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Talk 65회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낀다. 박하 지리산 인근으로 이사를 오던 해에 낯선 이방인 같은 나를 집으로 초대해서 시원한 매실음료를 한 잔 주면서 이런저런 도움되는 이야기를 해주던 이가 있었다. 그의 집 마당에는 인근에서 보기 힘든 양하와 토종박하가 마당을 빼곡하게 덮고 있었는데 미안함을 뒤로하고 나누기를 청하니 주인은 싫다 않고 흔쾌히 한 삽 퍼주었었다. 집으로 가져와 심어두고는 제대로 살아날지 반신반의했었는데 이제는 텃밭 한 자락을 완전히 덮고 해마다 무성히 잎을 내밀고 보라색의 예쁜 꽃을 피운다. 천연화장품과 천연비누를 만들면서 아로마테라피(향기치료)에 눈을 뜨고는 서양의 허브인 민트만이 좋은 것인 줄 알고 있던 내게 우리의 토종 허브에 새롭게 눈을 뜨게 해준 식물이 바로 이 박하이다. 박하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나라의 산야에서 자생하던 꿀풀과의 여러해살이의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모르는 탓에 천대를 하였던 무지를 부끄럽게 생각한다.▲ 박하차<동의보감>에 박하는 밭에 심어 생으로 먹어도 되고 김치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고 되어 있으며 여름부터 꽃이 피기 전까지 말려서 사용한다고 나와 있다. 중국의 송나라 시대 의서인 <본초도경>에는 “신라는 박하를 재배하여 그 줄기와 잎을 말렸다가 차로 달여 마신다”고 기록되어 있다. 한방에서는 박하가 성질이 서늘하고 매운 맛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서늘한 성질의 박하가 속을 편안하게 하고 머리와 눈을 맑게 해주며. 박하의 매운 맛은 정체되고 막혀 있는 우리 몸의 기운을 풀어내어 스트레스를 없애주며 열을 발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무를 제외하고는 서늘하면서도 매운 맛을 가진 약재나 식재료가 귀한데 다행스럽게도 박하는 서늘하면서도 매운맛을 가지고 있어서 건조한 열로 인한 초기 감기에 응용하면 도움이 된다.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라는 박하는 자신이 습기를 잘 이기고 자라는 힘을 가졌기 때문에 습한 여름장마철에 자주 생기는 복통이나 설사 등에 유용하게 이용된다. 하지만 박하의 발산시키는 성질이 우리 몸의 진액을 몸밖으로 빠져나가게 하여 몸을 상하게도 하므로 마르고 추위에 약한 사람들은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서양에는 여러 종류의 민트식물들이 있는데. 민트류의 식물에는 멘톨이라는 방향성 물질이 들어있어 입안에서는 개운하고 상쾌한 느낌을 주며. 민트류에서 추출한 오일은 근육통이 있는 피부에 바르면 뭉친 근육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향기치료에 자주 쓰이는 재료인데 우리의 자생 박하도 같은 효과를 볼 수가 있다. 봄이 지나고 여름으로 들어서기 시작하면 우리 집에서는 가끔 박하의 잎을 따다가 물과 함께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음용하는데 더위를 잊게 하는 좋은 음료가 된다. 찾아오는 손님에게도 얼음 몇 개 넣고 한 잔씩 권하면 다들 시원하고 향긋하여 좋다고 하니 널리 알리고 음용하면 좋을 것 같다. 장거리 운전을 하는 날에는 아예 몇 줄기를 잘라 차안에 두고 피곤하고 졸릴 때 향을 맡으면 기분전환이 되어 또 유용하다.오래된 문헌들을 뒤지다 보면 조상들이 멋을 즐기면서 식용하고 음용하던 귀한 식물이 서양의 허브에 밀려 뒤처지고 잊혀지고 있어 너무나 안타깝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박하 잎의 향이 약해져서 말려두고 차로 즐기기에는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늦지 않았으니 오늘이라도 들에 나가 박하 잎을 찾아 따서 말려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ggum23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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