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갑 지리산 여행기95편전 녹색대학 살림학과 박수학 교수 “천연염색은 함양의 새로운 블루칩열심히 공부해 부자농가 됩시다” 천연염색이란 문자 그대로 산야초 물에 옷감을 물들이는 것이다. 가령 쪽염색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쪽을 이용하는 천연염색으로 그 염색법은 생잎의 즙액에 직접 염색하는 생잎 염색. 쪽을 물에 담갔다가 우러난 물에 알칼리성 수용액을 넣어 염료를 만든 뒤에 염색하는 발효 염색 등이 있다. “지금 소개한 약재 오데서 구합니꺼?”# 살면서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 한편. 강추(강력추천) 한다면?<책상 서랍 속의 동화>를 들겠다. 중국 감독 장예모 작품이다. 1960년 대 초 중국 벽촌 마을에서 운영하는 초등학교. 어느 날 13세 한 소녀가 임시교사로 발령. 이 학교에 부임한다. 촌장은 소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원래 우리 학교 학생 수는 40명이었는데. 학생 부모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학생수가 28명으로 줄어들었다. 열심히 수업을 잘 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학생 수가 안 주는 게 우리 학교의 목표다. 절대 학생 수가 줄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다오”그랬는데 어느 날 장휘거 학생이 사라졌다. 시골선 배가 고파 못 살겠다며. 대도시로 도망을 간 것이다.소녀 선생님. 화들짝 놀랄 수밖에. 촌장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한명도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다. 이 아이들은 후제(나중) 자라서 우리 마을을 지키고 가꿀 동량들이야. 절대 학생 수가 줄어들어선 안돼!”소녀선생님은 장휘거 학생을 찾기 위해 도시로 가기로 결심한다. 마침내 소녀선생님. 우여곡절 끝에 공중파방송을 통해 장휘거를 찾게 되고. 둘은 고향으로 돌아온다.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향리를 발전시키기로 다짐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백의민족이라 하였으며 지위의 높고 낮음을 관복의 색으로 구분하였지요. 가장 고귀한 색은 자색이라 하여 지치(치자)에서 얻었고. 다음이 잇꽃. 소방목의 붉은 색. 치자. 황백. 울금. 조개풀의 노란색의 염색을 하였지요“# 며칠전 나는 함양에서 또 한편의 <책상서랍 속의 동화>를 보았다. 7월 12일 오후 2시. 여름 장마가 칠흑처럼 내리는 시각. 병곡 원산마을 방문자센터에서는 약초교실 천연염색 실습 교육이 열리고 있었다. 옛 강호서점 주인아저씨. 향토해설사 Q 등 낯익은 분들이 이 강좌에 참석해 있었다. 아직 수업이 시작되지 않았으므로. 나는 원산마을 방문자센터 처마난간 아래에서 원산마을을 내려다보았다. 여귀꽃 덤불 속에선 졸졸졸 여울소리. 송골매가 먹이를 사냥할 때 등각나선(logarithmic spiral)을 그린다 했던가? 마을을 에워싼 구름이 마을을 빙 돌아서 장대비를 퍼부어 대는데 가히. 그 풍경. 스펙타클하고 판타스틱하다. 이윽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오늘 천염염색 강좌강사는 박수학 교수(전 녹색대학).선생의 첫 멘트. “원산마을은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이름 자체부터 다른 산하고 다르지 않습니까. 으뜸 원자에 뫼 산자. 동쪽으로 괘관산 준령이 뻗어 있고 서로는 백운산 줄기가 막아내려 큰 재를 이루고 북으로는 민재라는 능선이 있어 ㄷ자 형국을 이루고 있지요. 마을 앞으로는 원산천이 흐르면서 퍽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 내고 있답니다. 왜 이 산에 으뜸 원자를 붙였을까. 물이 좋기 때문입니다 물! 흐흐흐 모름지기 물이 좋아야 사람농사 논벼농사가 잘 되는 겁니다. 농와지경(弄瓦之慶). 그 맛을 보시려면 원산마을 민박집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페일언하고 천연염색 강의 들어갑니다”박 교수는 낑낑대며 소목 양파 황백 달인 물을 가져온다. “이제 농업도 탈바꿈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원산에는 도시인들이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천연자원이 있습니다. 이 자원을 잘 이용. 질 좋은 콘텐츠를 개발해야 합니다. 그래야 농촌이 잘 살고 행복해 집니다. 바로 이놈이 소목(蘇木)입니다. 요놈은 약성이 뛰어나 아토피를 잡습니다”소목은 콩과에 속하는 상록 교목. 5∼6월에 황색 꽃이 피며. 9∼10월에 열매를 맺는다.행혈(行血) 지혈(止血)구어혈(驅瘀血) 진통소종(消腫)의 효능이 있어서 한방에서는 심재(心材)를 약재로 사용한다. 적황색 목재 부분은 홍색계 염료로 쓰이고 뿌리는 황색 염료로 쓰인다.“요놈은 황백. 황벽나무의 껍질을 약재로 이르는 말로. 황경피라고도 하지요”황백은 음부가 손상되어 썩어갈 때 그 상처를 치료한다. 중국 명의 유두가 쓴 <본경소증>에 따르면. 황백은 오장에 원인이 있는. 