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학교 남원‧함양. 지붕 없는 학교 9월 3일(토)에는 지리산학교 남원‧함양이 문을 연다. <약이 되는 음식이야기>. <자연 속에서 쉬고 놀기>. <나무 다루기>. <사진>. <생활 글쓰기>. <우리 음식>. <우리밀로 만드는 빵> 등의 반이 운영된다. ▲ 거미랑도_놀지요-자연에서_쉬고_놀기. 강사로 일하게 될 사람들은 대단한 경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면서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데 그 목적을 두는 일종의 생활학교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누구나 모두의 선생님이고 학생인 학교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아니다. 아니다. 작은 인간의 언어로는 다 담을 수 없으니 별들이 모두 선생님이고. 나무도 흙도 바람도 모두 선생님이라 그 속에서 배움을 나누는 학교가 되고자 하는 학교가 지리산학교 남원‧함양이다. 강의실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강의가 진행되는 것이면 그것이 어디이든 다 강의실이고 학교이니 지리산학교 남원‧함양은 학교지만 학교가 없는 학교이다. ▲나무-정상길작업사진. 항간에 지리산에 가서는 지식 자랑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름에서조차 지혜를 담고 있는 지리산이라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일개 인간이 가진 지식의 폭이란 것이 너무 하찮은 것임을 일깨우는 말이기도 하고. 넓은 지리산의 품 안에 스며들어 살고 있는 수많은 강호의 지식인들이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지리산에 깃들어 살다보면 어느 사이 지리산의 넉넉함과 지혜로움을 닮아 누구라도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일에 저마다 일가를 이루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리산의 이름을 빌어 학교를 여는 일은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애써 학교를 여는 이유는 지리산 속 수많은 생명들이 서로 등 기대고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가 가진 작은 것들이나마 서로가 서로에게 나누며 살고자 함이니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넉점반-자연에서_쉬고_놀기 <약이 되는 음식 이야기>반요즘은 한식의 세계화와 더불어 몸에 좋은 음식이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의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고 그 모색의 처음이 음식임을 거부할 수 없게 된 까닭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사람은 건강함을 유지. 증진하기 위하여. 준건강 상태에 있는 사람은 질병의 예방을 위하여. 질병에 걸린 사람은 질병의 치료를 위하여 반드시 자신들의 식생활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우리밀 단팥빵한의학에 근거하고 식품영양학을 접목시켜 조리되는 약이 되는 음식(약선)은 식재료와 식재료. 식재료와 약재를 배합해 만들어져 온갖 질병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는 맛과 건강을 모두 담아내는 꿈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과 인체를 이해하고 음양오행을 인체와 음식에 적용하여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식생활 지침을 세우고 집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제철음식으로 약이 되는 밥상을 차리는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 예로 지리산학교가 문을 여는 9월은 계절적으로 가을인데 가을은 더위가 사라지고 맑은 금풍(金風)이 불며 건조하여 만물이 시들어가며 수확하는 계절이다. 인체도 자연의 일부이므로 점점 가라앉고 안으로 향하며 축적해야 하는 시기이다. 그러므로 가을에는 영양을 안으로 축적하고 인체의 기능을 조절하여 겨울에 필요가 증가되는 정기(精氣)를 저장해야 한다. 