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자밥상머리58편추억 속 화해의 음식. 감자추억이라는 말에는 추억을 기리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느끼는 수많은 경험들이 담겨있는 것 같다. 특별한 사람에 대한 추억. 특정 장소에 대한 추억. 별스런 사건들에 대한 추억 등등으로 그것은 저마다 다른 무게와 다른 느낌으로 남아서 삶을 풍요롭게 하기도 하고 아프게 오래 남기도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린 시절에 먹었던 음식들과 만나면서 내 안에 깊이 잠들어 있던 기억들을 깨워 기뻐하기도 하고 오래 지우지 못하고 있던 것들과 화해를 하기도 한다. 해마다 초여름이 되면 내 얼굴을 붉어지게 하는 화해의 음식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감자이다. ▲ 감자꽃지금도 나는 어머니의 마음에 드는 딸이 아니라 늘 잔소리를 듣지만 어린 시절이라고 다를 바 없어서 자주 야단을 맞으며 자랐다. 무슨 일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머니께 심하게 걱정을 들은 나는 마음 상한 김에 하루 내 굶고는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어머니는 밥 먹으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고 내 배는 점점 고파왔지만 나는 얄팍한 자존심을 내세우느라 방에서 꼼짝을 않고 있었다. 그런데 늦은 저녁이 되자 막 삶아 분이 나는 감자 몇 개와 오이소박이 한 그릇이 담긴 쟁반이 방안에 들여졌다. 어머니는 그렇게 화해를 청하셨고 나는 눈물나게 맛있는 감자를 먹는 것으로 어머니와 화해를 했었고 그 날 이후로 감자는 내게 화해의 음식으로 남게 되었다. ▲ 감자즙감자는 저장성도 높고 유통의 기술도 좋아진 탓에 시장에만 가면 언제든지 사다 먹을 수 있기는 하지만 하지 무렵부터 나오는 햇감자라야 쪄먹어도 제 맛이 난다. 막 수확한 감자를 쪄먹다 지칠 때쯤이면 매운 고추 몇 개를 썰어 넣고 감자전을 부쳐먹으면 새롭다. 감자를 먹는 방법이 쪄먹거나 부쳐먹는 방법 뿐은 아니겠으므로 소고기와 함께 조리해 먹으면 몸을 보하는 효능이 한결 좋아진다. 병후에 허약해졌을 때 해먹으면 몸을 회복시키는데도 도움을 주므로 활용하면 좋다. 또한 토마토와 함께 요리해 먹으면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 우리 몸의 진액을 보충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위. 십이지장의 동통에도 생감자의 즙을 짜서 마시면 통증을 이길 수 있게 된다. 감자의 주성분은 탄수화물이고 칼륨의 함량이 높아 소금과 함께 섭취하면 좋고. 인의 함량은 많지만 칼슘이 적으므로 우유와 함께 조리해 먹으면 궁합이 맞는다. 비타민 C와 B1이 많으므로 생채소가 부족한 겨울에 비타민의 주요공급원으로 훌륭하다. ▲ 찐감자한방에서는 감자를 맛이 달고 성질이 평순하므로 늘 먹어도 좋고 위. 대장에 도움을 주는 식품으로 꼽는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의 순조 때 들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지과의 1년생 초본으로 싹이 나면 솔라닌이라는 독을 가지게 되므로 도려내고 먹어야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과유불급이라 했으니 비위가 허해서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으니 조심해야 한다. 사람사이의 관계가 불편하여도 속이 편하지 않다고 말하고 내 몸과 음식과의 관계가 불편하여도 속이 편하지 않다고 말한다. 나에게 있어 감자는 기를 북돋우며 소화기를 튼튼히 하여 속을 편하게 해주는 중요한 음식의 재료인 동시에 어머니와의 화해를 주선해준 속 편한 음식의 재료이다. ▲ 소고기 감자함양에서도 곧 감자를 캘 것이다. 화해 못하고 속을 끓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감자 몇 알 쪄놓고 불러 마주 앉아보면 어떨까. 녹색대학 생명살림학과 고은정 ggum234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