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복주 시인의 안녕하세요 함양 22편노래방에 사랑과 추억 있었네 안녕하세요 함양요즘 '나가수'가 사람 사는 세상에 난리입니다. 나는 나가수가 나가슈인지 알았습니다. 티비에서 서로들 이야기하다 맞지 않으니 한 사람을 정해 당신 나가슈 하는 프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나는 가수다'를 별칭하는 것 보고 그래 '너가수'인데 어쩌란 말이냐 생각했습니다. 모르는 사람 없이 티비에서 하도 방송하니 나도 채널을 돌리다 도대체 뭔데? 하고 보게 되었습니다. 앗! 그런데 그 가수들의 노래. 그 가수들의 미친 노래를 들으며 미친 율동을 보며 ‘그래 저게 바로 음악이야. 저게 바로 가수야. 제대로 된 가수를 모처럼 보는군’ 하고 내가 미치게 된 것입니다. 노래에 미쳐버리고 온몸을 던지는 모습은 아름다움을 넘어 음악의 극치를 보게 된 것입니다. 나는 '나시다'입니다. 나는 시인이다. 나도 예술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예술이 무언지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예술 하는 사람은 한번 보면 좋은 가수인지 아닌지 감이 옵니다. 예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술정신이지요. 부르는 사람이 몸을 던질 때 듣거나 보는 사람이 그와 같이 동화되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나가수에 나온 사람들은 확실히 보아왔던 보통의 가수들과는 다르게 한 곡에 목숨을 매고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와! 조아 조아! 그래서 나는 아예 편안모드 자세로 벽에 들어붙어 나가수에 확실한 관객이 되었습니다.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박정현의 ▲ jk김동욱<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와 JK김동욱의 <조율>입니다. 야들야들하면서 저음과 고음을 지옥과 천당 드나들듯이 드나드는 인형 같은 가냘픈 여인의 신의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JK김동욱의 걸쭉하면서도 주술 같은 남성의 번개소리가 생생히 귓가와 머릿속을 공명하고 있습니다. 가사 또한 명시입니다. 조율. 세상에서 누가 누구를 조율하겠습니까마는 신이 나를 내가 신과 함께 조율하며 사는 것 그게 생이고 운명 아니겠습니까. 잠자는 하늘 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알고 있지 꽃들은 따뜻한 오월이면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것을알고 있지 철새들은 가을 하늘 때가 되면 날아가야 한다는 것을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가는 곳 모르면서 그저 달리고만 있었던 거야지고지순했던 우리네 마음이 언제부터 진실을 외면해 왔었는지잠자는 하늘 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미움이 사랑으로 분노는 용서로 고립은 위로로 충동이 인내로 모두 함께 손잡는다면 서성대는 외로운 그림자들 편안한 마음 서로 나눌 수 있을 텐데잠자는 하늘 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 (반복)▲ 박정현한편 K-POP. 이게 그만 또 큰일을 저질렀습니다. 한류열풍이 일본을 건너 중국을 건너 동양을 건너 유럽을 건너갔다고 난리입니다. 세계문화의 중심지 프랑스 파리에서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같은 그룹이 그야말로 떼거리로 듣도 보도 못한 율동을 춤추어대고 마법의 목소리로 최첨단 현대 쏭를 읊어댔으니 유럽의 젊은이들이 그만 신들려버리고 만 겁니다. 이런이런! 동방예의지국 소년소녀들이 남세스럽게 뭔 굿을 그리 해 버렸당가!한국 국민들은 흔히 슬픈 사슴의 민족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슬픈 노래만을 좋아하고 부른다고 합니다. 가요무대의 절반은 흘러간 옛노래. 그러나 요즘은 그래도 먹고 살만해서 천만의 말씀입니다. 신납니다. 뽕짝뽕짝. 나훈아 남진 현철 태진아 송대관 설운도 장윤정의 너무도 많은 뽕짝 노래가 가요방에서 방방 뜹니다. 관광버스는 저리가라 입니다. 온갖 가무가 뽕짝뽕짝 온갖 감정이 뽕짝뽕짝 온갖 사랑이 뽕짝뽕짝 온갖 희비가 뽕짝뽕짝 엮어집니다. 오늘은 회식이야. 오늘은 모임이야. 오늘은 MT야. 일차 술 밥. 그 다음은 무조건 노래방. 그 이후 잘나간다면 선택과목으로 라이브 나이트. 이건 하나님이 한국나라에 베풀어 준 정식 풀코스입니다. 만약 노래방이 빠진다면 그 모임은 다음 날 파산입니다. 으하하하. 노래방이 빠진 한국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아이나 젊은이나 늙은이나 노래방은 우리 국민의 사랑방입니다. 함양 읍내만 해도 노래방과 단란주점들이 80개나 됩니다. 나는 노래를 못 부릅니다. 박자 음정 다 틀립니다. 맞아본 적이 없습니다. 