또한 가을은 뜨고 올라갔던 기운이 가라앉으면서 생리기능은 평정을 찾아가며 기온은 점점 시원해지는 시기이다.▲ 복효근가을의 건조한 기운은 肺로 작용하는데 건조한 기운은 폐의 陰을 상하게 하므로 폐는 건조한 것을 싫어한다. 그러므로 가을에는 입이나 목이 건조하여 마른기침이 나오고 피부가 건조해지며 변비 등의 증상이 많아지므로 당연히 폐를 윤택하게 하는 것 음식을 해서 먹는 것이 필요하다. 가을에 사용하기에 적합한 재료로는 백합. 사삼. 맥문동. 아교. 석곡. 은이. 사탕수수. 감. 배. 파인애플. 바나나 등이 있으며 육류에도 오리나 돼지고기가 음을 자양하는 작용을 하므로 참고하면 좋다. <자연 속에서 쉬고 놀기>반윤석중선생님의 ⌜넉 점 반⌟이란 동시를 읽어본 적이 있는가. 네 시 반이라는 뜻을 가진 ‘넉 점 반’은 시계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에 엄마 심부름으로 시간을 묻기 위해 가겟방에 간 아이가 닭. 개미. 잠자리. 분꽃 등에 정신이 팔려 그들과 놀다가 해가 다 진 저녁에야 돌아와 천연덕스럽게 넉 점 반이라고 말하는 아이의 천진한 모습 속에서 빛바랜 사진 속 자신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동시다. 길모퉁이 하나를 돌면 닭 한 마리가 흙을 파고 있어 발을 잡고. 또 한 모퉁이를 돌면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잠자리 한 마리가 말을 걸어오므로 집에 가는 일을 잠시 잊고 노는 어린아이의 태평함 속에서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들의 우울한 자화상이 보인다.▲ 박미경씨그런 까닭에 <자연 속에서 쉬고 놀기>반을 운영할 양윤화선생은 “반드시 살아야 하는 삶이라면 쉬엄쉬엄 긴 숨 돌리고 때로는 놀면서 갑시다!”라며 자연 속에서 쉬고 놀기를 권하고 있다. 내가 양윤화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2008년에 지리산둘레길이 개통되기 직전 (사)숲길에서 지리산둘레길을 찾아오는 도시민들과 숲길을 같이 걸으면서 이야기 나눌 사람들을 교육하기 위한 ‘길동무 교육’을 하는 교육장에서였다. 작은 아기별꽃 같은 웃음으로 시작되는 그녀의 끝이 없는 수다는 숲길로 들어서면 그 가치를 한층 더 발휘한다. 갈 길이 바쁘다고 아무리 걸음을 재촉하려해도 그럴 수 없을 것이 틀림없을 터. 왜냐하면 자연 속에서 그녀는 ⌜넉 점 반⌟ 속 주인공 어린아이처럼 눈에 보이는 온갖 것을 놀이도구로 만드는 재주를 가졌기 때문이다. 떨어진 솔방울. 크고 작은 나뭇잎. 박주가리 등이 꽃 지고 내놓는 열매는 물론이고 계곡을 끼고 흐르는 물 속 애벌레 하나까지 그녀의 눈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윤화선생의 수업을 듣는 내내 그것은 수업이 아니라 무거운 일상을 새털처럼 가볍게 만드는 유희가 될 것이 틀림없다. ▲원묵스님양윤화선생이 짜놓은 교육계획을 보면 정말로<자연 속에서 쉬고 놀기>반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도시락과 간식을 싸들고 평소에 즐겨 읽으면서 아끼던 동화책 한 권 들고 상림이나 뱀사골계곡에서 만나 노래하고 놀면서 그녀가 쏟아놓을 수많은 이야기들이 벌써부터 궁금하고 가슴 설렌다. <나무 다루기>반정상길선생은 실상사 앞 나무공방에서 옻칠한 생활발우와 밥‧국 그릇. 그리고 수저세트를 만들고 있다. 가볍고 항균성이 뛰어난 옻칠 나무그릇은 손에 쥐는 감촉이 부드럽고 아주 가벼워 밥상에 앉을 때마다 마음까지도 홀가분해지고 단순한 삶에의 동경마저 생기게 하는 마력을 가졌다. 군대를 다녀 온 후로 네 아이의 아버지로 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곁눈질 하지 않고 외길을 걸어온 고집쟁이 나무 장인이다. ▲ 약선구기계그의 공방에는 늘 산더미 같은 나무들이 쌓여 있고. 그는 그 속에서 작업을 하느라 뽀얗게 톱밥을 뒤집어 쓴 모습으로 찾아간 사람을 꾸밈없이 반긴다. 수업은 그의 공방에서 하게 될 것이고 기계를 다루는 일인지라 조심스럽기 때문에 최소의 사람만이 그의 옹골찬 작업을 보고 배울 수 있는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말하여도 그와 하게 될 작업의 결과물을 보는 것만 못할 것이라 사진을 몇 장 올려본다. <사진>반 사진반을 맡은 강사는 산내면에 있는 실상사에 계시는 원묵스님이시다. 스님은 “사진을 찍음에 있어서 ‘기술’은 물론 중요한 영역이지만 그저 "기술"만으로 담을 수 없는 것들이 있지요. 그것은 바로 ‘이야기’입니다. 각도와. 조리개. 