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세 회장비단 함양 뿐만은 아니라지만 지자체장들의 잇단 불행이 지역민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군민 모두가 제발 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법에 따라 보궐선거로 갈 경우 함양 군민들은 후보자. 유권자 가릴 것 없이 다 같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 있다.“워낙 아무도 모르게 했으니 절대로 걱정 마시라”는 식의 청탁이나 은밀한 거래라 하더라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비밀은 없다는 역사적 교훈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양진(楊震)의 사지(四知) 선언’이다. 오늘 우리가 겪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있기까지 함양의 유권자로서 누군들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다만 이런 불행한 사태를 두 번 다시 겪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으로 나뉘어 비슷한 불행이 계속 반복되느냐. 영원히 종식되느냐로 갈리게 될 것이다. 우리 몸의 질병문제도 건강할 때 건강관리를 위해 온갖 지혜로운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고 설혹 질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그 질병으로 인한 위험과 고통의 교훈을 가슴에 새길 경우 두 번 다시 같거나 비슷한 질병으로 고통 받지 않게 된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양진(∼124)은 박학(博學)과 청렴(淸廉)으로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후한시대의 인물이다. 양진의 천거로 벼슬길에 오르게 된 왕밀(王密)이란 사람이 양진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금(金) 10근을 준비하여 깊은 밤에 찾아가 선사하려 했다. 양진이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도로 가져가라고 하자 왕밀은 양진의 참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의례적으로 한 번 해본 말이려니 여기고 재차 목소리를 낮춰 말한다.“제가 이곳으로 올 때 아무도 본 사람이 없고 또 제가 혼자서 극비리에 준비했으므로 그 누구도 모릅니다. 저의 조그만 성의(誠意)이오니 부디 거두어주시기 바랍니다.”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양진의 벽력같은 호령이 떨어진다.“네 이놈! 나는 너의 재능이 소임을 감당할만하다고 판단하여 너를 천거한 것이다. 그리고 너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지만 이 일은 이미 하늘이 알고(天知) 땅이 알고(地知) 내가 알고(我知) 네가 안다(汝知).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하겠느냐?”금 10근이라면 오늘날 시세로 따질 경우 3.75g 한 돈을 20만원으로 환산할 때 약 3천 2백만 원에 해당되는 금액으로서 적지 않은 금품임을 알 수 있다. 양진이 감사의 뜻으로 가져온 왕밀의 호의를 모를 리 없고 이미 그를 천거하여 벼슬길에 진출하도록 해준 만큼 그것을 받아들여도 별 뒤탈이 없으리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언행으로 미루어 그가 금을 사절한 까닭은 남이 알고 모르고에 있는 것이 아니고 또한 사회적 도리와 공직자 윤리상 그런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겠다. 평소의 도덕적 신념과 청렴한 마음. 고결한 정신자세의 발로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요즘 각종 매스컴의 보도를 통해 광역 기초 가릴 것 없이 승진 청탁과 함께 기본적으로 2천만 원 내지 5천만 원의 대가성 뇌물에 해당하는 금품 수수가 관행처럼 되어 있다는 내용이 밝혀지면서 나라 일을 그들에게 맡긴 주인 된 국민으로서 허탈한 마음을 가누기 어렵다. 물론 일부 공무원들에 국한 된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돈으로 관직을 사고팔고 하는 이런 풍토에서 어떻게 유능한 공무원들이 소신과 자부심을 갖고 직무에 충실할 수 있겠는가?그런 면에서 이미 상당 부분 관행처럼 되다시피 한 공직사회의 이런 유형의 비리를 반드시 뿌리뽑지 못한다면 눈부신 경제 발전과는 정반대로 중앙과 지방정치의 형편없는 낙후성이 나라 발전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특히 선거에서의 금품 수수와 향응 제공 등의 불법 비리 행위는 다른 모든 공직사회 비리의 원류(源流)가 된다는 점에서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가 철저한 감시자 역할을 하여 그런 유형의 비리가 더 이상 이 땅에 절대로 존재할 수 없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유권자들에게 돈주고 표를 사고 후보자로부터 돈 받고 표를 판 사람들이 있는 한 제가 쓴 돈의 본전이라도 건지기 위해 확보한 모든 권력과 수단을 총동원하여 은밀하게 진행하는 또 다른 유형의 불법 비리행위가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며 진화하지 않겠는가? 만에 하나라도 다시 선거가 치러진다면 그리고 앞으로 치러질 또 다른 선거에서도 유권자 스스로후보자와 공직자들의 부정 비리를 유인하는 ‘정신 넋 나간 짓’을 하지 않음으로써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혼탁한 흐름의 악순환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철석같은 마음으로 선거에 임해줄 것을 기대해본다. 유권자들부터 이렇게 해야만 후보자들이 감히 딴 마음 먹지 못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소신과 능력을 올바로 평가받아서 공직사회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주어진 임기동안 공명정대한 업무처리로 명예스러운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정상적 정치풍토가 확립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함양지역의 진정한 발전의 초석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 놓아주는 게 아니라 우리 손으로 직접 놓아야 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다 같이 올바로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본지 발행인. 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