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3회 대회 장면 문복주 시인의 안녕하세요 함양 23편국수 노사초 선생에게 바둑 한 수 배우다 안녕하세요 함양.8월27일에는 함양에 커다란 행사 두 가지가 열립니다. 하나는 국수 노사초 선생을 기리는 <제4회 노사초배 전국아마바둑대회>가 함양바둑협회 주최로 열리고 또 하나는 지리산문학회가 주최하는 <지리산문학제>입니다. 둘 다 전국에 내 놓아 손색이 없는 훌륭한 행사라는 평을 받고 있지요. 바둑의 아마추어 후예들 수천 명이 함양을 찾아와 바둑의 정수를 겨룹니다. 또한 문학을 하는 전국 유명 시인들도 수백 명 상림을 찾아와 함양의 예향을 기립니다. 그야말로 함양의 거리는 축제의 거리입니다. 문학은 다음에 이야기하고 오늘은 날씨도 좋고 마음도 한가하니 함양하고 시원한 당산목 느티나무 그늘 가에 마주 앉아 함양이 낳은 국수 노사초 선생님을 옆에 모셔 두고 바둑 한 수 놓아 봅시다. 몇 단이냐고요? 애고. 무슨 말씀을. 몇 급이냐고 물으셔야지요. 몇 급입니까? 몇 급이라고 할 것까지 있습니까. 그저 동네에서 어깨 너머로 구경하며 배운 건데... 서당개 삼년 풍월로 7급 정도... 함양은요? 저야 바둑에 바자도 모르는 초자입니다. 아. 옆에 계신 국수 노사초 선생님은 몇 급 몇 단이십니까? 하하하. 저는 무급이지요. 급이 없어요. 그 사람이 7급이면 7급. 아마 3단이면 3단. 프로 9단이면 9단. 급이나 단이 없이 두지요. 그래서 무급무단이지요. 기막힌 급단수입니다. ▲ 노사초 생가그런데 문 시인님. ‘국수 노사초 선생에게 한수 배우다’에서 국수는 뭐고 노사초는 무슨 말이예요? 하하하. 먹는 국수를 생각합니까? 큰일 날 말씀. 바둑에서 국수(國手)란 나라에서 바둑을 제일 잘 두는 1인자. 즉 바둑의 최고 스승에게 붙여주는 영광스런 칭호지요. 바둑은 손으로 두지요. 그래서 나라에서 제일인자 마이다스의 손이란 뜻으로 국수라고 부른답니다. <노사초>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의 바둑 최고 실력자들과 바둑을 두어 다 물리치신 함양이 낳은 우리나라 최고 바둑의 1인자였던 노사초(史楚) 선생의 호(號)입니다. 풍천 노(盧)씨 24세 손으로 석영. 고종 을해(1875년)에 태어나고 고종31년 갑오년(1894년)에 18세로 과거시험에 급제하시어 진사를 지내신 분이시지요. 바둑을 두는 분들께서는 사초선생이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절에 "바둑으로 침략자 일본을 물리쳐 당시 국민의 마음을 후련하게 하셨던 국수 노사초"를 모르는 분이 없었습니다.바둑은 가로 19줄 세로 19줄 선을 그어 만든 바둑판 위에 두 사람이 흰돌과 검은 돌을 가려 서로 번갈아 둠으로써 상대의 돌을 포위하여 많이 잡거나 집을 많이 만들어 놓음으로서 나중에 잡은 돌과 지은 집을 계산하여 이기고 지는 소리 없는 머리겨루기 게임이지요. 내가 프랑스 파리 튀를리 공원에서 바둑판을 놓고 바둑을 두니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놀라워하며 둘러서서 구경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밋밋한 칸칸 줄에 오로지 흑백의 돌로만 여기저기 두고 돌을 잡고 집을 짓고 하니 동양의 기묘한 신비에 마치 신선을 보는 듯 바라보고 질문하는데 말이 통해야 설명을 해주지 참으로 난감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지금은 유럽에도 바둑이 많이 대중화되었다고 하지요. 내가 바둑을 배우고 심취한 때는 고등학교 선생을 하면서입니다. 대학 선배인 오○○ 선생이 있었는데 제주도가 알아주는 바둑의 대가였습니다. 도내 바둑대회에서 1등을 해 명성이 자자했습니다.어느 날 그 선배가 말했습니다. “복주야. 바둑을 배워 두거라. 세상에 바둑만큼 재미난 것이 없다. 바둑만큼 시간 보내기 좋은 게 없느니라. 생각해봐라. 지금은 모르겠지만 나이 70이 되면 움직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할 수 있겠니. 그러나 바둑을 배워 두면 더 없는 즐거움이다. 치매에 이 보다 더 좋은 약이 없다. 둘이 안 되면 혼자 할 수 있는 게임도 이 바둑이다. 돈도 들지 않는다. 정신수양 마음수양 인생수양에 평생 즐길 수 있는 바둑이 최고란다. 그래서 기도(棋道)라고 한다.”그래서 나는 매일 그 선배와 휴게실에서 하루에 한판씩 바둑을 두며 가르침을 받았지요. 그런데 그 선배는 바둑을 둘 때마다 꼭 내게 100원 동전을 내기에 걸어 두고 두게 하였습니다. “이 100원은 아무 것도 아니다. 내기라는 의미이다. 즉 한판 한판 한 수 한 수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이다. 만약 이 100원이 100만원이라면 너는 어떻게 두겠니? 만약 이 100원이 너의 소중한 목숨을 대신하는 거라면 어떻게 두겠니? 그럴 때도 있을지 모르니 한 수 한 수를 헛되이 두어서는 안 된다.”▲ 사초 노석영 선생옛날 일본에 제1인자의 바둑 고수가 있었다. 그는 나라에서 자기보다 더 잘 두는 고수를 수년 동안 만나지 못해 날이 갈수록 오만 방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둑대회에서 한 시골 소년에게 무참한 참패를 당해 1인자의 자리를 뺏기고 말았다. 그는 부끄러워 죽으려고 산 속으로 갔지. 