카메라의 스펙이 아무리 기가 막히더라도 찍히는 대상이 간직한 이야기를 느끼고. 알지 못한다면 감동을 전하는 사진을 찍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할 것입니다. 지리산과 그 주변의 것들이 간직한 이야기들을 ‘사진 속’에 담는 일을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라고 하신다. ▲ 양윤화샘과_쉬고_놀기 스님과 함께 다니면서 사진을 찍다보면 지리산과 지리산 속 생명들이 하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지리산 인근에 터 잡고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진한한 삶이 그대로 묻어나는 ‘이야기가 담긴 사진’을 절로 찍게 될 것이다. <생활 글쓰기>반 생활글쓰기반을 지도하실 복효근선생은 1991년 <시와 시학>이라는 문예지에 <새를 기다리며>와 함께 몇 편의 시로 등단을 하여 지금까지 꾸준한 활동을 하는 시인으로 스스로 지은 시산인(詩山人)이란 아호를 가지고 있다. 선생은 강의를 듣고자 하시는 분들의 관심 분야가 다 다를 수 있지만 다른 관심 분야 전부를 지도 할 순 없으므로 생활에 필요한 몇몇 분야에 한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론 위주의 강의는 지양하고 자신이 시인이므로 시를 중심으로 한 강의가 진행되겠지만 가능하면 듣는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수필이나 일기 등의 생활글이나 시. 회고록 등을 같이 이야기할 계획이다. ▲ 정노숙선생의_명이장아찌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학생들은 관심 분야의 독서가 선행 되어야 하므로 모여서 학습하기 전에 관심 장르에서의 책(작품)읽기를 해와야 한다고 한다. 학습의 시작은 지난 모임에서부터 이번 모임까지 읽었던 작품에 대한 감상과 평부터 시작하고 돌아가면서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좋은 작품 필사하기(습작노트). 암송하기인데 돌아가면서 점검도 하고 매번 강의 때마다 좋은 글을 소개하기도 할 생각이란다. 마지막으로는 일단 많이 써 봐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지난번 모임에서부터 이번 모임 기간까지 써온 작품을 발표하는데 상호 평가하고 지도교사가 총평(평가. 지도)을 하는 방법으로 진행하되 이 단계에서 지도교사 본인의 시작법. 이론적인 설명. 다른 작품과 비교 평가. 첨삭지도. 좋은 글이 갖추어야 할 요건 등을 제시해 가는 방향의 수업이 될 것이라 짐작된다. 특히 마지막 강의 계획에 있는 ‘디카와 함께 글쓰기’는 상당히 재미있을 것이라 기대되는 수업이다. <우리 음식>반 ▲ 정노숙선생의_부각. 정노숙선생은 평소에도 늘 고문헌 등을 뒤면서 우리음식 연구에 열중하고 있으며 나와는 진즉에 ‘지리산우리음식연구회’를 함께 꾸리고 있는 분이다. 앞으로 십 년쯤만 지나도 현재 마을에 어른격인 분들이 지금처럼 건강하게 직접 밥상을 차리지 못하시게 될 것이고(어른들께는 죄송스런 말씀이라 양해를 구합니다) 그리되면 문헌에는 없는 어른들의 사계절음식들이 사라질 것에 대한 위기감이 연구회를 꾸리게 된 이유였었다. (지리산학교와는 별개로 이 연구회의 행보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정상길의_목공품 우리의 전통음식을 고집하면서 마천면의 창원마을에서 민박집을 하고 있는 정노숙선생의 집 앞에 서면 신경림시인의 ‘그 길은 아름답다’는 시가 걸려 그녀를 찾는 객들을 반긴다. 그래서 정노숙선생과 처음 상면하던 날에 나는 그녀를 만나기도 전에 내 머릿속에서는 그녀에 대한 작은 일렁임 같은 궁금증이 생겼다. 그녀도 시인이 말하듯 까마득히 기억나지 않는 젊은 시절에 넓은 세상으로 나가 많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가지리라 다짐하며 고향을 떠났었을까. 그러다 착해서 못난 이웃들이 죽도록 미워서 고샅의 두엄더미 냄새가 꿈에서도 싫어서 떠났었던 고향의 기억을 떠올리고 뉘우치며 도시의 잡담에 눈을 감고 잘난 사람들의 고함소리에 귀를 막고서 고향 언저리로 돌아온 것일까 하는 궁금증들. 