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문화원 공연>문복주 시인의 안녕하세요 함양 - 21편토요일은 밤이 좋아 나는 딱히 할 일이 없으면 상림숲을 찾는다. 또 약속이 맞지 않으면 상림숲에 가서 어슬렁거리다 시간 맞춰 약속 장소에 간다. 아니면 피곤하거나 졸리면 상림숲에 가서 차를 세워 놓고 벤치에 누워 잠잔다. 왠지 상림 숲에 가면 어머니 품속에 안긴 것처럼 마음이 푸근해지고 편안해지는 것이다. 나도 이젠 함양 사람이 다 되었나 보다 하며 달콤한 오수에 빠져든다.함양에 명물은 확실히 상림이다. 신라시대부터 시작되었으니 명물이 아닐 수 없다. 최치원은 1000년이 지난 이 현대의 시대를 어찌 알고 대관림을 남겨 현대인의 휴식처로 만들어 놓았는가. 그런데 상림을 그저 하나의 숲으로 알면 곤란하다. 1000년의 세월을 지나 왔으니 자연히 역사가 새겨지는 것이다. 그래서 상림숲을 그저 숲이 우거진 좋은 공원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숲은 오랜 세월을 다 지켜보며 역사의 나무를 키우고 역사의 영욕과 지혜를 숨겨 오늘의 우리에게도 그 지혜의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상림에는 먼저 사운정이 있다. 상림을 신라시대 때부터 조성한 고운 최치원을 그려 세운 정자다. 그러니 그 곳이 상림의 중심가이다. 그 정자에 새겨진 편액의 시편들을 새겨 읽어볼 일이다. 유명 묵객과 정치가들이 한마디씩 감회를 던지고 간 명문들은 빛을 바래고 있지만 역사는 다 안다. 다행히 지금도 함양문협이 매년 사운정 마당에서 한글날 초중고 학생들을 초대해 한글백일장을 열고 시경과 문장을 겨루는 시객의 풍류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으니 가히 값진 것이 아닐 수 없다. 그 옆에는 임진왜란 때 의병을 모아 함양을 지켰던 전설의 문태서 의병장의 비가 용의 모습으로 서있으니 나라를 위한 충효가 또한 가름될 일이다. 상림입구 쪽에는 지금 한 채의 버려진 정자가 풀속에 감추어져 있다. 그러나 이 초선정은 그야말로 문학의 맥을 잇는 훌륭한 공간이었다. 19인정이라고도 불리운다. 이는 함양은 물론 경향 각지 시문의 묵객들이 매달 모여 주어진 주제로 오언절귀나 칠언율시를 읊어 장원 차상 차하 참봉을 가리는 과거와 같은 사림의 무대였다. 함양의 문인 19명이 매달 모여 풍류와 시 선문답과 온갖 세정의 비판을 토로했던 깨어있던 사람들의 아고라 전당이 초선정이었던 것이다. ▲ 주민자치센터 공연지금은 다볕당에 너른 숲의 광장이 있어 상림의 중심이 되었다. 다볕당은 함양을 순 우리말로 표현한 이름이다. 내가 이 다볕당에 반한 것은 언젠가 이곳에서 오케스트라 음악회가 열렸다. 캄캄한 밤에 조명발을 받은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나릿나릿 바이올린이며 첼로며 하프를 켜고 또 늠름한 검은 예복을 입은 사내들이 트럼펫 트럼본 바순 큰북 작은북을 불거나 두드리는 모습을 보며 "와∼ 이런 시골에서 최고의 오케스트라를 관람할 수 있다니 최고다 최고!" 환희와 열광에 빠진 것이다. 문화의 향수.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현제명 성악가가 흰머리 희끗희끗하며 숨을 가쁘게 쉬며 불렀던 그집앞을 원작 그대로 직접 들으며 빠져들었던 감동. 그 곳이 상림숲이었다. 그것도 예술의 전당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숲 속에서 들을 수 있었다니 그것은 그야말로 일생에 한번 갖는 행운이었다. 나는 그 환희를 만끽하기 위하여 상림숲 속으로 한 마리 새처럼 접어든다. 캄캄한 어둠의 숲속을 혼자 거닐며 은은히 아스라이 가끔은 열광의 박수소리를 들으며 숲속을 홀로 거닌다. 천상의 숲을 거닌 것이다. 다음날까지도 또 지금까지도 꿈인 듯하다. 꿈을 꾼 것이다. 상림숲은 이처럼 신화와 같은 역사의 숲이다. 예술을 품고 있는숲이다. 어디 그뿐이랴. 3만평에 이르는 연꽃 밭이 상림을 관음의 경지로 접어들게 한다. 여름이다. 한여름밤의 꿈이 시작된다. 이글거리던 태양이 서산으로 넘어가고 산그늘이 마을로 내려오면 대지나 사람이나 숨을 잠시 돌린다. 상림 숲으로 시원한 바람이 살살 불어 내린다. 저녁을 먹은 사람들이 가벼운 차림으로 휴식을 갖기 위하여 상림을 향한다. 읍내 어디서나 10분이면 걸어서 상림에 닿는다. 상림은 늘 살아 있는 곳이다. 