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서상파출소 김종화 경위문복주 시인의 안녕하세요 함양 - 16편로보캅 순경 나으리는 바쁘다함양에 살면서 나는 우연하게도 경찰 아저씨와 인연이 많다. 그래서 경찰 아저씨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많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한 다섯 사람 정도다. 전부 범죄관계나 조사와 같은 업무상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 아니라 순전히 사적인 일로 어쩌다 알게 되어 친분을 맺고 사귀어 오는 것이다. 강모 순경은(앞으로 순경 경정 경사 경위 등 계급 호칭은 생략하고 모두 순경 나으리로 통칭함을 양해하시라) 어린아이가 일시적으로 아토피가 생겨 소나무. 잣나무 숲에 둘러싸인 산골 우리 집이 좋다고 하여 집에 와서 조금 머물다 간 적이 있다. 그 강순경 나으리는 얼마나 멋지고 재미난지 우리 부부는 지금도 가끔 초대 당해 술을 마신다. 순경이 시인보다도 더 문학적 감성이 뛰어나 모르는 시가 없고 대화에서 유머와 함축과 상징 표현의 극치를 보여줘 이참에 아예 직업을 바꾸는 것이 어떠냐고 권하기도 했다. 또 K순경 나으리는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들과 우리 집에 와 민박을 하게 되어 하룻밤을 술 마시며 개소리 소소리 내며 인생을 논하다 보니 친하게 되어 알고 지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친분을 많이 갖게 된 으뜸 순경 나으리는 바로 로보캅 김순경 나으리다. 그 분은 내가 원산마을로 이사 온 해부터 알게 된 사람이다. 당시 병곡파출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내가 집을 짓고 있을 때 거구의 몸으로 장난감 같은 50cc 오토바이를 타고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오는 모습은 실로 웃음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내려서 어정쩡하게 끊어지는 경례를 하고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가 아니라 "헤헤 그냥 집 구경 한번 왔시유∼" 한다. 얼마나 맥 빠지는 싱거운 사람인가? “아. 우리 관내에서 집을 짓고 계신디 잘 되어가나 밤새 무슨 일은 없으신지. 또 어려움은 없으신지 이웃 사람들은 잘 협조해 주고 있는지 살펴보고 순찰하는 게 우리 임무 아닌갑녀? 헤헤” 그 후 김순경 내외와 같이 지내면서 나는 김순경이야말로 말 그대로 순경 체질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그와 같은 사람이 바로 순경이어야 한다는 체질론을 강력 주장하는 사람이다. 순경이 몸에 밴 사람을 뽑아 순경을 시켜야 나라가 바로 선다. 한 시도 가만있지 못한다. 파출소 앞마당은 전체가 사시사철 꽃밭이 되고 뒷마당은 텃밭이 되고 동네 자전거 주차장이 되고 자동차 주차장이 되고 은행알 줍기 마당이 되고 동네 쉼터가 된다. 파출소 마당을 그냥 놔두면 못쓴다는 것이다. 누구라도 필요한 사람이 쓰면 좋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야 개도 사람도 왔다 갔다 하고 동네 이야기 다 듣고 그게 다 치안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심심하면 50cc 자가용 타고 논이고 밭이고 산이고 나가 샅샅이 살펴보고 사람이 있으면 온갖 간섭을 다한다. “할무이. 이게 누구네 집 논인가? 아. 그 박씨. 풀을 왜 안 뽑는당가? 김씨. 이 고추밭은 병든 게 아이라? 약을 쳐야지. 게으르게 이대로 놔두면 옆 밭에도 다 옮겨 갈텐디.” “올해 그 동네 이장은 누가 되었능가? 아 그 사람. 사람 참 좋지. 잘들 해 봐. 동네는 그저 어른이 후덕하게 버팅기고 있어야 잘되는 기라.” 나는 이 김순경 나으리를 로보캅 순경 나으리라고 부른다. 투캅스. 미국 헐리우드 액션 영화. 불의의 사회와 썩은 경찰 내부를 향해 꿋꿋이 맡은 바 경찰의 임무를 다하는 경찰 로봇. 