아무튼 정노숙선생을 만나 음식을 공부할 사람들은 전생에 지은 복이 많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복잡한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와 직접 농사짓고 농사지은 것으로 밥상을 차려 사람들과 나누며 소박하게 사는 선생은 가까이 사는 사람들과 음식이야기를 같이 하면서 지내기를 희망하였는데 이런 기회가 생겨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손맛 좋은 민박집으로만 소문나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운 선생의 우리음식에 대한 열정이나 재주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수될 것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밀로 만드는 빵>반박미경선생은 ‘빵순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중고등학교 시절 쉬는 시간이면 매점으로 달려다니며 빵을 사먹던 시절에 생긴 별명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데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빵을 만드는 사람이라 ‘빵순이’란 별명을 뗄 수 없는 이유가 된 듯하다. 그녀는 처음 빵을 만들어 보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늘 진열대 위에나 있어 내 손으로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반죽을 하여 오븐에 넣고 기다리는 동안 ‘먹을 수 있는’ 빵이 될까 하는 걱정을 하였단다. 하지만 걱정도 잠깐이었고 들여다보는 오븐 속에서 봉긋하게 부풀면서 갈색으로 변하는 동안 집안 전체를 꽉 채우는 그날의 빵 냄새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갓 구운 빵의 따끈하고 바삭하고 부드럽고 향긋한 마력에 빠져 지금의 ‘우리밀빵 강사 박미경’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학원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 스스로 연구하고 해보는 동안 저절로 실력이 향상되어 세간의 자격증도 땄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가 수많은 시간을 빵과 씨름하는 동안 깨닫게 된 진실이니 모르고 지나가면 서운한 일이니 그녀의 이야기를 옮겨본다. “빵을 계속 만들어 보면서 가장 신기했던 게. 빵의 주재료인 밀가루의 차이였습니다. ‘기왕 내가 직접 만드는데. 수입밀을 쓸 수야 없지’라는 어쩌면 조금은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을 했더랬지요. 그런데 그 둘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일반 밀가루로 반죽을 했을 때와 느껴지는 손맛이 아주 달랐습니다. 레시피도 조절해야 했습니다. 온도. 습도. 계절에 따라서도 달랐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비율로 재료들을 섞어 반죽을 하다가 낭패를 본 일도 많았습니다. ‘우리밀’은 그래서는 안 되는 변덕스러운 녀석들인 걸 몰랐던 때문입니다. 변덕스러운 밀가루. 그러나 그게 변덕이 아니라 우리밀이 원래 그런 것이라는 것을 한참 후에 깨달았지요. ‘아~ 우리밀은 그저 하나의 재료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이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멍청하게도 깨달음이 너무 늦었지요. 그것도 깨닫지 못하고 짜증을 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랍니다. 다시 생각해도 얼굴이 붉게 타오릅니다.......이제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첨가물 없는 생명 가득한 우리밀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하는 즐거움을 더하여 만드는 빵이 얼마나 맛있을까.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아. 정말 궁금하다. 그리고 갑자기 오븐에서 막 나온 식빵 한 조각이 무지하게 먹고 싶다.우리밀빵 강의는 함양에 있는 박미경선생의 작업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라니 더 반가운 일이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 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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