가요방에서 내게 노래시키는 사람은 큰 실수를 한 겁니다. 대번에 분위기는 엉망이 됩니다. 저렇게도 못 부르나? 음치도 내 노래를 듣고 위안을 받고 자신감을 갖습니다. 그래서 나는 노래를 시키면 화장실 갔다가 안 돌아갑니다. 주위사람들은 이젠 시키지 않습니다. 술이나 먹고 할 일 없는 나는 노래 부르는 사람들을 자세히 살피며 구경합니다. 그러면 참 재미납니다. 다 제 멋에 삽니다. 인간의 감정은 다양합니다. 인간은 재미있습니다. 다 자기 스타일대로 노는 것에 대해 감탄합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 한번 붙잡으면 절대 놓지 않는 카슈님. 독립투사가 된 듯 비목이나 선구자를 불러 단번에 분위기를 초상집으로 만드는 사람. 열린 음악회의 성악가가 되었다고 생각하는지 가곡 제비나 '그리운 금강산'만 부르는 사람. 이상한 음악에 갑자기 길길이 뛰며 춤추며 노래 부르며 바쁜 사람. 미아리 단장 고갯길을 슬프게 넘어가거나 쓸쓸한 산장지기 여인이 되어 아무래도 위로해주어야 할 것 같은 사람. 무드 노래만 불러 됐다 싶으면 미모의 여인에게 다가가 기회다 하며 블루스 춤만 추는 사람. 미국에서만 살다 왔는지 꼭 마이웨이 같은 어려운 영어노래만 부르는 사람. 다 자기 나름대로의 추억이 있고 자기의 18번을 가지고 있어 꼭 그 노래만 부릅니다. 어느 외국인 기업가가 그랬다지요. 고국에 돌아가 상관에게 이렇게 보고했답니다. “한국인 기업가들은 무서울 정도입니다. 저녁식사를 하고 노래방에 갔는데 그 노래방에 가서도 전부 무슨 책인가를 하나씩 들고 열심히 공부합니다. 정말 열심히 공부합니다. 무섭습니다. 한국기업을 선정해야 합니다” 으하하하. 하기야 한국사람은 대단합니다. 노래방은 추억의 방입니다. 어떤 사람은 첫사랑이 떠오르고 어떤 사람은 살아온 지난 과거가 떠오릅니다. 노래를 들으면 물밀듯이 모든 추억이 다 살아납니다. 술 한잔 먹었으니 감정은 그야말로 업(up)된 상태입니다. 내가 아는 한 여자분은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기분이 찜찜하거나 우울하면 혼자 노래방에 간다고 합니다. 혼자 독방에 들어가 맥주 두세 병 나발 불며 자기가 아는 노래 전부를 부른답니다. 그러면서 눈물 콧물 다 흘립니다. 눈물의 카타르시스(정화)가 일어나 미워했던 사람도 증오했던 사람도 다 용서하게 되고 내가 속 좁았구나 내가 잘못했구나 하며 깊은 자아반성을 한답니다. 나의 생은 너무 메말랐었구나 하며 딴 사람이 되어 나옵니다. 얼마나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방법입니까. 우수에 서린 듯한 가냘프고 아리따운 한 여자가 나와 노래를 불렀습니다. 검은 눈동자에 맺히는 이슬처럼 이슬비 소리 없이 내리던 밤길서로 가슴 깊이 상처 난 아픔이길래 안녕도 못하고 깨물던 입술아∼아 그러나 이슬비 다시 오면 먼 날 그리워지는 파란 이별의 글씨아아아아. 술 한 잔 먹었던 비 오던 그 날 나는 그 한 여자에 모든 것이 꽂혔습니다. 그 이후 운명의 사랑은 시처럼 소설처럼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이만하면 내가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고 많은 여자들만 바라보고 있는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내가 문주란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하나의 노래는 하나의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의 노래는 하나의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노래는 잘 부르지 못하지만 고급의 귀를 가진 나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나는 내 사람이 곁에 없을 때 어느 여자의 실화처럼 노래방에 혼자 갑니다. 맥주 서너 병과 한치 오징어 시켜놓고 한국인이 끊임없이 공부한다는 그 책을 펴놓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추억의 리모콘 숫자를 누릅니다. 파란이별의 글씨. 만남. 무인도.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숨어 우는 바람소리. 가을사랑. 숨겨진 소설. 백만 송이 장미. 님 그림자. 내 사랑 내 곁에... 우리에게 있어서 노래는 무엇일까요? 내 생이 살아온 바람의 소리 아닐까요? 내 사랑이 흔들리는 물보라가 아닐까요? 내 가슴에 한 노래 있었네. 노래가 없다면 세상은 새가 없는 세상을 살았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아내와 같이 <해피 노래방>에 가보아야 하겠습니다. 술 한 잔 먹고 한껏 놀다 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여사장님이 아내와 같이 가면 ‘어머. 언니 오라버님과 같이 왔어? 좋은 일 있나 보네.’하고. 내가 마음 쓸쓸해 혼자 가면 ‘어머. 오빠. 내 보고 싶어 혼자 오셨나?’ 할지 모르겠습니다. 점점 함양의 노래방은 사랑과 추억의 늪지가 돼 갑니다. 누구나 노래방에 사랑과 추억이 한번쯤은 있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