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59편비오는 날에 농부는 들깨모를 낸다▲ 들깨밭오래된 냄새에 대한 기억이 하나 있다. 그 기억은 새로 단장을 마친 집안에 들어가는 것이 싫을 만큼 좋지 않은 것으로 산패된 들기름의 냄새인데 우리 윗대의 어른들께서 장판을 할 때 마지막 마무리로 들기름을 여러 차례 발라서 쓴데서 연유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자라면서 들깨를 멀리하고 참깨만이 구원인 양 살아왔지만 들깨의 위대함을 모르는 시절에 했던 철없는 행동이었다. 들깨는 밭 한 곳에 종자를 부어놓았다가 다른 농사를 쉬는 비 오는 날에 비를 맞으며 밭에 정식을 한다. 잎이 퍼지기 시작하면 따다가 간장절임을 해서 먹기도 하고. 상추 등과 함께 쌈으로도 먹고. 채 썰어 다른 양념과 함께 음식에 이용하고. 꽃이 피고 열매가 들면 따서 부각도 해서 먹는다. 열매가 완전히 익으면 털어 저장해 두고 기름을 짜서 양념으로 쓰고 남겨둔 열매는 때때로 꺼내 갈아서 미역국을 끓이거나 머위깻국처럼 각종 이름을 붙인 들깨탕의 재료로 쓴다. 요즘의 젊은 사람들은 들깨를 이용한 다양한 소스를 개발하여 생채소나 육류와 함께 섭취하고 있으니 그 또한 바람직한 식생활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옥수수 사료를 먹여 키우는 소. 돼지. 닭. 오리들을 먹으면서 오메가6과 오메가3의 불균형으로 인해 해쳐지는 우리들의 건강을 오메가3의 보고인 들깨가 지켜주므로 들깨는 인간에게 정말 소중한 식물임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들깨부각외할머니께서는 들깨가 거의 익어갈 무렵 노랗게 단풍든 깻잎들을 따서 모아 소금물에 담가 삭혔다가 된장 속에 넣어 장아찌를 만들어 밥상에 올려 주셨었다. 그리고 들깨의 마른 대궁은 모여져 밥을 할 때 아궁이에서 불쏘시개로 쓰였고. 그 재는 뒷간에 쌓였다가 다시 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생을 마감했으니 인간에게는 건강을 선물하고 땅을 살리는 선순환의 좋은 예가 되었던 식물이기도 하다. ▲ 들깨수제비동의보감에 들깨는 성질이 따뜻하여 몸을 덥게 하고 독이 없으며 기를 내리게 하고 기침과 갈증을 그치게 하며 간을 윤택하게 해 속을 보하고 정수(精髓)를 메워준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들깻잎은 속을 고르게 하고 취기를 없애 상기해수(上氣咳嗽)를 치료하고 벌레 물린 데 또는 종기에도 짓찧어 붙인다고도 하였다. 그러니 여름에 냉방기나 찬 음식의 과다 섭취로 인해 차가워진 몸을 위해 가끔씩 깻잎을 먹고 들깨를 먹는다면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것은 들기름은 낮은 온도에서도 산패하므로 반드시 적은 양을 짜서 냉장 보관해 두고 먹는 것이 좋다. 껍질을 벗기기 않은 들깨는 산패의 염려도 없을 뿐 아니라 생명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고귀한 생명체이므로 껍질을 벗기지 말고 보관해 두면서 필요할 때마다 씻어 갈아서 음식에 이용하면 더 없이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 ▲ 익은 들깨지금은 들기름에 찌든 장판의 냄새를 맡을 수도 없고 가마솥을 길들이느라 들기름을 태우는 냄새를 맡는 것도 쉽지 않은 시절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들기름의 참기름과는 또 다른 고소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며 그 건강성이 퇴색된 것은 더더욱 아니므로 우리가 먹고 있는 대부분의 들깨가 수입되고 있는 현실만을 개선한다면 우리의 밥상은 그 만큼 더 건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은정 ggum234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