야비하고 비열한 최신의 경찰 로봇과 좀 구식이지만 충성과 정의와 본분을 잊지 않고 인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로봇과의 싸움. 결국 구식의 로봇이 자신의 죽음으로 사회를 구하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로보캅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음을 기억할 것이다. 김종화 순경 나으리는 바로 그런 로보캅임을 나는 곁에서 보았다. 그래서 나는 그를 위해서 시까지 지어 문학지에 발표한 적 있다. 찌찌찌. 알았다 오바. wxyz. 5분내 출동. 쯔쯔쯔쯔...우리 마을 순경 아저씨 50cc 오토바이 끌고 삐약 삐약아따. 이 시골에 뭔 일이여?덜덜덜덜 가는데 아따. 저기 물꼬 터져버렸네배서방 논도 안보고 뭐하능가아따. 여기 감자밭 다 무너져버렸네아따 이 아짐씨 항상 고추밭 농사는 망친단 말여아따. 독거촌 어르신 여기서 뭐 하시유. 타보시랑게아따. 아따. 병곡은 아름답다하루에 마을버스 세 번 왔다 가고 꽃은 종일 졸고젊은이와 자식새끼는 토끼처럼 명절에만 보이고개구리 울음소리 가득한 산골아따. 병곡 투캅스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 동네 일 다 참견한다아따. 병곡 투캅스 순경 아저씨 또 왔당가꽃다운 꽃. 잎다운 잎어깨에 빛나는 투캅스 꽃잎 네개 병곡 마을에 항상 푸르다<아따. 투캅스 전문. 문복주>▲ 함양경찰서 교통관리계 공영근 경사가 함양 IC에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다.사실 나는 경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경찰의 이미지는 부정적으로 비쳐 왔다. 수십 년 동안 데모하는 군중에게 또 철거민들을 에워싸고 최루탄이나 곤봉이나 휘둘러 대는 경찰이 왠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자주 날아오는 주·정차 위반 딱지나 과속 벌금 고지서 때문에 경찰을 좋아할 수 없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찍혔는지 차 타고 밖에 나갔다 오기만 하면 딱 걸렸다가 되었다. 이에 대해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트리자 김 순경은 말한다.“애꿎은 경찰 욕하지 마이소. 그것이야 문선생님이 100% 잘못했으니까 당연지사지. 돈 많이 벌어 세금 많이 내이소. 히히”“뭐라? 그럼 경찰은 왜 숨어서 권총을 쏴? 그게 대한민국 경찰이 할 짓이냐? 숨어서 권총 쏘지 말고 떳떳하게 나와서 쏘라고 해!” 이 말에 경찰님들의 오해가 없기 바란다. 보통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하는 말이니 괘념치 마시라. “그럼 과속은 왜 합니까? 안 하면 안 쏘지. 다 문 선생님 위해서 경찰이 주야로 밤잠 안자고 고생하는 지나 압쇼. 경찰도 하고 싶지 않아요. 과속으로 교통사고 나서 죽으면 누가 손햅니까. 고마운 줄이나 아쇼!”경찰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시련을 당한다. “함양 경찰서장님께 건의 좀 하슈. 카메라도 많은데 아예 숨어서 하는 단속은 손떼라고. 경찰의 본분은 예로부터 시민의 손과 발이고 항상 가까이 곁에 있어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이웃집 아저씨여야지. 높은 사람 낮은 사람 할 것 없이 전 경찰이 아침거리에 나와 교통질서 캠페인을 해봐요. 시민들이 아이고 우리 순경님 순경님 고생하시네 하며 덩실덩실 춤추며 좋아할 겁니다”정말 옛날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 순경 아저씨는 거리에 서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건네주고 했다. 그리고 멋진 제복을 입은 멋진 경찰이 호루라기를 휘익휘익 불어 재끼며 멋지게 손동작을 위 아래로 짝짝 절도 있게 휘둘러서 교통정리를 한다. 사람들은 거리에 서서 감탄 감동했다. 와! 와! 좋아요! 