읍내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뒤엉켜 누가 관광객이고 누가 함양 주민인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마음 편히 어슬렁 숲길을 걷거나 잔디에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요즘은 나이를 불문하고 아침이나 저녁 상림은 조깅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또 학생들은 농구 축구 족구를 하고 가족은 여기저기 잔디밭에서 배드민턴을 하고 아이들은 달리기도 하고 씨름도 한다. 그러다 갑자기 숲 저쪽에서 물기둥이 솟구친다. 시간이 되었는지 아니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생각했는지 오색분수가 솟아오른다. 그러면 함성이 터지고 많은 사람들이 분수가에 몰려든다. 어린아이들은 부모의 손을 뿌리치고 분수 속으로 들어 가버린다. 옷이야 젖던 말던 몸이야 젖던 말던 싱싱한 인어가 되어 돌고래가 되어 음악에 맞춰 아이들은 춤을 춘다. 물기둥 속에서 깔깔거리며 술래잡기를 한다. 천진스런 어린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시원하다. 어른들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체면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니 대리만족을 한다. 우리 아이가 시원하니 나도 시원하다. 어둠이 짙어 갈수록 상림의 밤은 더 열기 속으로 들어간다. 가로등 불빛이 낮처럼 훤히 비추고 끌고 가는 그림자가 도깨비 그림자처럼 길어져 히히거리며 발걸음을 따라 붙는다. 갑자기 저쪽 잔디밭 쪽으로 사람이 몰린다. 그러자 방방방 음악이 터져 나오고 스포트라이트가 허공에 휙획 돌아간다. “친애하는 군민 여러분. 지금부터 한여름밤의 꿈 ‘토요일은 밤이 좋아’ 상설 토요무대를 열겠습니다. 방방방.” 요란하고 어지러운 음악이 고막이 터져나가라 터져 나오고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젊은이들이 나와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춘다. 아하! 저게 바로 비보이 아이들의 춤이라고 하는 거로구나. 함양에 비보이 팀이 전국 어느 대회에서 높은 상을 받았다지. 이런 조그만 읍에서 최첨단의 춤을 구경할 수 있다니 경사 났네. 언제 저런 최신식의 춤을 다시 구경할 수 있으랴. 요즘 애들은 말릴 수 없어. 정말 멋지네. 예술이야. 예술. 저렇게 평생 춤을 추면 뭐가 되도 되겠어. 마이클 잭슨 열 명은 나오겠는데. 함양군 문화관광과는 상림을 어떻게 활성화 할까를 고민하다 상림 잔디밭에 토요상설무대를 설치했다. 초여름 7.8.9월 3개월 매주 토요일 상림 특설무대에서 각종 단체의 공연이 펼쳐진다. 음악회도 좋고 연극도 좋고 시낭송도 좋고 노래자랑도 좋고 춤도 좋고 뭐든지 좋다. 주최측은 돈 안들이고 펼쳐진 판에 자신들을 내보일 수 있어 좋고 바람 쐬러 슬슬 걸어 나온 주민들은 돈 안들이고 수준 높은 공연을 구경해서 좋다. 한여름밤을 함께 어울려 놀고 즐기는 것이 바로 민중예술인 것이다. 절묘한 감동을 받았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그것 참 예술이네’라고 말한다. 그 예술이 상림숲에서 여름이 오면 펼쳐진다. 예향의 고향이다. 작은 고장이지만 언제나 그곳에 가면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곳. 그 곳이 아름다운 고장인 것이다. ▲ 천령유치원 공연문화관광과 권충호 주무관이 말한다. “토요무대는 열린 공간입니다. 공연을 하는 사람이나 구경을 하는 사람이나 모두에게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하여 문화관광과는 최선의 지원을 다합니다. 처음엔 노래 위주였지만 지금의 프로그램은 상당히 수준 높은 많은 공연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문화예술회관이 완성되면 상림은 문화예술의 메카가 될 것입니다.” 토요일은 밤이 좋다. 바빴던 일주일이 끝나고 오늘 실컷 밤을 즐긴다해도 내일은 일요일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놓고 즐길 수 있다. 토요일 밤이면 슬슬 상림으로 찾아든다. 가까운 상점에서 캔 맥주 하나에 새우깡 한 봉지 사들고 잔디밭 한쪽에 앉아 예술을 구경하며 예술을 즐긴다. 친구를 불러내거나 가족을 동반한다. 밤은 점점 밤의 열기 속으로 빠져들고 여름밤은 그렇게 시원하게 시원하게 깊어 간다. 2011년 상림토요무대 공연현황※ 우천이나 출연단체 등의 사정에 의하여 변경될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