해가 져서 산골 한 외딴 집에 하룻밤 머물기를 청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캄캄한 밤이었는데 건너 주인 방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야. 밤이 깊었구나. 오늘은 밭일을 많이 해서 많이 피곤하겠구나. 오늘은 그냥 자는 게 좋지 않겠느냐.”“아버님. 괜찮습니다. 제가 한 일이 무엇 있다고 부끄럽습니다. 긴 밤이 적적하실 텐데 그럼 오늘도 한 수 배우겠습니다.”낭랑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니 이 집엔 밤에 시아버지와 젊은 며느리가 한 방을 쓰면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세상에 이런 일이? 바둑의 전 1인자는 깜짝 놀라 귀를 곤두세웠습니다. “그럼. 어제 내가 졌으니 내가 먼저 두겠다. 우상귀 3에 4다.” 그러자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좌하귀 4에4입니다.” “3에 7” 그러면 다시 “7에 3”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니 안방과 건너 방에서 각각 들려오는 소리였습니다. 전 1인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은 바둑판도 없이 각자의 방에서 들려오는 대로 상대의 돌 위치를 파악하고 자신이 둘 자리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둑판도 없이 캄캄한 어둠의 허공에서 바둑을 두어나가다니 이 놀라운 광경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며늘아기야. 오늘도 내가 1집 반 졌구나. 실력이 날로 늘어가는 구나. 그럼. 잘 자거라.”전 1인자는 그 날로 산 속에 들어가 오만 방자함을 뉘우치고 바둑 공부에 몰두하여 다시 1인자의 자리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밤하늘에 바둑을 두었다니...또 하나의 실화 또는 야사. 또 한 사람의 바둑 1인자가 오만 방자하다 1인자의 자리를 빼앗깁니다.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지요. 한 냇가를 건너는데 두 노인이 냇가에서 바둑을 두고 있었어요. 가만히 옆에서 구경을 했지요. 그런데 한 노인이 먼저 돌을 놓는데 흰 돌이 아니겠습니까? 원래 바둑은 흑이 먼저 놓지요. “아니. 이 노인들이 바둑을 알고 두는 건가? 그런데 그 다음 노인이 돌을 놓는데 흰 돌을 놓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어찌 된 것인가? 또 흰 돌이 놓이고 또 흰 돌이 놓이고 아예 두 사람 모두 흰 돌만을 가지고 바둑을 하는 것이었지요. 그러니 내 돌이 어느 돌이고 상대의 돌이 어느 돌이고 어느 돌이 어느 돌인지 구분이 가겠습니까? 온통 하얀 돌이 깔려지고 한 노인이 말했습니다. “다 두었소이다. 허허. 오늘은 내가 두집 반 졌소이다. 내일 다시 한 번 두어봅시다.” 전 1인자는 놀라 산 속에 들어가 바둑공부에 몰두하였고 후에 1인자의 자리에 다시 오릅니다.바둑에 있어 오만이나 교만은 낭패의 지름길이지요. 바둑은 실력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바둑을 두면서 예를 배운다고 합니다. 바둑에서 제일 경계해야 할 것은 욕심이라고 말합니다. 바둑을 두어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다 안다고 하지요. 급한 사람은 급하게. 엉큼한 사람은 엉큼하게. 곰 같은 사람은 곰 같게. 욕심많은 사람은 욕심쟁이로. 실리적인 사람은 실리로. 호전적인 사람은 호전적으로 바둑을 둔다고 하지요. 그래서 바둑을 두며 자기 수양을 한다고 합니다.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은 많이 이기려고 하지 않고 미리 계가(계산)하여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한 집 이기거나 한 집 져준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여유로운 너그러움입니까. ▲ 제3회 결승전함양에는 다행히 함양바둑협회(회장 임창호)가 창립되어 <노사초배 전국아마바둑대회>를 개최하고 있지요. 정말 자랑스런 일입니다. 강철수 사무국장은 여성바둑회원이 늘어나고 어린이 바둑부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바둑협회 대국실을 찾아와 바둑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니 기쁨의 탄성을 지릅니다. 500여명의 바둑이 식구가 있어 눈코 뜰새 없이 바쁩니다. 함양인의 바둑실력이 타 시도군에 비해 높은 수준인데 이는 다 국수 노사초 선생께서 하늘에서 지도하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스승을 높입니다.“노사초 선생의 고향이 지곡입니다. 지곡에 바둑학교를 세워 전국의 어린이 바둑 영재를 키우고 싶습니다. 기숙형 바둑이 학교.” 이창호 이세돌의 바둑천재를 보라. 박태환 김연아를 보라. 박세리 김미현 신지애를 보라. 이제 곧 세계의 바둑을 제패할 청소년 소녀가 함양에서 나올 내일을 기대해 봅니다. 함양바둑협회 Fighting! 노사초 선생님 Fighting!! 그런데 노사초 선생님 이 영어의 뜻 아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