한참을 구경하다 지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경찰을 교통순경 아저씨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금은 그 경찰관들이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경찰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시골에서는 그저 옛날처럼 파출소에 항상 같은 사람이 근무하면서 동네 일을 보아야 책임도 생기고 주민과 소통도 생기고 하는 건데 일은 많고 경찰은 적고... 뭐 점점 좋아지지 않겠어요? 그런데 나도 경찰로서 꼭 시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경찰 참 바쁘다는 겁니다. 사건도 많은데 신고가 어찌나 많은지 엉덩이 의자에 붙일 짬이 없어요. 뭐 조그만 일에도 112. 아무 것도 아닌 일에 112. 전화통 잡기가 불나요. 그래서 출동해 보면 이건 기가 차고 별 소리를 다하는 거예요. 심심해서 불렀다는 겁니다. 경찰이 잘 오나 안 오나 몇 분만에 오나 확인해 보고 싶어 전화했다는 거예요”“요즘 어떤 사람은요 경찰 알기를 개똥만큼도 생각 안 해요. 옛날엔 경찰만 봐도 덜덜 떨었는데 요즘은 경찰을 갖고 놀아요. 니가 민주 경찰이냐. 때려 봐라. 건드리면 너 옷 벗을 줄 알라 하고 겁도 주고 술 가져 와라 커피 가져와라 종 부리듯 하니 ‘예-예- 어르신. 제발 집에 돌아가세요’ 부탁하고 차에 모셔 집에 데려다 줍니다. 어때요? 문 선생님. 요즘 경찰 참 좋아졌습니다. 그걸 아십시오.”1년 전 쯤 인 것 같다. 예술행사가 있어 참석했더니 사회자가 말한다. “박OO 경찰서장님의 색소폰 연주가 있겠습니다. 연주 할 곡목은 마이웨이(My way)입니다.” 우와! 경찰서장이 색소폰을 불어? 대단한 사람이네. 엄청 높은 자리에 있는 분이 이런 작은 예술행사 하는데 까지 나와 군민과 같이 하는 그 모습에 나는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 경찰의 목을 뻣뻣하게 세우지 않고 낮은 데로 임하는 그 열린 생각에 나는 감동했다. ‘경찰이 저렇게 시민과 같이 가려고 할 때 시민들이 믿고 따르는 거지’ 하고 투캅스에게 말하자 투캅스는 아주 의기양양해서 말한다. “맞아요. 경찰을 무섭게 생각하면 안돼요. 경찰은 시민과 함께 할 때 빛나는 거예요” 김 순경 집에 우리 부부가 놀러갔다. 거실 한 쪽 벽에 작은 액자가 많이 걸려 있다. 가서 보니 전부 산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이거 말입니까? 내가 올라간 산 정상들 사진이에요. 이게 천왕봉 두륜산 덕유봉 문장대 북한산... 이제 16개 산을 올랐는데 계속해서 대한민국 산 정상을 다 오를 겁니다” 김 순경 나으리는 확실히 뭔가 다른 무엇이 있다. 남이 생각지 않은 일을 말없이 꾸준히 실천해 간다. 한쪽 벽 달력 숫자 위엔 또 야비야비주주주야야비... 이런 글자가 써있다. ‘이게 뭐요?’ 하고 물으니 근무날짜란다. 야는 밤 근무. 비는 노는 날. 주는 낮 근무. 그래서 야비야비주주주. 하하. 그 비비 비오는 날이 공치는 날인데 근무가 없는 날이라 산을 타러 다닌다는 것이었다. “순경이 놀고 잠만 자면 뭐해요. 평소에 체력을 보강해야 도둑도 잡고 강도도 잘 잡는 거예요. 튼튼한 몸에 튼튼한 정신. 튼튼한 경찰. 이게 내 자부심입니다” 함양은 참 행복한 도시다. 한들 벌판에 자리하여 지리산에서 불어오는 바람 덕유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들이마시며 한들한들 농사지으며 생활한다. 공해 없는 웰빙 청정지역에서 사는 것만으로도 현대에서 복을 받은 것이다. 마음이 순박하니 큰 범죄가 없다. 큰 범죄가 없으니 순경이 할 일이 없어 햇빛 따뜻한 창가에서 존다. (옛날) 이 얼마나 평화로운 풍경이냐. 살맛나는 시골 읍내 풍경이냐. 함양 경찰 순경 나으리들은 정말 다 인간적이고 마음씨가 착해 아직도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면 먼저 인사한다. “할무이 여기 쉬었다 가시소. 오늘 장날이라 물건 많이 팔았능겨? 손자 줄 용돈 많이 벌었는갑다. 내가 할무이 셋째 아들 기식이랑 친구 아닝겨”로보캅 투캅스 김순경 나으리는 순찰 한번 돌고 와야 한다며 내게 경례한다. “잠시 순찰이 있겠습니다. 여기서 졸고 계시든지 가시든지 다음에 또 놀러 오시든지 협조 부탁합니다. 안녕. 헤헤” 이 아저씨 언제 차 샀지? 돈 많이 벌었는지 50cc 오토바이가 이젠 고급 순찰차로 바뀌어 삐융삐융하며 빛깔나게 나가신다.