열을 식히고 황달을 낫게 한다. 박 교수가 황백. 양파. 밤. 소목 달인 물에 광목을 집어넣으며 판소리 한 자락을 해댄다.“이 좋은 약재로 염색을 하니 이 어찌 좋지 않겠소이까?”수업 받는 학생들 눈동자가 초롱초롱. 한 학생이 묻는다.“슨상님예. 지금 소개한 약재 오데서 구합니꺼?”허허. 이건 복채를 내놓고 살짝 물어봐야 할 사항인데. 대중 앞에서 감히?선생 말씀하시길 “좋습니다. 오늘 비도 주룩주룩 내리고 해서 갈차(가르쳐) 드리리라. 약재를 구입할 때 제1명심보감은?”학생들이 화답한다. “최상의 상품을 최저가로 구입하는 것!”“공책에 똑바로 적어 놓으세요. 광주 광명당! 천연염색은. 결코 머리(뇌)로 하는 게 아닙니다. 감성으로 해야 합니다. 발로해야 합니다. 다라이 속 염색물에 천을 집어넣고 질근질근 밟으며 해야 제 맛이 납니다. 이왕이면 명상하면서 하면 더 좋겠지요?”나는 교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 이렇게 독백했다. “그럼. 참회하면서 하면 더 좋지. 비밀전언승(秘密眞言乘)의 계인 삼매야계(三昧耶戒)를 어긴 것을 참회하며. 염색작업을 하면 더 좋으리라”# 천연염색이란 문자 그대로 산야초 물에 옷감을 물들이는 것이다. 가령 쪽염색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쪽을 이용하는 천연염색으로 그 염색법은 생잎의 즙액에 직접 염색하는 생잎 염색. 쪽을 물에 담갔다가 우러난 물에 알칼리성 수용액을 넣어 염료를 만든 뒤에 염색하는 발효 염색 등이 있다. 쪽을 발효하기 위해서는 자연환원제를 사용하며 냉염색. 가온염색. 화학발효 등의 발효법이 있다.쪽 생잎 염색법은 잘 손질한 쪽잎을 절구에 찧는 것에서 시작한다. 찧은 쪽잎을 고운 망이나 자루에 넣고 짜서 즙을 만든다. 이 쪽즙에 히드로아황산 나트륨과 같은 환원제를 넣고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저으면 녹색이 황갈색으로 변한다. 이 황갈색 염료에 염색하고 차가운 물에 발색하면 연한 옥색으로 염색할 수 있다.박 교수는 “한국 최고의 약초마을인 우리 함양도. 이제 천연염색의 메카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한다?”학생들의 기차발통 삶아 먹은 듯한 괴성(?)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합니더!”7월말 함양산삼축제 심마니 원시체험 총괄진행# 박수학 교수의 천연염색 강좌는 재밌다. 구수한 사투리 맛이 일품이다. 수업 도중. 부산 동래구 온천1동에서 온 다윤 권미리 여사(전통다원 다담 운영)의 다도 실습이 있었다. 권 여사는 우중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산골로 왕림하셔서 말차 시연을 했다. 내가 말차 시음할 제. 내 옆에 흰 수염 난 도인이 계서 누구시냐? 물었더니 그 뭐시기냐. 명아주 지팡이로 내 머리통을 톡 치며. “네 이놈! 괘관산 산신령도 몰라보고. 오늘 원산마을에서 기막힌 강의가 있다 해서 나도 강의 들어 보려. 하늘서 방금 내려왔느니라!”하늘과 땅 거리는 8만리이건만. 어째야 쓰까나? 원산마을에서는 하늘과 땅 사이 거리는 지척이구먼?강의를 마치고 박 교수를 만나 이러저런 환담을 했다.-선생께서는 그동안 함양을 위해 참 많은 일을 했더군요. 함양군 생태휴양관광 추진단장. 심마니 원시체험장 조성사업. 함양산양삼 명품화 학습동아리 학습팀장. 2011년 함양숲살이 마을 사무장 등. 이런 이력을 보니 선생께서는 함양의 친자연주의 기수올씨다. 다가오는 함양산삼축제 시놉시스를 보니 선생께서 심마니 원시체험을 총괄진행하시더군요.“1기(7월 29일∼7월 30일) 50명. 2기(8월 1일∼8월 2일) 50명씩 해서 심마니 원시체험숲. 원시심마니수련장(함양군 병곡면 원산리 일원)에서 실시하지요”-행사 지표가 뭔가요?“큰 주제로는 ‘원시로 돌아가 (관점)+감각깨우기(체험)’으로 잡아봤습니다. 소주제로는 원시체험의 수고로움이 기계의 편리를 대신하고. 의도된 불편이 잃어버린 인체의 원시감각을 깨운다. 미개의 세계가 아닌 감성과 이성과 영성의 구분이 필요 없는 시원의 세상. 원시의 탐색이다. 지금까지의 의식주를 비워 내고 새로운 의식주. 그러나 잃어버린 옛날의 의식주 탐색. 옛사람이 전하는 삶의 지혜. 옛 사람에 대한 체험프로그램입니다”- 이번 행사 프로그램 중 심마니 무예수련(손파람. 빌랑대. 팔매)도 있습디다?“손파랑 빌랑대 팔매. 우리가 가꾸고 보전해야 할 전통무예지요. 이걸 이번 축제 때 선 보일 참입니다. 많은 기대를 하셔도 좋을 겁니다”빌랑대는 길이가 35cm∼45cm 되는 막대기로 호신하는 기술이다. 손파람. 팔매가 뭔지 알고 싶으면 축제기간 중 염탐해 보시길(?).박수학 교수. 그는. 함양의 (자연. 레저분야) 진정한 멘토다. 축제 때 함양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함양산양삼 참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심마니들만이 알고 있는 손파람. 발랑대. 팔매를 시연한다는 것 대단한 역사다. 또 함양 농가의 수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평생 고생해 터득한 염색기법을 돈 한 푼(?) 안 받고 그 지식을 남에게 전해 준다는 것? 대단한 보시(布施)다. 이런 분들이 함양에 많이 살아야. 함양은 무궁발전할 것이다!박수학 교수 이메일 pumbank@naver.com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