나 신의를 돌보지 않고 자기의 이익만 꾀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교만이며 욕심이다. 또 군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때에 따라 더 큰 이익을 좇는 일은 명분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직장에서나 우리 사회는 때로 손해 보더라도 우직하게 자기 할 일을 꿋꿋이 해 나갈 때 그 사람을 칭송하는 경우가 많다. 그 사람 참 믿을 만한 좋은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나중에 군수가 되어야 할텐데.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행복. 자유. 미덕을 묻는 그것이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개인의 권리와 의무를 강조하는 보편적 인권의 자유. 그리고 좋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미덕이다. 이번 선거에서 함양 사회는 이 정의를 정의롭게 실현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이 검증된 사람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학연과 지연과 혈연을 떠나야 한다. 수없이 말은 하지만 우리의 선거판은 그렇지 않다.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유력후보에게 줄서기를 한다. 누구는 누구를 밀고 있다고 사분오열하는 함양의 정가. 이번엔 제발 함양 군민이 높은 의식 수준을 가진 유권자임을 보여 주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